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7일 국립전파연구원의 행정처분에 따라 1,696개의 제품의 전파법 인증이 취소되었다. 이에 보드나라에서는 '중고거래
하다 형사처벌?,전파법 위반 대거 적발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라는 기사를 작성한 바 있는데, 한달이 지난 지금 피해는 결국 소비자의
몫이 되는 모양새다.
우선 전파법을 위반한 업체 중 어느 한 곳도 공식 입장을 밝힌 곳이 없다. 한 달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폐업한 9개의 업체를 제외하여도
369곳이라는 적지 않은 수의 업체가 남는데, 행정처리에 따른 절차 및 사후처리에 관해 이야기하는 곳은 아무 곳도 없었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는 소비자가 아직도 상당수라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합법적으로 구매한 제품을 중고로 판매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거라고 어느 누가 상상이나 하겠나. 심지어 몇몇 전파법 인증 취소 제품은 아직도 오픈마켓에서 인증 통과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으니 의심을
하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소비자다. 전파법 인증이 취소된 제품은 중고 거래는 물론이고 A/S도 받을 수 없다. 전파법 위배 제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전파법 제84조에 따르면 적합성 평가가 취소된 기자재는 미인증 기기에 해당하며, 중고거래(개인 간 거래 포함) 등 판매행위를 하다
적발될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1.696개 제품 중 전자파 관련 14건 외에 사용은 가능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국립전파연구원도, 행정처분에 대한 공식발표가 전무한 업체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이번 전파법 취소 사태에는 HIKVISON, DJI, 화웨이, 브리츠, 레이저, 삼성전자(하만 카돈, JBL) 등 유명
업체가 연루되어 있는데도 아무런 입장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 어느 곳에서도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으니 소비자의 혼란만 가득할 뿐이다. 중고거래를 하면 안 되는지, 내가 구매할 제품은 전파법
인증 취소가 안 된 제품인 건지, A/S는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 건지 모든 문제가 오리무중이다. 거기에 더해 전파법이 도대체 무엇인지, 전파법
인증이 취소된 제품이 위험한 건 아닌지, 사용상 안전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사용상 신체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제품은 1,696개 중 42개
제품이다. 42개는 전자파 인체보호와 관련된 제품으로 현재 국립전파연구원에서 자체적으로 시험 중에 있다. 그리고 그중 28건은 통과, 나머지
14건은 확보 즉시 시험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14건에는 타치온 무전기, 타이탄 VR고글, 라디오텍 무전기, DJI 조종기 제품 등이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국립전파연구원의 미확보 전자파 인체보호 기준 대상 제품(클릭
시 이동)을 확인하면 된다.
즉, 현재 14건을 제외하고는 전파법 인증이 취소된 제품일지라도 사용상의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전파법 인증 취소는 유통이 금지된 것이지
개인의 사용이 금지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듯 전파법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렇기에 이번 전파법 사태를 한 번 더 명확히 짚을 필요가
있다.
문제1. 중고거래를 할 수 없다.
전파법 위배 제품은 개인의 사용 이외에 모든 부분이 문제가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중고거래의 제재다. 전파법에 따라 미인증 제품의 개인 간 거래와
무료 나눔은 처벌 또는 분쟁의 소지가 있다.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국립전파연구원 측에서는 처벌 또는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주의를 시킨 상태(클릭
시 이동)다.
물론 전파법을 위반하여 중고거래를 한다 하여도 처벌까지는 받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신고가 접수되면 무조건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게 문제다.
조사와 처벌은 별개다. 소비자는 합법적인 제품을 구매해 아무 생각 없이 중고로 판매하였는데, 덜컥 경찰서에서 조사를 한다고 하면 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소요된 시간과 정신적 스트레스는 소비자의 몫이 된다.
문제2. A/S를 받을 수 없고, 리퍼 시 불법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가 비교적 싼 직구제품 대신 국내유통제품을 사는 이유 중 하나는 A/S다. 하지만 전파법 위배 제품은 부품 역시 유통이 금지되어
국내에서 A/S를 할 수 없다. 제품이 고장나 국내 A/S센터를 방문하여도 부품이 없기에 수리를 할 수 없으며 결국 RMA을 통해 본사에서
수리를 받거나 리퍼를 받아야 한다. 이조차도 스트레스인데, 더 큰 문제 역시 생길 수 있다는 게 문제다.
합법적 제품을 보냈는데 인증 취소 제품, 즉 불법 제품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DJI의 매빅
에어2는 R-C-dji-MA2UE1N(이하 MA2UE1N) 인증번호를 취소당하였기 때문에 전파법 위반 제품이
되었다. 하지만 동일 모델 다른 인증번호인 R-C-dji-MA2UE3W(이하 MA2UE3W)를 부여 받은 제품은
위반 제품이 아니다. 지난 2020년 10월 5일 새롭게 전파법 인증을 받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즉, 2020년 10월 5일 이후 생산되는 매빅
에어2는 전파법 인증 제품, 이전 제품은 불법 제품이란 소리다.
그러다보니 초기 불량이나 중고 제품을 새롭게 정비하여 내놓는 리퍼제품 재고가 이전 제품으로 출고될 가능성이 있다. 합법제품이 불법제품으로
돌아올 위험도 존재한다.
문제3.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전파법 인증 취소 제품
이런 식의 특수한 상황은 소비자가 구분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DJI 매빅 에어 2는 전파법 인증번호 R-C-dji-MA2UE3W만 정상
판매가 가능한 제품이다. 하지만 DJI 드론 판매점 상당수가 전파법 인증번호를 명시하지 않은 채 판매된다. MA2UE3W 인증번호 제품을
판매하는 건 당연히 이야기지만, 재고 등의 이유로 MA2UE1N 제품이 도착해도 대부분의 소비자는 모른 채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재인증은커녕 취소된 제품이 아무런 제재 없이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스피커 제품이 대표적으로 브리츠는 64건의 제품이 전파법
인증이 취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제품 판매가 유지되고 있다. 수많은 업체가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관리가 어렵기 때문인데, 구매한 소비자는
눈 뜨고 코 베이는 셈이다.
개인 소비자가 신경써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렇듯 심각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어떤 업체에서도 소비자에게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는 상태다. 소비자는 답답할 따름이다. 현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조차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국립전파연구원에 현 상황을 물어보았으나, 이번 사태는 본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정책국)으로 넘어갔다고 하여 본청에 재차 연락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 답변을 들을 수 없었기에 적합성 여부에 대한 계획서를 제출한 업체는 있는지, 환불/교환 절차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렌트 제품은 어떻게 되는지,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을 담아 이메일을 보내놓은 상태다.
이번 사태는 개인 소비자가 조심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실 개인 소비자가 조심해야 하는 것 자체도 황당한 일이다.
합법이기에 구매했는데 불법이 된 제품의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다니, 일각에서는 개인재산권 침해가 아니냐는 의견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심지어 드론과 같은 통신장비는 업체 측에서 유예기간 내에 전파 적합성 평가를 제출하지 않을 시 안정성 인증이 취소되어 사용조차 못 하게
된다. 아직 재검증 기간이 남아있지만, 소비자의 걱정만 늘어갈 뿐이다. 이번 사태의 잘못은 소비자에게 있을까? 잘못 없는 소비자는 왜 피해를
입어야 할까? 의문만 늘어가는 현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