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Athlon 64 프로세서와 Sempron 프로세서의 2004년 성공적인 시장진입으로 프로세서 시장은 한껏 고조되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에서도 2005년엔 프로세서 시장도 경쟁 구도에 접어드는 것인가? 인텔 선호현상이 그 어느나라 시장보다 뚜렷하게 나타나는 한국시장에서도, 2004년 AMD의 프로세서 시장 점유율은 40%에 육박했고, 한때 56%에 도달하기도 했다.
이는 성공적인 Athlon 64의 시장진입으로 나타난 현상이며, 754 프로세서와 939 프로세서가 잇따라 선보이면서, 3500+를 비롯한 고가형 프로세서군도 조금씩 선을 보이면서 그 상황이 가속화되었다. 물론 여기에 윈체스터 제품군의 오버클럭률과 다양한 플랫폼 출현, AMD사의 다각적인 노력도 한몫 하고 있다.
2004년 후반에 AMD Korea에서는 급기야 정품인증 시스템까지 가동하기에 이르러 정품사용 켐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물론 일부 정품을 정품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 등 아직도 몇몇 시스템상의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지만 폭넓어지는 AMD 프로세서 시장 수요에 있어 이런 AMD사의 노력은 크게 박수받을 만하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AMD 정품 프로세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게시판은 정품 CPU 구입문의가 그 어느때보다 자주 올라오고 있고, AMD 관련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항상 정품 프로세서 구입이 힘들다는 유저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정말 그런 것이라면 이는 다된밥에 코빠트리기와 다름 없다.
실제 D모 가격비교사이트를 보아도 어느순간부터 같은 프로세서가 정품과 그레이로 구분되어 등장하기 시작했고 Athlon 64 프로세서에서는 별로 찾아보기도 어렵던 그레이 프로세서가 시장에 다량 유통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품 취급점보다 그레이 취급점이 더 많다. 한쪽에서는 정품 사용 켐페인을 벌일 정도로 정품에 대해 많은 관심을 끌려고 하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오히려 그레이 프로세서가 더 많이 유통되고 있고 유저들도 정품 프로세서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어찌된일인가?
필자는 두가지로 원인을 찾아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폭팔적으로 늘어나는 AMD 프로세서 수요에 그 원인을 들 수 있다. 원래 해마다 겨울은 용산에서는 성수기라고 부르는 1년중 최대 대목이고 판매량이나 수요가 그 어느때보다 높다. 이런 수요를 정품 공급원이 감당하지 못해 자연적으로 그레이 프로세서가 시장에 다수 발을 붙여놓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AMD사의 공급문제를 들 수 있다. 원래 AMD사는 12월 15일경부터 연말 결산을 실시하기에 선적이 전부 중지된다고 한다. 이는 1월 15일 경까지 이어졌고, 정품 프로세서 공급이 불가능한 상황이 약 한달동안 이어졌다. 이후 선적된 물량도 최소한의 필요량만 공급되었을 뿐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왜그런지 필자가 속내를 알 순 없지만, 이러한 상황들이 지속됨으로 인해 자연히 그레이 프로세서가 여러 경로를 통해 시장에 풀리게 되었고 이들 프로세서가 지속적으로 유통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경우로만 보면 인텔의 경우에도 정품프로세서 비율보다 그레이 프로세서의 비율이 오히려 높을만큼, 정품 사용률은 크게 높지 않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해결하여 보지만 이는 크게 나아지지 않은 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나 인텔 프로세서의 경우에는 그레이 프로세서라 해도 인텔 코리아를 통해 A/S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있으며,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A/S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편이다.
그러나 AMD의 경우는 다르다. AMD는 정품이라고 하는 공식수입원을 통해 유통된 제품이 아닐 경우에는 해당 국가에서 A/S를 받을 수 없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그레이 프로세서를 구입한 뒤 프로세서에 문제가 생기면 구입점을 통해 A/S하거나 A/S를 포기하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를 떠나 그레이 프로세서의 유통이 지금까지 AMD 프로세서 라인업에 가져다 준 해악을 생각한다면 크게 반가운 일은 절대 아니다. 물론 소비자가 그레이를 굳이 선택한다면 그것도 선택권이기에 막을 수 없다 해도, 정품 요구가 어느때보다 강한 지금, 이러한 현상은 절대 바람직 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어떠한 경우로, 어떠한 원인으로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그 속내야 알 수 없지만, 지금 AMD Korea와 공식대리점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게 나와있는 것 같다. 폭증한 수요를 커버할 수 있는 충분한 공급이 지금은 가장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상황은 현재 순풍을 타고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AMD사 입장에서 절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Athlon XP시절, Duron 등의 그레이 프로세서로 인해 라인업 자체가 곤란해졌던 시절이 바로 엊그제다. 벌써 잊었단 말인가?
한편으로 필자는 지난 세미나때 한 유저가 한 질문이 생각난다. 어쨌든 그레이도 A/S를 받을 수 있다고 하면 과연 무엇이 좋은 선택이겠습니까 라고 한 질문 말이다. 약간 애매모호한 답변을 그때 했지만, 지금 생각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품이니 그레이니 , 정품 사용켐페인도 좋지만, 그것보다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이 그레이고 무엇이 정품이냐는 것이다. 어느것이나 다 그렇지만, 결국 AMD사가 인정한 수입원에서 수입한것만 정품이고, 나머지는 그레이 아닌가? 철저한 A/S와 큰 유통망, 그리고 인지도로 무장한 큰업체가 AMD 프로세서를 다량으로 수입하고 정품보다 더 나은 A/S를 제공한다고 가정하면, 소비자는 과연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지금은 충분한 정품 프로세서의 공급, 그리고 각 수입원들의 철저한 관리가 AMD사에게 필요한 듯 싶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인텔 프로세서처럼 월드워런티가 적용되어 정품이니 그레이니 고민하지 않고 살 수 있게 해주는게 가장 바람직한 것 같다. 그러나 필자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그 시기가 아직 이르다는 판단엔 동의한다. 우리는 불과 몇 달 전, 비정상적인 그레이 프로세서 유통으로 라인업 자체가 비정상적인 코마상황에 빠진 것을 겪어왔고 그상황을 헤쳐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AMD가 지금 이대로 40%대의 점유율을 내년까지도 유지한다고 한다면? 그때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