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라이젠 5000 시리즈는 메인스트림 CPU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며 무게 중심을 AMD쪽으로
옮겨왔지만, 약점을 꼽자면 바로 내장 그래픽(iGPU)의 부재를 들 수 있다.
라이젠 시리즈도 iGPU를 탑재한 APU를 내놓기는 했지만 라이젠 3와 라이젠 5에 각
1개씩, 그것도 일반 라이젠 대비 한 세대 뒤쳐진 CPU 아키텍처가 사용되어 왔기에 조금씩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코드네임 르누아르로 불리는 라이젠 4000 시리즈 APU에서야 비로소 라이젠 CPU의
아키텍처를 따라잡긴 했지만 당초 OEM 전용으로 나온데다, 3000 시리즈 라이젠 CPU와 네이밍이 어긋나 여전히 혼란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마침내 올해 6월, 컴퓨텍스에서 라이젠 5000G 시리즈를 발표하며 이러한 혼란한
상황에 종지부를 찍었다. 바로 라이젠 5000 시리즈와 동일한 Zen3 아키텍처 기반에 iGPU가 통합된 라이젠 5000G
시리즈가 등장한 것.
Zen3 아키텍처 APU, 라이젠 5000G 시리즈
라이젠 5000G 시리즈는 라이젠 5000 시리즈와 함께 동일한 Zen3 아키텍처와
7nm 공정 기반으로 생산되면서 그동안 어긋났던 라이젠 APU와 CPU의 세대가 합치된 상징적 모델이다. 라이젠 5000G
시리즈 역시 AMD APU 특성상 외장 그래픽 카드가 사용된 환경 보다 내장 그래픽 코어인 iGPU 사용 환경인 OEM 용으로 적합하며, 이에 AMD도 라이젠 5000G 시리즈에 대해
iGPU 환경의 자료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DIY 시장을 겨냥해 나온 라이젠 5000G 시리즈의 홈페이지 정보를 보면 올해 4월 출시된
것을 알 수 있는데, 당초 OEM 전용으로 공급되었던 영향인지 두 APU의 TDP 모두 65W로 세팅되었고,
그에 맞춰 방열판은 알루미늄으로만 구성된 레이스 스텔스 쿨러가 번들되어 있다.
라이젠 5000G 시리즈는 첫 등장 이후 DIY 시장으로 나오기까지 약 넉 달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라이젠 5000G 시리즈를 앞서 출시된 Zen3 아키텍처 라이젠 5000 시리즈와
동일한 Zen3 아키텍처지만, 르누아르를 포함한 기존 라이젠 APU들과 마찬가지로 L3 캐시 용량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라이젠 5000 시리즈에 비해 L3 캐시가 절반으로 줄어들었지만 라이젠 (프로) 4000 시리즈에 비해서는 두 배로 늘어났으며,
PCIe 버전이 4.0에서 3.0으로 하향되었지만 I/O 기능 자체는 라이젠 5000 시리즈와 동일하다.
AMD가 라이젠 5000 시리즈에서 게임 캐시라 명명하며 대폭 늘린 L3 캐시가 절반으로
줄어든 영향으로 라이젠 5000G 시리즈의 게임 성능은 소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장 그래픽이 들어가 더욱 다양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 라이젠 5000 시리즈 대비 낮은 가격은 합리적 가격에 Zen3 라이젠 시스템을 고민하는 게이머에게
적합한 모델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라이젠 5000G 시리즈는 내장 그래픽이 들어가면서 PCIe 버전이 하향되었지만,
해외 매체의 지포스 RTX 3080 스케일링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PCIe 4.0 x16Lane과 PCIe 3.0
x16Lane의 평균 게임 성능 차이는 약 1%에 불과하므로, PCIe 버전에 따른 그래픽 카드의 게이밍 성능 하향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AMD 라이젠 5000G 시리즈, 비슷한 가격대 CPU와의 성능 차이는?
1세대 부터 3세대까지의 라이젠 시리즈 라인업과 비교했을 때 현재 라이젠 5000
시리즈는 'Non-X' 모델, 인텔의 'Non-K'에 대응하는 제품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에 라이젠 5000G 시리즈가
바로 이 빈 공간을 채워주고 있다.
경쟁사인 인텔 제품군과 비교하면 359달러인 라이젠 7 5700G는 333달러 가격의
코어 i7-11700과, 259 달러 가격의 라이젠 5 5600G는 224달러 가격의 코어 i5-11600에 대응한다.
오버클럭 가능하다는 점에서 라이젠 5000G 시리즈도 인텔의 또 다른 'K' 시리즈에 대응한다고 볼 수 있지만,
가격과 TDP 등 제품 특성을 고려하면 라이젠 5000G 시리즈는 Non-K 모델과 비교하는 것이 맞다.
AMD 라이젠 5000(G) 시리즈와 인텔 11세대 코어 CPU는 공식 지원 메모리
클럭이 DDR4 3200MHz으로 동일해 이번 테스트에서 메모리 클럭을 해당 스펙으로 세팅했고, 그래픽 카드는 지포스
RTX 3070 Ti FE로 동일한 조건을 구성해 비교했다.
우선, 전반적인 시스템 성능 측정에 이용되는 PCMark 10 결과를 정리했다.
전체적인 성능을 비교하는데 사용되는 토탈 스코어의 경우 같은 코어 구성일 경우 인텔
CPU가 높은 성능을 보이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다. 프로그램 실행이나 웹 브라우징, 화상 회의 등의
테스트로 구성된 '기본' 테스트, 워드 프로세서 및 스프레드시트 작업으로 구성된 '생산성' 테스트에서는 코어
i7-11700이 조금 두드러지는 성능을 발휘한다.
디지털 컨텐츠 창작(Digital Content Creation, DCC)
테스트에서는 인텔 계열 CPU가 조금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는데, 라이젠 5000G 시리즈의 축소된 L3 캐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게임 성능 측정에 쓰이는 3DMark의 CPU 지표에 따르면 DX11 환경인
파이어스트라이크에서는 라이젠 5000G 시리즈가, DX12 테스트인 타임 스파이에서는 인텔 11세대 CPU가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준다. 단지, 이는 말 그대로 CPU의 성능일 뿐, 실제 게임 성능은 그래픽 카드와 결합되어 보여지는 만큼
3DMark 테스트 총점도 아래 정리했다.
결과를 보면 GPU 영향력이 커지는 QHD 이상 해상도에서는 파이어스트라이크 계열
테스트에서도 CPU 점수와 같은 경향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으며, Full HD 테스트에서만 라이젠 5000G 시리즈가
상대적으로 높은 성능을 보여주는 것을 알 수 있다.
PCMark 10과 달리 암호화, 물리학, 머신 러닝 등 조금은 전문적인 CPU 성능을
측정하는 긱벤치도 위 테스트와 대체로 비슷한 성능 패턴을 보인다. 단지, 라이젠 5000G 시리즈는 L3 캐시가 동일한
것과 달리, 코어 i7-11700은 코어 i5-11600보다 L3 캐시가 늘어난 영향인지 멀티 스레드 테스트에서 성능
차이가 조금 더 벌어졌다.
우선, 실제 성능에 작업에 쓰이는 시네마4D 엔진 기반의 시네벤치 R20/ R23과
블랜더 2.93.1 버전을 이용한 랜더링 성능을 측정했다.
시네벤치 R20과 R23 테스트를 보면 멀티 스레드 환경에서는 대체로 같은 코어
구성에서는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내주지만, 싱글 스레드에서도 성능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대체로 인텔쪽이 높은 성능을
내준다.
이는 블랜더의 랜더링 테스트도 마찬가지인데, 라이젠 5000 시리즈 대비 절반으로 줄어든
L3 캐시 용량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PC 활용 중 비교적 사용 빈도가 높은 동영상 변환(HWBOT x.265
벤치마크)과 압축(7-zip), HTML5 및 자바스크립트 기반 웹 브라우징 성능(WebXPRT3) 작업의 성능도
측정했다.
멀티 스레드를 활용도하는 동영상 변환 성능과 압축 성능은 라이젠 5000G 시리즈가
대체로 높은 성능을 보이지만, 스레드 활용도가 낮은 웹 브라우징과 싱글 코어 압축 성능은 인텔 계열에서 조금 더 유리한
성능을 보여준다.
한편, CPU의 특성이 드러나는 Full HD 게임 성능의 경우, 이번에 테스트한 게임
5종 모두 인텔 계열 CPU가 높은 성능을 내준다. 라이젠 5000G 시리즈의 경우 라이젠 5000 시리즈와 달리 L3
캐시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낮아진 부스트 클럭과 TDP 스펙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라이젠 5000G 시리즈, 확실한 내장 그래픽 성능
AMD 라이젠 5000G 시리즈는 APU를 잇는 모델인 만큼 외장 그래픽 카드보다 내장
그래픽 사용 환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물론 기본 성능이 향상된 라이젠 시리즈의 APU는 외장 그래픽과의 조합도 충분히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지만, 내장 그래픽 사용 환경을 무시할 수 없는 법.
이번에는 내장 그래픽 코어를 활성화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이어갔다. 이때 AMD 라이젠
5000G 시리즈의 iGPU 드라이버는 리뷰용 버전을, 인텔 CPU의 iGPU 드라이버는
7월 14일자로 업데이트된 30.0.100.9684 버전을 이용해 테스트했다.
PCMark 10 테스트에서는 각 분야별 총점과 전체 평점 모두 라이젠 5000G 시리즈가 더 높게
측정되었다. 그래픽 카드를 제외하면 동일한 테스트 환경인 만큼 라이젠 5000G 시리즈의 내장 GPU(iGPU) 성능이 더 높은 것이 주
요인으로 해석된다.
Geekbench로 iGPU를 활용한 연산 성능을 비교했다. 인텔 HD 750 그래픽과 비교해 라이젠
5000G의 iGPU 성능은 OpenCL과 벌칸 테스트 모두 두 배 이상의 성능을 내주며, 이러한 내장 그래픽 성능 차이가 PCMark10
테스트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iGPU의 작업 성능은 결과와 같이 확고한 성능 차이를 내주는데, 아직은 혼란스런 그래픽 카드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버틴다는 의미에서 내장 그래픽의 게임 성능은 어떨까?
우선 3DMark 파이어스트라이크(DX11)와 나이트 레이드(DX12)의 iGPU 성능을 포함해, 일부 게임의
Full HD 평균 성능을 측정했다. 라이젠 (프로) 4000 시리즈와 같이 라이젠 5000G 시리즈의 iGPU 게임 성능은 인텔 로켓 레이크
시리즈의 iGPU 대비 확실한 우위를 발휘한다.
특히 레인보우 식스 시즈의 경우 두 배 이상의 극적인 성능 차이를 보여준다.
사이버링크와의 라이센스 이슈로 RDNA(라데온 RX 5000) 시리즈부터 공식적으로 플루이드 모션을 지원하지
않지만, GCN(폴라리스) 및 Vega 아키텍처 기반 그래픽 카드에서는 블루스카이 FRC를 이용해 강제로 활성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루이드 모션은 24프레임이나 30 프레임 등의 영상을, 일반적인 모니터의 주사율인 60Hz에 맞춰 빈
프레임을 채워주어 보다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보여주는 영상 보간 기술로, PC의 주 용도가 영상 감상인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기술 중 하나다.
그러나 Vega 아키텍처 베이스의 iGPU를 사용함에도 라이젠 5000G 시리즈에서는 플루이드 모션이 지원되지
않는다. 테스트 드라이버와 AMD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최신 버전인 21.7.2 버전에서도 라데온 소프트웨어 기본 상태는 물론
최신 블루스카이 FRC 3.4.2 버전을 이용한 강제 활성화가 이뤄지 않았다.
구형 버전에서는 강제 활성화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래픽 드라이버를 포함한 SW는 업데이트를 통해 각종 버그나
게임 성능 개선 등이 이뤄지므로 일반적인 경우라면 라이젠 5000G 시리즈와 이후 iGPU 제품군에서는 플루이드 모션에 대한 기대를 접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라이젠 5000G 시리즈, iGPU 조합서 돋보이는 APU
인텔의 Non-K CPU에 대응하는 라이젠 5000G 시리즈는 L3
캐시가 절반으로 줄어든 영향인 듯, 지포스 RTX 3070 Ti를 이용한 외장
그래픽 환경에서는 전반적으로 동급의 경쟁 모델 대비 성능면에서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플루이드 모션 지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던 iGPU 성능은 확실한 우위를 보여주는 만큼 외장
그래픽보다 내장 그래픽을 활용한 재택 근무나 원격 수업, 멀티미디어 PC용으로 유리한 면모를 발휘할 수 있다.
덕분에 라이젠 5000G 시리즈의 선택은 보다 확실해 졌다. 특히 아직 가상화폐 열풍이
남아 그래픽 카드 가격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새로운 PC를 꾸밀 필요가 있다면 합리적 대안이 되어줄 수 있다.
비교적 시스템 요구 사양이 낮은 타이틀 위주의 테스트였지만, 인텔 내장 그래픽에 비해
확실히 높은 성능을 내주는 것은 엔트리급 그래픽 카드도 평균적으로 8만원 대 지출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게이머에게 매력적인 옵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