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는 겨울비와는 달랐다. 차갑지 않고 부드러웠다. 방수 자전거 고글을 쓰고 달리는 동안, 길가의 잎들이 비에 젖어 더욱 선명한 분홍빛을 띠었다.
물방울이 스포츠 고글에 맺힐 때마다 세상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꽃비가 내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젖은 아스팔트 위로 비치는 벚꽃의 반영이 마치 그림 같았다.
도중에 들른 전통 찻집에서는 따뜻한 대추차와 함께 잠시 휴식을 취했다.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운치 있었다. 비에 젖은 정원의 풍경이 한 폭의 수묵화 같았다.
이런 날씨에 자전거를 타는 것이 무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 가을비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자연의 축복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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