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된말로 '약 한 사발 빨고' 만든 듯하고 기사를 통해 소개해 드린 기가바이트 G1.Sniper B6 제이씨현 메인보드 기사를 기억 하시는지? (참고 : 해당 기사 링크)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제품만 본다면 쓸 만한 H97 또는 Z97 칩셋을 사용한 게이밍 보드로 비치지만, 해당 제품의 속을 따져보면 보급형 칩셋으로 구분되는 B85가 사용된 메인보드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B85는 그럭 저럭 쓸 만한 보급형 메인보드에 사용되는 칩셋으로 여겨지고 있었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엔트리급 H81 칩셋이 사용된 제품보다는 좋아도 특별히 주목할 만한 제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 판매중인 B85 메인보드들을 살펴보면 어지간한 H97/ Z97 칩셋 고급형 메인보드 못지 않은 제품들이 선보이고 있는데, 이를 단순히 '실수'로 취급하기보다 왜 그러는지 제조사들의 의도를 한 번쯤 분석해보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새롭게 떠오르는 고급형 B85 칩셋 메인보드
최근 메인보드 제작사들이 B85 보드의 고급화에 힘쓰는 이유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앞서 최근 인텔 플랫폼을 위한 메인보드 칩셋들의 특성을 간단히 살펴보면, B85는 오버클럭과 RAID, 멀티 GPU, M.2, USB 3.0 지원 개수, SSD 성능 가속을 위한 DSA를 지원하지 않는 것을 제외하면 H97이나 Z97 칩셋과 기능상 거의 차이가 없다.
즉, 이말은 이들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일반 사용자들에게 B85는 Z97이나 H97과 아무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왕 기가바이트 G1.Sniper B6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같은 기가바이트의 H97과 Z97 칩셋 메인보드를 비교해보자.
다음 제품은 현재 국내 시판중인 기가바이트의 Z97과 H97 칩셋 메인보드 중 최저가 모델로 B85 모델과 비교했을 때 Z97모델은 4만원, H97 모델은 1만원 비싸며, H97 제품은 사전 지식없이 외형만 본다면 H81이나 B85 칩셋이 사용한 보급형 메인보드로 오판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기가바이트 G1.Sniper B6(인텔 B85 칩셋)
기가바이트 G1.Sniper Z6(Z97, 좌) / 기가바이트 H97-DS3H(H97, 우)
사용 칩셋에 따른 근본적인 기능 차이를 제외하고 보았을 때 B85보드가 전원부와 사운드 설계, LED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H97 보드보다 공들인 것을 알 수 있으며, 비슷한 수준의 튜닝이 이뤄진 Z97 보드는 약 40% 가량 비싼데, 이 말은 Z97 칩셋의 고유 기능이 필요없는 사용자에게 이러한 모델은 돈낭비가 된다.
예전에는 이러한 프리미엄 B85 메인보드를 찾을 수 없어, 고급 칩셋의 고유 기능이 필요없어도 프리미엄 기능을 원하면 울며 겨자먹기로 고가의 제품을 사야했지만, 이제는 그만큼의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칩셋의 고유 기능을 제외하고 비슷한 가격대의 H97/ Z97 메인보드와 프리미엄 B85 메인보드를 비교해 보면, 역시나 프리미엄 B85 메인보드가 동급 가격의 상위 칩셋 제품을 위협할 정도임을 알 수 있는데, 이와 같이 메인보드 제조사들이 기존 고급형 B85 메인보드와도 차이나는 프리미엄급 B85 칩셋 메인보드 출시를 통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프리머엄 B85, 10만원 초반 보급형 H97과 Z97 대체 시도
10만원을 전후한 H97/ Z97 메인보드에는 특별한 특징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보급형 칩셋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본다면 경쟁사 모델은 물론이요 자사 제품 라인업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B85 칩셋 메인보드의 프리미엄화를 통해 제조사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그동안 방치되다시피한 10만원대 전후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10만원 전후의 메인보드는 주로 보급형 H97 메인보드와 일부 고급형 B85 메인보드가 있었지만, 기존의 고급형 B85 메인보드는 H97 메인보드와 컨셉이 겹치고 특별한 차별성이 없는데다 칩셋 자체의 스펙 차이로 그다지 호의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다.
또한, 10만원 전후의 H97 메인보드는 크게 두드러지는 부분이 없어 구매 동기가 약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비용을 더해 Z97 메인보드를 구매하거나 비용을 아껴 B85 메인보드를 구매한다는 선택지에서 고민하게 된다.
'B85 = 보급형 = 싼 가격'이라는 소비자 인식을 어떻게 깰 것인가
즉, 그동안 고급 칩셋만 썼을 뿐 평범한 기능으로 칩셋에 어울리지 않게 보급형 느낌을 주던 10만원 초반의 H97 칩셋 메인보드와 일부 Z97 메인보드를 최근의 프리미엄급 B85 제품으로 대체하고, 5만원 초중반대 엔트리 급 시장은 가성비를 중시한 일반적인 H81/ B85 메인보드로, 10만원 중후반 이상 가격대에서는 고급형 Z97 메인보드로 확실한 라인업 정리를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물론, 칩셋 자체의 스펙 차이가 있기에 싼 가격에 고급형 칩셋의 기능을 원하는 사용자를 위한 10만원 전후의 보급형 H97/ Z97 메인보드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의식했던 의식하지 못했던, 그동안 방기되어 왔던 고급 칩셋의 기능은 필요없지만 프리미엄 기능을 원하는 사용자층을 겨냥한 제품의 출시는 소비자에게 선택의 다양성을 제공하므로 분명 환영할 일이다.
바꿔 말하면, 그동안 선보이지 않았던 틈새 시장 공략용 제품을 출시해야 할 만큼 PC 시장이 어렵고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반증도 될텐데, 제조사 입장에서는 사용자들의 뇌리에 뿌리박힌 'B85 칩셋은 보급형이니까 메인보드 가격은 당연히 싸야한다'는 선입견을 해결하는 것이 프리미엄 B85 전략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