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오랫만에 마킹을 바꾼 가짜 CPU 사건이 온라인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다.
해당 사건은 제조사가 다른 CPU의 마킹을 바꾸었기 때문에 메인보드 소켓이 달라 쉽게 발견되었지만, 이 외에도
소비자를 속여 권익을 침해하는 사건은 심심찮게 발생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앞서 발생한 것처럼 낮은 등급의 CPU를 높은 등급의 CPU로 마킹을
바꿔 속여 파는 것이고, 납 덩어리와 비누를 깎아 만든 가짜 CPU 사건도 보고된 바 있다. 이들은 패키지 제품 특성상 주로 소비자가 CPU
단품 구입하는 경우를 노리지만, 제품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가짜
여부를 확인하고 대처할 수 있다.
때문에 기자 개인적으로 사건의 임펙트에 비해 실제 피해정도는 크다고 보지 않는데, 정작 심각한 문제는
구매자가 CPU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조립 PC에서 발생한다.
정품/ 병행수입/ 트레이로 유통되는 CPU
왜 조립 PC에서 CPU가 문제 되는지는, 해당 제품이 국내 어떤 방식으로 유통되는지 간단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인텔 CPU를 예로 들자면, 인텔과 정식으로 국내 유통 계약을 체결한 코잇,
인텍앤컴퍼니, PC디렉트 3사를 통해 수입되는 '정품' CPU, 외국에서 적법하게 상표가 부착되어 유통되는 상품을
공식수입업자(국내 상표권자/사용권자)가 아닌 제3자가 허락없이 수입하는 '병행수입' CPU를 들 수 있다.
이렇게 들여온 CPU는 대부분 패키지 형태지만, 일부 OEM 공급용이나 업체 요청으로
패키지없이 CPU(트레이 혹은 벌크), 혹은 CPU와 쿨러만 제공하는 일명 트레이 CPU가 있다.
패키지 상태의 제품이라면 앞서 살펴본 기사에서와 같이 공식 유통사의 '정품' CPU
여부나 주문한 제품이 맞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조립 PC라도 제품 외부에 유통사와 시리얼 번호가 표시된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다면 이를 통해 어떤 경로로 유통된 제품 쓰였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조립 PC의 경우 유통사와 제품 시리얼 번호 관련 스티커가 붙어 있어도 공식 유통사를
통해 수입된 '정품' CPU가 아닌 병행 수입 제품이 사용되기도 한다. 판매점에서는 유통사 스티커가 있으니 공식 유통사가 아님에도 유통사
스티커를 근거로 '정품' CPU라 우기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2년전 기사에서 다루기도 했다.
혹시 유통사 관련 스티커가 없는 경우라도, 인텔 CPU의 경우 케이스를 열어 쿨러를
분리하면 확인되는 CPU 마킹 중 최하단의 Batch#를 리얼CPU 홈페이지에 입력하면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정품'과 '병행수입', '트레이'
CPU 모두 인텔에서 만든 제품이고, 성능 차이도 없으니, 판매자가 이들의 차이를 명확히 공지하고 사용자가 이를 알고 구매했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조립 PC의 경우 '가격 차이도 얼마 안나는데 설마' 하는 구매자의 심리, 혹은
구매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비정품 CPU를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잘 고장나지 않는 제품 특성이나
교환의 번거로움 등의 이유로 '재수 없었다'며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경우 소비자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까지 강탈 당하게 된다.
정품 요청에도 비정품 CPU 사용된 조립 PC, 강탈당한 권리
리마킹이나 납 덩어리 같은 가짜 CPU, 혹은 불량 제품이 아니라면 정품과 병행 수입같이
유통 방식이 다르다 해도 제품 자체의 차이는 없지만, '재수 없었다'며 넘어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큰 차이는 국내 인텔 CPU 공식 유통 3사가 제공하는 셀프 PC 캐어 서비스를 들
수 있다. 해당 서비스는 정품 CPU 탑재 PC 사용 중 장애 발생 시 실시간으로 점검해주는 서비스로, 평일 오전 0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PC 문제에 어느정도 대응할 수 있는 사용자라면 특별히 필요치 않겠지만, 본인도 PC에
대해 잘 모르거나, 고향에 계신 부모님 고스톱용 PC, 자녀의 학업용 PC에 직접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때 해당
서비스를 활용해 해결할 수 있다. 병행 수입 제품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서비스다.
또 다른 권리로는 매달 진행 중인 정품 등록자 대상 기프티콘 추첨 이벤트, 인텔 시큐리티
맥아피 안티 바이러스 플러스 90일 버전 제공, A/S 요청시 지정 택배사 이용할 때 택배비 무료 해택이 제공되며, 정품
CPU 확인 및 등록을 위한 리얼CPU 웹사이트에서 PC 사용에 필수적인 통합 드라이버 센터까지 갖추고 있다.
정확한 정보와 명확한 결정으로 자신의 권리 찾기
오랫만에 CPU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가짜 CPU가 다시 튀어나왔다.
PC의 성능을 대표하는 핵심 컴포넌트인 만큼 이런 가짜 CPU는 물론이고 포장 바꿔치기와 같은 악의적인 사건, 구매자가
공식 유통사의 '정품'을 요구했음에도 '병행수입'이나 '트레이' 제품을 사용하는 일부 조립 PC 업체의 비 양심적 행태가
종종 이슈화 되었다.
패키지의 유통사 정보나 시리얼로 쉽게 제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요즘 그나마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가짜
CPU'류의 악의적 사건은
크게 줄었지만, 구매자가 실물을 직접 확인하기 쉽지않은 조립 PC 시장의 특성을 이용해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비 양심적 이슈는 알게
모르게 계속되고 있으며, 이번 기사 역시 이러한 '비 양심적' 사건이
기자의 귀에 들려오면서 기획되었다.
개인에게는 큰 차이가 아니더라도 백 대, 천 대 단위로 판매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니니 만큼 이러한 이슈는 앞으로도 종종 보고될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제품 자체가 바뀐 것이 아니라면
넘어갈 수 있는 작은 가격 차이일 수 있지만 분명한 손해이고, 그로 인해 정당하게 얻을 수 있는 권리까지 강탈당한 것이다.
일부 사용자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은 권리일지라도 포기 여부는 어디까지나 자의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라도 정품 CPU 확인 방법은 확실히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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