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가 더 익숙한 암호화화폐(Cryptocurrency, 이하 가상화폐) 채굴 붐에 일반 소비자용 그래픽 카드 시장이
폭탄을 맞았다.
일찍부터 가상화폐 채굴용으로 인기를 끌던 AMD 라데온 계열 그래픽 카드는 말할 것도
없고, 엔비디아 계열에서도 30만원 초중반대 가격으로 안정화 되었던 지포스 GTX 1060 6GB 모델은 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거의 두 배 가까이도 뛰었으며, 50만원대면 쓸만한 제품을 살 수 있던 GTX 1070은 80만원 대로 훌쩍 뛰었다.
▲ 소비자용 물량을 따로 확보, 정가 판매가 이벤트 되는 슬픈 현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만 총판에서 한 번에 수백장씩 제품을 '쓸어가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니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인상이 어쩌면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얼마나 그래픽 카드 '싹쓸이'가 심한지,
일부 그래픽 카드의 국내 유통사에서는 '1인 1개 제한'으로 할인된 가격이 아닌 '정상 가격' 판매를 이벤트라고 진행하겠는가.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 가성비 최고 제품은 지포스 GTX 1080(Ti)라는 농담 아닌 농담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같은 그래픽 카드 시장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가상화폐 채굴 붐 VGA 관계자, 웃는 곳은 있는가?
우선, VGA 소비 급증에 웃고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그래픽 카드 제조사들의 반응을
살펴보자. 때마침 Gamers Nexus에서 관련 업체 네 곳과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는데, 업체명은 알리지 않았지만 이들
네 곳 모두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로는 지금도 가끔 발생하고 있는 가치 급락 여파로 인한 재고 물량, 채굴에
동원되었다 중고로 나온 일명 '노동자 에디션'에 대한 서비스와 신제품의 혼재에 따른 신규 제품 매출 감소, 게이머들이 콘솔
플랫폼으로 이탈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 여타 게이밍 기어 시장 축소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현재 가상화폐 채굴
붐에 따른 VGA 품귀 현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 '노동자 에디션'인지 '게임 에디션'인지부터 따져야 하는 중고 시장
다음으로는 역시 제품 가격 상승 및 물량 부족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게이머들을 들 수
있다. 일부 제품의 경우 가격비교 사이트 기준 거의 두 배 가까이 오른 가격을 지불해야 하고, 그마저도 제품이 없어
구매하지 못하게 되면서 지갑을 꽁꽁 싸매는 기간이 길어지게 된다.
이게 앞서 언급된 중고 물품과 만나면 또 다른 문제로 나타나는데, 가상화폐 가치 폭락
때문이거나 채굴 성능이 업그레이드된 제품의 등장과 같은 여러 이유로 중고 물량이 시장에 풀려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 제품이
가상화폐 체굴을 위한 '노동자 에디션'인지 순수하게 게이밍용으로 쓰이던 것인지 확인할 수 없으니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 '노동자 에디션'은 잠재적 불안감을 안고가야 한다
보통 24시간 쉬지않고 동작하는 '노동자 에디션'의 경우 발열에 의해 GPU 납땜이 풀려
화면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거나 고장나는 냉납 현상 발생 가능성이 높아 중고 시장까지 위축 시킬 가능성이 다분하다.
실제 일부 커뮤니티에 따르면, 비트코인 열풍이 일던 2013년~14년 경 라데온 R9
280 계열 '노동자 에디션'을 중고 구매 후 문제 발생 시 A/S 대응이 똑같은 '노동자 에디션'으로 이뤄져 수차례 반복
A/S 받았다는 경험담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편, 조립 PC 업체들도 수익이 높은 게이밍 PC 조립에 필요한 그래픽 카드가
품귀현상을 보이면서 상황이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가상화폐 채굴 붐에 이은 그래픽 카드 호황은 시장 확대라는 외형과
달리 반기기만 하기 어렵다.
가상화폐 채굴 전용 VGA, 해결책 될까?
가상화폐 채굴과 관련돤 일련의 그래픽 카드 이슈는 시초격인 비트코인과 달리 주문형
반도체(ASIC) 대신 일반 소비자 대상의 그래픽 카드가 사용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 채굴 전용 VGA가 나오기는 했지만...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일부 그래픽 카드 제조사에서는 자체적으로 채굴 성능을 튜닝한
전용 그래픽 카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 대상 제품과 달리 보증 기간이 짧은 대신 채굴 성능을 높이고 후에
중고 관련 이슈에 대응하도록 디스플레이 장비 연결 포트를 없애거나 D-SUB에 이어 주력 규격에서 밀려나고 있는 DVI
포트 1개만 제공하며, 게이머용 그래픽 카드보다 가격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국내 관련 제품의 출시가 이뤄지기 시작했지만, 이같은 채굴 전용 그래픽 카드로
현재와 같은 게이밍 그래픽 카드 품귀 현상이 해소될지는 조금 의문이다.
그래픽 카드 업체측에서는 채굴 전용 제품을 출시한다 해도 신류 생산 라인을 증설하는 대신 전체 그래픽 카드 생산
라인 일부를 채굴용 제품 생산으로 돌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외신에 따르면 채굴용 VGA 생산을 위해 일부 제조사는 특정
게이밍 그래픽 카드의 생산을 당분간 중단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전한 바 있다.
결국 채굴용 제품 생산으로 오히려 게이밍 제품의 공급량이 줄어들어 품귀 현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고, '광산' 측에서도 채굴
전용 제품의 중고 판매 경로가 게이밍 제품보다 축소되니, 기존 게이밍 제품을 튜닝한 채굴 성능과 전용 제품의 성능, 가격,
A/S 기간 등 여러 요인을 감안했을 때 매력적일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과열된 채굴 붐에 고통받는 게이머, 쉽지 않은 해법 찾기
최근의 그래픽 카드 품귀 및 비정상적인 가격 인상 이슈에 대한 해법으로 일부에서는 그래픽
카드에 작업 내역을 저장하는 기능을 넣어 업체의 서비스나 사용자의 중고 구매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각종 보안 취약점을 노린 사이버 공격이 활계치는 현재 또 다른 공격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과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우려도 있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채굴 전용 제품을 출시해도 현 상황에 대한 획기적 대안이 될지는 아직 물음표를 달 수
밖에 없는데, 결국 현재 그래픽 카드 관련 이슈는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채굴붐에 기인한 바가 크기에,
현재의 가상화폐 채굴 열기가 사그러들지 않는 한 마땅한 해법이 없다.
하지만 이같은 가상화폐 채굴 붐이 언제 끝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비트코인 관련 채굴 붐은 지난 2014년 경 급격한 가치 폭락으로 한 차례 열기가 식긴
했지만, 2016년 말부터 다시 재점화되어 비트코인 외에도 이더리움, 제트캐쉬, 라이트코인등 여러 가상화폐가
등장하면서 한쪽의 가치가 급락하면 상황을 봐서 빠지기도 하지만 다른 가상화폐를 채굴하는데 VGA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는 일부 유통사에서 이벤트 성으로 시행했던 소비자당 구매 수량 제한을 둔 판매
방식이 그나마 현실적 대안이 되겠으나, 멀티 GPU를 꾸미려는 하이엔드 게이머나 SOHO에서 다수의 시스템을 꾸미는 경우
등 예외적인 분야에 대한 고려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직판 체제 전환에 따른 부담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가상화폐의 미래를
감안하면 업체들도 섣불리 시도하기 어려울 것이다.
▲ 최근 한
달간의 비트코인 시세 변화(원, 빗썸)
한편, 8월로 예고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시스템 변화의 불확실성 때문인지 가치가 요동치면서 그 영향인 듯
그래픽 카드 가격 상승세는 한풀 꺽였지만,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또 다시 그래픽 카드 가격과 공급 관련 이슈가 다시 촉발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물론 가상화폐의 불안정한 일면이 드러나면서 그 강도는 어느정도 낮아질 것으로도 기대되지만, 한동안
가상화폐로 인한 그래픽 카드 시장의 불안정한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화폐 채굴붐에 따른 일반 소비 그래픽 카드 시장의 불안정성 관련 해법 찾기.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라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