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절치부심해 만든 폴라리스 10 아키텍처 기반의 라데온 RX 480이 드디어
출시되었다.
제품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 전세대 모델보다 확실히 뛰어난 성능과 소비전력, 발열을
잡고 나왔다. 게다가 주구장창 강조했던 것처럼 1%가 아닌 다수 게이머의 접근성을 높인 가격 책정(4GB 모델 199달러), 발표 당시 기대 성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엔트리급 VR을 위한 그래픽 카드로 손꼽히던 GTX 970급의 성능.
제품 자체만 놓고 본다면 분명 라데온 RX 480은 당초 목표를 훌륭히 충족시킨
제품이지만, 기자는 RX 480이 오히려 AMD의 한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제품으로 본다.
RX 480의 문제 1. 최신 14nm 제품이 약 2년 전 28nm 제품과 경쟁
라데온 RX 480의 한계로 꼽히는 내용은 많지만 기자가 꼽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경쟁
제품이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엔트리급 VR 카드를 표방한 라데온 RX 480의 경쟁 상대는 공식
언급된 바 없지만 현 시장에서 이에 맞는 성능의 제품은 바로
2014년 9월 출시된 28nm 공정의 지포스 GTX 970 뿐이다.
즉, 14nm FinFET 공정의 제품의 경쟁 상대로 제조공정도 뒤진, 약 2년 전
출시된 제품을 내세운데서
AMD 기술의 한계를 명확히 나타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AMD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폴라리스 10 아키텍처 기반 라데온 RX 480의
CU 당 성능은 2세대 전 제품인 라데온 R9 290과 비교해 15% 향상된데 그쳤는데, 그렇다면 지난 세대서 GTX 970과
경쟁했던 라데온 R9 390과 비교한다면 성능 향상폭은 이보다 못하거나 동급일 것은 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여기에 라데온 R9 390이 40CU, 라데온 RX 480이 36CU인 점을 감안하면,
극닥적으로 이야기해 RX 480은 R9 380/ R9 380X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기보다 R9 390의 저전력 버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상을 남긴다.
타겟층이 다르긴 하지만, NVIDIA 지포스 GTX 1080이 CUDA 코어 기준
하드웨어 스펙이 유사한 GTX 980 Ti를 확실히 압도한 것과 달리, 라데온 RX 480은 R9 390과 엎치락 뒤치락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도 비교된다.
RX 480의 문제 2. 까탈리스트의 복불복 인식 되새김
RX 480의 또다른 문제는 바로 소비자에게 뽑기라는 인식을 남긴 튜닝 문제를 들 수
있다.
라데온 RX 480의 가장 치명적인 튜닝 문제는 바로 PCIe 슬롯을 통한 과다 전력
끌어오기를 들 수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PCI-SIG가 규정한 75W보다 최대 17% 이상 많은 88W까지 전력을 끌어다
쓰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대해 AMD는 해당 이슈가 일부 제품의 문제이며 드라이버 업데이트로 개선 가능한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일반 소비자입장에서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듯 제품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이슈로,
또 다시 소비자들에게 '까탈리스트'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또 다른 튜닝 문제는 기본 설정과 관련된 문제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라데온 소프트웨어 16.6.2 베타 버전에 추가된 와트맨의 설정을
간단히 만져주면 RX 480의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전력을 대폭 감소 시킬 수 있다는 체험기가 올라오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GPU 전압 차이는 최대 0.275V까지 발생한다.
개인 튜닝보다 AMD의 RX 480 기본 세팅 소비전력이 높은 것은 안정성이 우선되는
레퍼런스 설계의 특성상 각각의 GPU에 최적화된 튜닝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생산되는 전체 GPU를 아우르는 포괄 세팅
적용에 따라 감수해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게다가 흔히 수율이라 불리는 GPU별 편차에 따라 차이나는 사용자 튜닝(오버클럭/
저전압)을 거친 제품과 AMD의 레퍼런스 설계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합리적이라 보기 어렵지만, 어차피 RX 480 초기
생산분은 AMD 레퍼런스 설계 기반 제품인 만큼 튜닝에 따라 제품 특성 차이가 이슈화되는 것은 소비자에게 '뽑기' 관련
불안감을 주게 된다.
RX 480, 가능성 만큼이나 AMD의 한계 명시
AMD 라데온 제품군만 놓고 본다면 RX 480은 분명 잘 나온 제품이다.
문제라면 보다 개선된 공정과 아키텍처를 기반으로도 경쟁사의 2년 전 제품을 확실히
압도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AMD 기술력의 한계를 명확히 각인시켰고, PCIe 전력 과공급 문제와 드라이버 튜닝
문제로 '까탈리스트'의 악몽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게다가 간판으로 내세웠던 4GB 모델 기준 199달러 가격의 RX 480은 엔트리급 VR
카드를 표방한 것에 적합한 성능으로 당초 목표에 딱 맞게 나왔지만 시장에 선보인 모델은 239달러 가격의 8GB
모델이었다.
대표 PC용 VR 디바이스인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Vive PC의 가격이 RX 480
8GB 모델의 두 배 이상으로 접근성이 높지 않은 현 상황에서, 실제 소비자들 역시 제품 출시에 앞서 그렇게 강조되었던
4GB 모델에 대해 높여왔던 기대가 무너지며 AMD에 대한 실망으로 표출되고 있다.
어느 분야나 그렇지만 한 번 벌어지기 시작한 기술 격차나 돌아선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동안 '암레발(AMD + 설레발)'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또 다른 '암레발'을
선사한 라데온 RX 480은 외장 그래픽 경쟁에서 AMD의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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