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밴은 SUV도, 세단도 아니다. 친한 친구처럼 편하고 푸근한 아빠와 어울리는 차다.
이런 차론 기아차의 올 뉴 카니발이 가장 대표적이다. 현대차 그랜드 스타렉스도 같은 미니밴이지만 솔직히 이 차는 승차감과 거리가 멀다. 단시간에 많은 인원을 실어나를 수 있는 후륜 구동 미니 셔틀 버스에 가깝다. 과속 방지턱을 넘으면 온 몸으로 노면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전륜 구동인 올 뉴 카니발은 다르다. 세단도 아닌데 승차감이 좋고, SUV도 아닌데 시점이 높아 운전하기 편하고 여행갈 때 필요한 짐도 많이 싣는다. 이래서 아빠들은 같은 미니밴이라도 카니발을 더 선호한다.
특히 올해 출시된 기아차 올 뉴 카니발 7인승 리무진은 아빠 입장에서 무척 기대되는 모델이다. 11인승 차체에 시트를 7개만 설치해 널찍한 실내 공간을 확보했을 뿐더러, 우등 버스의 착좌감을 느낄 수 있는 시트를 구성해 편안한 가족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글쓴이는 올 뉴 카니발 7인승 리무진을 시승해 몇 가지 특징을 살폈다.
■ 편한 2열 좌석, 레버 수는 조금 줄여줬으면
올 뉴 카니발 7인승 리무진에서 2열 좌석은 승객 입장에서 정말 넓고 편하다.
가로 방향으로 넓은 윙 아웃 헤드레스트에 무릎을 들어 올리는 레그 서포트가 마음에 든다. 이 구성은 28인승 우등 버스에서나 찾을 수 있는 기능이다. 중형 세단의 뒷 좌석보다 안락하고 편안한 착좌감을 느낄 수 있다. 장거리 여행 시 시트를 뒤로 조금 눕혀 잠을 청하기 좋다. 그럼에도 한 가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2열 시트의 위치를 조정할 레버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시트 폴드와 앞뒤 슬라이드, 좌우 슬라이드, 레그 서포트가 개별적이다. 같은 역할을 하는 레버는 같은 위치에 두거나 통합하는 것으로 레버의 수를 2~3개 정도로 줄이는 것이 좋겠다.
▲ 4인 가족 기준에선 2열 좌석을 이렇게 배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2열 좌석의 사이 간격은 좌우를 최대한 늘어뜨리면 성인 남성이 드나들 수 있을만큼 나온다. 4인 가족 기준으로 활용한다면 사진처럼 간격을 좁히면 된다. 시트 좌우를 늘어뜨릴 경우 턱에 걸려 앞뒤 슬라이드와 시트를 뒤로 눕힐 각도의 범위가 제한되므로 탑승할 인원 수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
■ 3열 좌석은 꺼내기 힘들다? 힘보다 요령이다
올 뉴 카니발 7인승 리무진의 3열 좌석은 2열 좌석 다음으로 중요하다. 이 차를 살핀 운전자 중 일부는 9인승 및 11인승 카니발의 4열 팝업 싱킹 시트보다 불편하다고 말한다. 4열 싱킹 시트보다 더 많은 힘으로 잡아 당겨야 하고, 다시 시트를 편편하게 집어 넣는 것도 무척 힘든 일이라 생각해서다. 여성이나 노약자 입장이라면 이해 못 할 내용은 아니지만, 요령을 알면 시트 세우기에 많은 힘을 들일 필요는 없다.
▲ 올 뉴 카니발 7인승 리무진의 3열 시트는 이렇게 펴고 접으면 된다.
시트를 세우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번 표시된 풀 레버를 위로 잡아당겨 앞으로 밀 듯이 일으켜 세운다. 연결 고리에 걸려 딸깍 소리가 나면 2번 표시된 벨트를 뒤로 잡아 등받이를 세운다. 마지막으로 헤드레스트를 세우면 끝이다.
문제는 시트를 접을 때다. 시트를 세울 때의 역순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헤드레스트를 아래로 내리고 벨트를 잡아당겨 등받이를 앞으로 완전히 눕힌다. 풀 레버를 위로 세워야 연결 고리가 풀려 시트를 집어넣기 쉬워진다. 힘 센 아빠 입장에선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다.
■ 3열 좌석은 2열 좌석의 배려가 필요해
3열 좌석에 앉아서 바로 든 생각은 답답함 그 자체다.
7인승 SUV의 형식적인 3열 시트보다야 낫지만, 역시 성인 남성이 앉아 가기엔 부족한 무릎 공간이다. 자세를 편하게 취해 앉았는데도 머리가 루프에 닿을락 말락이다. 루프가 높은 올 뉴 카니발 하이리무진이라면 상황이 다를지 모르겠는데, 이 차에선 2열 좌석의 배려 없이 장거리 여행은 힘들다.
3열 좌석에 키가 작은 어린이를 태우고 가는 상황이라면 이 좌석에 태우고 가는 게 괜찮겠지만, 1열 및 2열 좌석과 달리 썬루프가 없어 개방감은 다소 부족하다. 안전 벨트는 가운데 좌석을 포함해 모두 3점식, 헤드레스트도 모두 달려있다.
굳이 성인 남성 혹은 여성이 앉아서 가야하는 상황이라면 가운데에 앉히길 바란다. 3열 좌석의 좌우는 다시 말하지만 성인이 앉아서 갈 만한 자리가 아니다.
■ 선글라스 케이스를 대신한 작은 배려
룸 미러 바로 앞의 수납함은 보통 선글라스를 넣기 위한 용도로 알고 있다.
올 뉴 카니발 7인승 리무진에선 이곳에 선글라스를 넣을 수 없다. 바깥으로 굴곡진 와이드 미러를 이용해 3열 좌석에 앉은 승객까지 한 눈에 확인하는 용도로 쓴다. 적어도 이 차를 운전할 아빠라면 혼자만 즐기자고 여행을 가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미니밴답게 여기저기 수납할 공간도 많다. 센터 콘솔과 대시보드 및 동승석 글로브 박스, 하부 수납함, 2열 좌석 승객을 위한 콘솔 수납함 등 휴대용으로 가지고 있는 웬만한 물건을 담기 좋다. 스마트폰 고속 충전을 위한 USB, 다른 전자 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최대 200W 출력의 차량용 220V 인버터, 2열 좌석 우측에 버튼으로 동작하는 전자식 에어 컨디셔너 기능까지 모두 구성돼 있다.
■ 파워 슬라이딩 도어, 다치지 않을까?
파워 슬라이딩 도어는 임의로 설치한 자동문보다 천천히 열리고 닫힌다. 스마트키에서 슬라이딩 도어 버튼을 2~3초 간 누르면 알아서 열리고 한 번 더 누르면 자동으로 닫힌다. 운전석에서도 버튼으로 2열 좌석의 좌우 슬라이딩 도어를 여닫을 수 있으며, 2열 좌석은 도어 버튼이 독립적으로 구성돼 있다.
파워 슬라이딩 시 도어의 여닫히는 속도는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열리고 닫히는 문보다 느리지만 적어도 손가락을 찧거나 해서 다칠 염려는 없다. 슬라이딩 도어에 사람의 다리나 팔이 걸리면 그 자리에서 다시 열린다. 도어가 열리는 뒷쪽에 위치해도 마찬가지다.
일부 운전자는 이 파워 슬라이딩 도어가 닫히는 속도가 느려 별로라 하지만, 글쓴이 입장에선 이 정도면 괜찮다. 아빠 입장이라면 학원 셔틀 버스처럼 급하게 여닫히는 자동문은 원치 않는다. 어린이의 안전을 생각해야 한다.
■ 아빠, 안전운전하세요, 어라운드 뷰는 필수
올 뉴 카니발 리무진처럼 좌우가 길고 앞뒤가 긴 차는 어라운드 뷰가 필수다.
전장과 전폭이 길어지면 운전자의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사각지대 범위는 더 넓어진다. 한 때 그랜드 스타렉스를 몰 적엔 포터처럼 좌우가 넓은 차량이 아니라서 후방 카메라와 센서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올 뉴 카니발은 그렇게 생각해서 안 될 차다.
사이드 미러로 볼 수 있는 시야 범위가 넓어도 이 차로 좁은 길을 드나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차에서 내리기 전 반드시 해야 하는 주차도 그렇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어라운드 뷰 기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왜 그런지는 올 뉴 카니발 리무진으로 진행한 주차 가이드에서 이미 설명했기 떄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 굳이 가솔린을 택할 이유는 없다
올 뉴 카니발 7인승 리무진에서 가솔린을 선택할 이유는 단 하나다. 정숙성이다. 유로6 R2.2 e-VGT 디젤 엔진보다 우월한 출력에 의미를 붙일수도 있겠지만, 제원상 출력의 우열을 가리며 차량을 선택할 운전자였다면 애초에 미니밴은 바라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202 마력에 45 kg.m의 토크만으로도 일반 주행에서 힘이 달리지 않는다.
실제로 성남에서 대구까지 장거리 왕복 운행에 드라이브 겸 여행지로 헐티재(대구 달성군 가창면 소재, 가창댐 주변 도로)를 다녀오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경사율 최대 10 % 내외의 오르막 포장 도로도 힘겨워하지 않고 1,700~2,250 rpm 이내의 엔진 회전 수로도 공차 중량 2.1톤의 차량을 잘 밀어냈다.
카니발 운전자 입장에서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면 재질감에 있다. 올 뉴 카니발 이후에 등장한 올 뉴 쏘렌토는 우레탄 등 마감재가 비교적 꼼꼼하게 처리돼 만족감이 높은데, 카니발은 상대적으로 못하다는 지적이다. 도어 프레임의 두께도 쏘렌토보다 조금 얇은 것 같다는 개인적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
이 점만 빼면 기아차의 올 뉴 카니발 7인승 리무진은 아빠 입장에서 만족할 수 있는 차라고 생각한다. 가격은 VIP가 3,530만 원, 프레지던트가 3,890만 원이다.
시승 차량은 프레지던트에 옵션 항목으로 듀얼 썬루프(85만 원), 내비게이션과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 8-스피커 액튠 사운드 패키지(138만 원), 하이테크 패키지(138만 원)가 포함된 풀 옵션 차량(4,251만 원)이다.
운전자 입장에선 솔직히 VIP에 내비게이션 패키지,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만 있으면 되는데, 이렇게는 선택할 수 없다. 가솔린 모델은 프레지던트(3,710만 원)에 내비게이션 3종 패키지(138만 원)를 선택하는 것으로 해결된다. 이상으로 친구처럼 푸근한 아빠의 미니밴, 기아차 올 뉴 카니발 7인승 리무진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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