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Blizzard Entertainmnet)의 액션 RPG 게임 '디아블로2: 레저렉션(Diablo II:
Resurrected)'이 정식 출시를 한 달 앞두고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실시했다.
8월 14일 시작됐던 사전 체험 테스트가 디아블로2 레저렉션을 사전 구매했던 유저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8월 21일~23일에 실시한 오픈
베타 테스트는 게임을 구매하지 않은 사람들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이름 그대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테스트였다.
이번 베타 테스트는 아직 개발 중인 게임 콘텐츠를 통해 실시됐으며 확장팩을 포함한 전체 5막(ACT) 가운데 2막까지만 플레이 가능했으며,
1차 알파 테스트에서 선택 가능했던 원소술사(소서러스), 야만용사(바바리안), 아마존에 이어 새롭게 드루이드, 성기사(팔라딘) 직업이 포함됐다.
강령술사(네크로맨서)와 암살자(어쌔신), 그리고 나머지 3막~5막까지 스토리 모드는 정식 출시 이후에 만날 수 있지만, 게임 자체는
오리지널 디아블로2의 리마스터 버전에 해당하므로 직업과 기술, 스토리가 바뀔 일은 없다.
4K로 변화한 리마스터 그래픽, 효과는 굉장했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하 레저렉션)에서 가장 큰 변화는 4K UHD(2160p) 해상도를 지원하는 새롭게 리마스터 된 그래픽으로, 사실상
레저렉션의 거의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디아블로2 오리지널도 당시에는 최신 3dfx사의 부두(Voodoo) 그래픽 카드 글라이드(Glide) 모드를 이용한 3D 효과를 통해
놀라운 비주얼로 호평을 받았으나, 최대 800x600 해상도까지만 지원하는 게임 그래픽은 지금에 와서는 도트로 찍은 2D 고전 게임을 보는
느낌을 준다.
PC 버전에서는 G키를 누르면 디아블로2 오리지널 느낌의 '레거시(Legacy)' 모드로 전환, F키를 누르면 화면의 확대/축소 기능을 지원해
리마스터 그래픽과 레거시 모드를 언제든지 자유롭게 전환하고 그래픽 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
플레이어의 캐릭터는 물론 각종 장비와 아이템, 배경 및 다양한 오브젝트, NPC, 용병, 괴물, 그리고 화려한 효과를 자랑하는 기술과 주문도 모두 리마스터된 그래픽으로 보여진다.
이는 먼저 출시했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와 같은 방식이다. 스타크래프트 때도 4K 그래픽 리마스터와 16:9 와이드 스크린 지원, 음성 및
음량 리마스터, 새로운 시네마틱 영상, 한국어 포함 더 많은 언어 지원, 클라우드 저장, 강화된 서사, 대전 상대 찾기 & 순위표 지원
등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물론 4K 리마스터 그래픽으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레저렉션 플레이에 필요한 시스템 사양도 그만큼 올라갔다.
PC 버전에서는 최소 사양으로 윈도우 10 운영체제와 인텔 코어 i3-3250 또는 AMD FX-4350 CPU와 8GB 메모리, 엔비디아
지포스 GTX 660 또는 AMD 라데온 HD 7850 그래픽 카드, 1280x720 화면 해상도, 30GB의 저장공간을 요구한다.
권장 사양은 이보다 높은 인텔 코어 i5-9600K 또는 AMD 라이젠 5 2600 CPU, 16GB 메모리,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60 또는 AMD 라데온 RX 5500 XT 그래픽 카드, 1920x1080 풀HD 모니터를 필요로 한다.
디아블로3보다 많은 최대 8명의 동시 플레이가 가능한 멀티플레이 환경을 감안하면 리마스터 된 그래픽으로 8명이 함께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만큼 고사양 시스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시네마틱 영상, 그리고 한글화 vs 한국어화
리마스터 된 그래픽 만큼이나 게이머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은 새로운 시네마틱 영상이다. 블리자드는 디아블로2 출시 당시에도 게임 설치
CD, 플레이 CD, 그리고 시네마틱 영상 CD를 따로 구성했을 정도로 영상 품질에 신경을 썼으며 스토리 진행과 게임 몰입에 있어서 필수
요소였다.
베타 테스트에서는 2막까지만 공개되어 디아블로2 전체 시네마틱 영상(확장팩) 가운데 2개만 볼 수 있는데, 최근 그래픽 기술로 바뀌었으나
화면 구성과 움직임은 오리지널의 시네마틱 영상을 그대로 따라간다.
게임 화면과 달리 시네마틱 영상에는 레거시 모드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리지널 영상으로 전환해 비교해 볼 수는 없지만 오리지널과
레저렉션 시네마틱 영상을 비교한 영상들은 유튜브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오리지널 디아블로2는 영문판으로 출시되고 이후 한글 패치가 제공되면서 시네마틱 영상은 영어 대사로 처리되고 자막이 덧씌워진 방식이었다.
게임 속에서 보여지는 캐릭터 이름이나 기술, 아이템도 모두 영문판 그대로 한글로 표시했다.
그러나 블리자드코리아가 들어오고 나서 국내 출시된 블리자드 게임들은 성우를 고용해 한국어 음성 및 완전한 현지화 번역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번에 출시되는 레저렉션도
디아블로3처럼 시네마틱 영상에서 자막 없는 한국 성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게임 본편에서도 각종 NPC의 대화가 자막 뿐만 아니라
음성으로도 한국어 출력된다.
다만 오리지널 디아블로2에서 친숙한 각종 스킬과 아이템 이름을 일방적으로 바꿔버리면 올드 유저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는지
레저렉션 오픈 베타에서는 디아블로3 스타일의 현지화된 단어를 쓰고 레거시 모드로 전환했을 때 오리지널의 영문 번역체를 지원하는 것으로 타협하고 있다.
개선됐지만 체감이 안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레저렉션 오픈 베타에서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 계속 단점으로 지적되지만 세세하게 살펴보면 게임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편의성을 개선하는 시도는 이뤄지고 있다.
레저렉션의 게임 UI는 와이드 스크린을 기준으로 변경되어 캐릭터 프로필과 인벤토리 창을 동시에 띄워도 화면을 완전히 가리지 않고 캐릭터
모습이 보여지므로, 마을 외부에서 아이템을 살펴보다 갑자기 공격을 받고 사망할 위험이 줄었다.
캐릭터 프로필이나 스킬 트리 창의 형태도 바뀌었고, 입수한 아이템을 현재 착용한 아이템과 비교하기도 쉽다. 용병을 고용할 때도 훨씬
알아보기 쉽게 용병 리스트가 구성된다.
바닥에 떨어진 골드를 일일히 클릭하지 않아도 그 위로 지나가면 자동으로 입수하게 된다거나, 멀티플레이에서는 방에 입장할 때 자동으로 파티를
구성하게 되어 매번 먼저 들어온 사람에게 파티를 요청(pt plz)하지 않아도 된다.
좁은 개인 보관함 공간 때문에 오리지널에서는 실제 플레이에는 쓰지 않고 오직 아이템 보관 만을 위해 창고 캐릭터를 따로 만들었는데,
레저렉션에서는 개인 보관함 크기를 늘리고 디아블로3에서 같은 계정에서 생성된 여러 캐릭터들이 함께 쓸 수 있는 공유 보관함 탭을 추가했다.
다만 공유 보관함 탭 숫자가 디아블로3만큼 많지 않으며 보관함 부족의 가장 큰 원인에 해당하는 물약이나 보석, 룬처럼 같은 아이템을 겹쳐서
숫자로 보관할 수 있는 기능을 오리지널의 게임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제작진이 수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싱글 플레이 중에는 여전히 계속 포털을 열고 마을을
오가면서 물약을 챙겨야 하는 불편한 플레이를 요구한다. 어떤 유저는 전체 게임 시간 중 절반이 전투, 절반이 인벤토리 정리에 소모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장 불편한 점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세세한 작은 것들을 개선했기 때문에 큰 불편함에 개선된 모든 게 가려진 느낌이다.
긴장감 넘치는 전투, 다른 의미에서 긴장감 넘치는 용병 및 멀티플레이
핵 앤 슬래시 스타일 액션 RPG 게임 장르 시대를 열었던 디아블로 시리즈답게 레저렉션의 전투 시스템은 디아블로2의 긴장감을 고스란히
가져온다.
디아블로3는 기본 난이도 하향으로 대균열 고위 단계가 아니면 생존에 위험을 받지 않는 수면블로가 됐지만, 레저렉션 오픈 베타는 스토리
진행도 캐릭터 레벨도 아이템도 아직 완전히 갖추지 못해서인지 전투가 까다롭다.
물론 디아블로2 자체가
무작정 뻥튀기되는 아이템이나 스킬 효과가 적고 난이도가 올라가면 원소 공격 효과에 내성을 가지거나 데미지를 반사하는 몬스터가 늘어나기 때문에
스킬과 장비를 잘 갖추지 않으면 도전하기 어렵다.
특히 디아블로2 시절부터 있었던 맵 구조에 따라 용병이 계단이나 모서리에 걸려 플레이어를 따라오지 못하는 현상이라던가 전투 중 렉 때문에 플레이어 또는 몬스터가
엉뚱한 장소로 이동하는 현상을 오리지널에 충실(?)하게 재현해놓은 탓에 예기치 못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멀티플레이에서는 아무래도 디아블로3처럼 각자의 아이템이 따로 습득하는게 아니라 필드에 떨어지는 아이템을 누구나 주울 수 있는 방식이고
PK를 통해 필드에서 상대방을 죽일 수도 있으므로 다른 의미에서 긴장을 멈출 수 없다.
반갑고도 생소한 멀티플레이, 래더 시즌에는 익숙해질까
디아블로3와 현재 개발 중인 디아블로4가 최대 멀티플레이 인원을 4명으로 제한한 것과 달리 디아블로2는 최대 8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게임에 참여할 수 있었고, 이는 레저렉션에서도 동일하게 지원된다.
이번 오픈 베타 테스트에서도 래더 시즌은 열리지 않았지만 멀티플레이 참여는 가능했기 때문에 많은 플레이어들이 1막과 2막을 공략하거나
레벨업과 아이템 수집을 위해 팀을 이뤄 게임을 즐겼다.
다만 대기실에 표시되는 방들은 만든지 오래되었거나 본인의 캐릭터 레벨과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함께 퀘스트를 깨거나 비슷한 수준에서
레벨업을 하려면 공개 게임을 찾기보다는 미리 등록한 친구들과 함께 방을 만드는 쪽이 훨씬 편하게 느껴졌다.
물론 이 문제는 디아블로3와 마찬가지로 일단 래더가 열리고 퀘스트나 레벨업이 아닌 아이템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만렙 캐릭터들이 늘어나면
대충 해결될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플랫폼간 진척도 공유, 이걸 몇 개나 사야 하나
오리지널 디아블로2는 윈도우와 Mac에서만 플레이 가능한 PC 게임이었으나 후속편 디아블로3는 PC 뿐만 아니라 PS3/PS4, Xbox
360 및 Xbox One, 그리고 닌텐도 스위치까지 주요 콘솔을 모두 지원하는 멀티 플랫폼 게임으로 출시됐다.
리마스터 된 레저렉션도 PC 버전 외에 PS4/PS5, Xbox One 및 Xbox Series X|S, 닌텐도 스위치 버전이 출시되며,
플랫폼간 진척도 공유를 지원할 예정이라 디아블로3 때러첨 게임기마다 캐릭터를 따로 키우지 않아도 된다.
PC 버전에서도 게임 패드 플레이를 지원하므로 처음부터 게임 패드를 사용하면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기종으로 게임플레이 진척도를
유지할 수 있다.
물론 플랫폼별 게임을 별도 구매해야 한다는 점은 같지만 PC 유저는 닌텐도 스위치, PS5나 Xbox Series X|S 유저도 노트북
또는 닌텐도 스위치 버전을 구입하면 집에서도 밖에서도 언제든지 레저렉션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추억팔이로 끝내기에는 아까운 레저렉션
오리지널의 게임성을 유지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너무 강해서인지 몰라도 레저렉션 베타 테스트는 처음에는 반갑다가 조금 지나면 불편한 점만
눈에 들어온다. 디아블로2의 추억에만 젖어 있기에는 그 동안 너무도 많은 게임들을 즐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레저렉션이 출시되고 이후 디아블로 이모탈과 디아블로4까지 출시되면 디아블로 시리즈는 블리자드 프랜차이즈 가운데 가장 많이 서비스 되는
게임이 된다.
아무리 리마스터라고 해도 스타크래프트처럼 PC 유저만을 대상으로 출시한 것도 아니고 어차피 멀티 플랫폼 게임으로 새로 만들고 진척도 공유도
되는 마당에 레거시 모드를 고집하는 소수의 올드 유저를 위해 신규 유저나 멀티플랫폼 유저들이 20년 전 인터페이스를 참고 써야할 필요가 있을까?
블리자드는 레저렉션 오픈 베타 기간 동안 플레이어들에게 계속 설문 조사를 받았는데, 부디 여기 포함된 인터페이스 개선에 대한 유저 의견들을
신중하게 검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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