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8일 오전 한빛원자력발전소 앞에서 부실자재 사용으로 안전 조치가 가장 시급한 한빛 3, 4호기의 즉시 가동 정지를 요구하는 평화적 시위를 벌였다. 이는 지난 3일부터 시작해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게 이메일 보내기 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는 ‘누더기 원전 그만!’ 캠페인의 일환이다.
사진제공 : 그린피스
오전 9시.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한빛원전의 원자로 건물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한빛원자력본부 건설자재 야적장 활용부지에 원전 위험을 강조하는 십자가 160개를 설치했다. 160은 한빛원전 1호기가 가동을 시작한 1985년부터 지금까지 한빛원전 1~6호기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 및 고장 건수. 각각의 십자가는 사고일자와 해당 원전 정보를 묘비명처럼 담고 있었다. 활동가들은 하얀 방재복을 입고 ‘누더기 원전 그만!’(Stop Risky Nukes!)이라는 메시지가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그린피스는 이를 통해 197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위험성이 지적된 부실합금자재 인코넬600이 한국 원전 14기에서 여전히 사용•가동되고 있으며, 지진이나 테러 등 외부적 요인 없이도 정상가동 중에 체르노빌, 후쿠시마처럼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사진제공 : 그린피스
특히 한빛원전은 세계 187개 원전 부지 중 4번째로 규모가 큰 곳(설치용량 기준). 3, 4호기의 경우 부실자재 인코넬 600을 원전 핵심설비인 증기발생기와 원자로헤드에 모두 사용하고 있다. 두 원전은 또 각각 1만 6,428개 전열관 중 2,000여개에 문제가 생긴데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자로 헤드 균열까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유로 1980년대부터 있었던 국내 인코넬 600 관련 사고 및 고장의 60%가 두 원전에서 발생했다.
이날 현장에서 장다울 기후에너지 선임캠페이너는 “한국은 부실부품에 대해 땜질을 늘리는 식의 미봉책으로, 위험천만의 ‘누더기 원전’을 양산하고 있다”며 “발전사업자인 한수원은 안전 문제가 없다면서도 ‘조기 교체’를 추진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빛3호기에서 가동이 갑자기 중단되는 등 인코넬 600의 경고가 이미 시작되었는데도, 최소 12만6,000여명의 한빛원전 인근 주민들(원전 30km 이내)은 교체가 계획된 2018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사진제공 : 그린피스
장다울 캠페이너는 이어 “한국에 해당 부품을 똑같이 공급한 웨스팅하우스, 컴버스천엔지니어링 등은 미국에서 원전 발전사업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막대한 교체비용을 지불했다. 하지만 한국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교체비용을 전기요금 등에 반영해 시민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인코넬 600을 사용한 고리 1호기, 한울 1~4호기의 증기발생기와 원자로헤드 교체비용은 약 8,000억원. 여기에 1,332일치의 교체작업기간 대체전력 구입비용이 약 5조 4,000억원으로, 총 6조 2천억원이 넘는 비용을 시민이 부담했다.
그린피스의 ‘누더기 원전 그만!’ 캠페인은 1) 우선적으로 한빛 3, 4호기 즉시 가동 정지 2) 인코넬 600재질 사용• 가동중인 원전 전면조사 및 결과 공개 3) 천문학적인 부실부품 교체 비용은 시민 아닌 공급사가 부담 4)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적극적 관리 및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한빛 3, 4호기 즉시 가동 정지’ 서명을 희망하는 시민들은 거리 캠페인 부스와 그린피스 홈페이지 내 서명페이지(greenpeace.org/korea/nonuke)에서 참여할 수 있다. 현재(7일 자정) 참여인원은 700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