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에 녹이 슬었다는 글에 대해
 머피
 조회 : 5854 , 2010/01/20 14:20
  이 게시물의 태그 : 하드디스크
꾸벅.
눈팅만 하던 유저입니다만, 관심사(?)가 있어서 끄적.. :)
하드디스크에 녹이 슬었다는 내용에 대해 베스트게시물로 올라온 것이 있더군요.
감자나무님이 설명을 해 주셨지만, 좀 더 정확한 정보전달이 필요할 것 같아서 몇글자 적습니다.

아시다시피 RoHS (흔히 로하스-LoHAS-라고 불리는 것과는 좀 다르죠? :) 혼동되는지라 저는 그냥 RoHS라고 부릅니다.) 때문에 전자제품 뿐만이 아닌 모든 공산품에서 납의 사용은 대단히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RoHS라는 지침은 유럽연합에서 2002년에 발효된 유해물질제한규정을 의미합니다. 여기에는 납 외에도 6가크롬이라던가 기타등등이 들어있는데..

공교롭게도 납은 전자제품에서 뺄 수 없는 요소입니다.
흔히 '납땜'이라고 말하는 Soldering 과정에서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물질이었습니다. 특히나, SMT(표면실장기술..이라고 번역합니다.) 부품들이 늘어나면서 고온계 솔더의 사용이 늘었고 이러한 자재에는 납을 대체할 물질 찾기가 대단히 어려웠습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대체물질을 찾기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하였고, 그 대안으로 대두된 것이 금, 침전은(immersion silver), 침전주석, OSP(보존계 유기솔더링 어쩌구 하는데 저도 잘 모릅니다. 핫핫.) 등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좋은 특성을 보이는 것은 누가 뭐래도 금입니다.
솔더링 하기도 좋고, 전기적 특성도 매우 좋습니다. 보존성도 좋고 뭐도 좋고 여하튼 뭐 다 좋은데, 가격이 지랄맞고 공장에서 이거갖고 작업하기가 좀 복잡합니다. 작업 복잡한거야 노가다로 때운다고 해도 지랄맞은 가격은 뭐 대안이 없는겁니다. 그래서 탈락.

그 외의 여러가지 중에서, 그래도 특성이 좋은 것은 침전은입니다. 침전은은 금보다 많이 싼데다가(물론 납을 사용한 solder보다는 비쌉니다) 각종 특성이 본래의 납 함유 땜납과 유사하거나 그 이상입니다. 그래서, 상당수의 업체들이 침전은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침전은이 갖는 단 하나의 단점이 있는데, 바로 흔히 지적당하는, '녹이 슬었다' 또는 '탔다' 라고 오해를 받을정도의 변색된 표면입니다. 이러한 표면은 PCB 위에 코팅된 침전은이 공기중의 황, 염소, 산소와 결합하여 황화은, 황산은, 염화은이 되면서 발생합니다. 이는 은이 갖는 화학적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어떻게... 막을 방법이 참 애매하다고 할까요.. :)

대신, 이렇게 변색된 표면이 주는 특성상의 변화는 딱 한가지입니다. 바로 솔더링 과정에서의 접합성이 떨어진다는 것인데요, 다행히도 그런 변화는 제품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공장에서 PCB에 침전은이 입혀진 다음 바로 SMT 장비를 통해 그 위에 각종 부품이 올라가기 때문에, 부품간 결합과정에서는 변화된 표면이 생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후의 변색은 공기중의 각종 화학물질 함유량이 얼마인지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물론 노출된 시간도 영향을 받...는데, 그렇다고 HDD를 생산한다음에 오래 있다가 보낸다..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PCB만 먼저 만들어놨던 것이겠죠. :) 아무래도 PCB의 경우는 공통자재(유사한 Family라면 공통된 PCB를 사용하겠지요? 예를 들어 320GB나 그 이하의 Caviar Blue는 전부 PCB가 동일..-ㅂ-)이다 보니 미리 만들어두었다가 쓰게 됩니다.

즉, 친환경을 목적으로 하는 자재 변경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니만큼, 안심하고 사용하셔도 무방하다 하겠습니다.
중고포장, PCB 버닝.. 이런거면 PCB 외의 다른 부분에 좀 더 심각한 이상이 보인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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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ft nift님의 미디어로그 가기  / 10-01-20 14:27/ 이댓글에댓글달기
  정확한 정보 감사드립니다. 참고 하겠습니다.
  whoru deathesp님의 미디어로그 가기  / 10-01-20 16:15/ 이댓글에댓글달기
  일반 사용자들은 사전지식이 없으니 사이트에 이런건 정상이라고 제조사가 공지해주는겍 좋을것같습니다. 저도 왠만큼 지식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오해할뻔했으닌까요
  연지벌레 duswl1님의 미디어로그 가기  / 10-01-20 16:18/ 이댓글에댓글달기
  생산현장 경험이 있으시거나, 현재 종사중이신 것 같은 포스네요..^^ 잘보았습니다.
RoHS가 EU환경 기준인건 알았으나...로하스랑 같은 것인줄 착각하고 있었네요. 덕분에 잘못알고 있던 지식 깨우치고 갑니다.^^
음..그래도 산화나, 황화, 염화..라고 해야하나요. 하여튼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현상이니 녹이 스는 거라고 말할 수는 있지 않을까요? 철과 산소가 반응하여 생기는 것이 녹이니...산화은 같은 경우도 녹이 슬었다고 말 할수 있지않나요?...
잘모르는 이가...끄적여봅니다...(잘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뭐라고 하지 말아주세요.ㅜ.ㅜ) 화학 안본지가 10년이 넘었습니다.
  폭부양군 ryol84님의 미디어로그 가기  / 10-01-20 16:57/ 이댓글에댓글달기
  흠 그렇군요~~

은이 부식되는거군요~~

초음파 세척이라도 ㅎㅎ
  머피 / 10-01-20 17:01/ 이댓글에댓글달기
  Whoru // 사실 HDD 뿐만 아니라 모든 전자업계에 공통으로 해당되는 것이고 White paper도 조금만 찾으면 나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PCB 표면은 일반사용자들이 보기 쉽지 않다 보니 업계에서 대 소비자용으로는 크게 대응할 필요를 못느끼는 것 같아요. :) HDD처럼 "PCB가 겉으로 드러나 있는 일반소비자용 제품"은 그리 흔한게 아니거든요.

연지벌레 // 산화은이 주가 된다면야 녹슨다..라고 해도 무방하겠는데, 아무래도 황화은/황산은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크다보니 그냥 '녹슨다'라고 뭉뚱그리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것 같아서 저렇게 썼습니다. ;)

폭부양군 // 유감스럽지만, 쉽게 없어지는 tanning이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ㅂ-;; PCB의 구리접점 표면에 은이 얇게 도포되고, 그 위로 약 100~2000 옹스트롬 두께로 태닝된 색상의 표면이 생기는데 이게 대단히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다고... -ㅂ-;;;;;
  허접프로그래머 valkyrie님의 미디어로그 가기  / 10-01-20 17:23/ 이댓글에댓글달기
  자세한 정보 감사합니다. 이런 사항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대박인생 bigfog님의 미디어로그 가기  / 10-01-20 20:07/ 이댓글에댓글달기
  오~ 자세하고 읽기편하네요. 좋은 정보 잘 보고 갑니다. ^^
  Meho ho5945님의 미디어로그 가기  / 10-01-20 21:56/ 이댓글에댓글달기
  정말 좋은 글이네요. 그런데 한가지 말씀드리고픈게 있는데, 'HDD를 생산한 다음에 오래있다가 내보내는게 아니다.'라고 주장하셨는데 감자나무님이 쓰신 글에는 볼트 근처에도 산화된 흔적이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럼 머피님께서 말씀하신 'PCB만 먼저 만들어 놨다.'라는건 수정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PCB만 만들어 놨으면 볼트 근처에는 산화될 이유가 없을것 같아서요..
  슈퍼굼벵이 yassyy님의 미디어로그 가기  / 10-01-21 11:31/ 이댓글에댓글달기
  꼭 읽어봐야 할 글이네요 ....
항상 껍데기만 살펴보고 사용하니 안에 무엇이
어떻게 되어있나 전혀 모르고 있었죠
  민물장어의꿈 / 10-01-22 19:31/ 이댓글에댓글달기
  그동안 모르고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저의 잘못된 지식을 바로 잡아주는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Robbie / 10-02-26 11:24/ 이댓글에댓글달기
  전문가다운설명 감사합니다
  푸스야 / 10-03-15 0:52/ 이댓글에댓글달기
  몰랐던 내용인데 고맙습니다.
땜질 색이 이상하다고 as받을 생각하지 않게 된것만해도 참 다행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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