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유통사들, 우리도 피해자? 엔비디아는 무얼 했나
사실 글쓴이가 '가짜 그래픽카드'를 본격적으로 짚기 이전에도 이처럼 여러 소비자들에게 의혹 제기가 이어졌다. 이미 3부 기사에서 다뤘듯, 대원CTS가 유통하는 'AFOX 지포스 GTX 550 Ti D5 1GB'의 사용자 의견 중 유통사와 통화한 내용이 정리돼 있었는데, 이런 사실을 알고도 판매했다는 정황적 근거가 나타나 있었다.
이 문제가 'AFOX 지포스 GT 630 D3 1GB'로 본격적인 문제 제기가 돼서야 대원CTS는 뉴스탭을 통해 "문제가 된 제품은 원래 OEM용으로 공급하기 위해 국내에 들여온 것으로, 리테일 시장에 유통할 계획은 없었다." 면서 "관리 소홀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어 무척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가격 비교 사이트나 포털 사이트의 지식쇼핑 코너에 해당 제품이 등록돼 판매되는 것은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판매용 제품으로 풀이된다. 그런데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 과연 말이 되는 일인가?
이러는 와중에 전후사정을 알게 된 소비자 및 사용자들은 소위 말하는 '성지순례'글로 유통사 비판에 나섰고 파장이 커지자 AFOX 홈페이지엔 비로소 문제로 본격화된 제품의 공지글이 게시됐다. 사후 대책으로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 등을 진행할 것이라는데 사실 이 같은 문제는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해당 제품을 다룬 기사가 나간 직후 반응을 보였다는 점은 그나마 남은 최소한의 양심은 지킨다는 의미일까?
기본에 충실한 그래픽카드를 파는 정직한 유통사라면 이같은 의혹은 나타나지도 않는다. '정직함과 신뢰'의 이미지에 맞게 '착한 제품'을 팔아야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진대, 이런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못하면 '정직함과 신뢰'의 구멍은 더 커질 뿐이다.
댓글 공지로 대처한 엑슬비전코리아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QC(Quality Control) 전담 인력 및 장비를 통해 자체적으로 검수하고 제품을 출시했다면 오늘의 이같은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본다. 엠탑코리아와 그레이트월코리아 또한 이러한 범주에 속한 유통사로서 비판과 비난을 면치 못할 테지만 엑슬비전코리아는 엔비디아의 공식 파트너라는 이름에 먹칠을 했다.
필시 잘못을 인정한다면 입이 열 개라도 괜한 말은 없어야 한다. 잘못의 범위를 경감하려 자기 합리화를 주장하고 변명을 늘어놓는 순간, 그들 스스로 더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 앞으로 이들은 근본적으로 문제된 제품의 교환 및 교체를 실시하면서 '정직함과 신뢰'를 되찾기 위한 모험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 다른 유통사들도 언급은 없으나 결국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직접 꽂아보지 않으면 모른다? 엔비디아는 판매 말고 무엇을 했나?
이같은 '가짜 그래픽카드'의 사태가 벌어진 건 무엇보다 유통사들의 책임이 크다. 그렇지만 국내 유통사들의 판매 실적 경쟁을 부추긴 엔비디아도 넓은 범위에서 전혀 잘못이 없지는 않다.
엔비디아는 지포스 그래픽카드를 관할하는 총 책임자로서, 국내서는 연계된 유통사들을 대상으로 게임 프로모션 행사를 지원하고 일반 소비자들에게 지포스 그래픽카드의 미래를 보여주는 등 자사의 그래픽카드 판매를 돕는 중심 역할을 해 왔다. 그렇지만 정작 불거진 가짜 그래픽카드의 논란은 잠재우지 못하고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이 있기 전에도 엔비디아는 판매만 앞장서 왔던 것일까?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아직까진 정확한 언급이 없는 상태다. 지포스 그래픽카드의 얼굴로서 비정상 그래픽카드가 유통되는 상황을 사전에 근절시키지 못했던 것은 분명 아쉽게 평가되는 점이다. 이런 그래픽카드를 예전부터 알고도 모른 체 한 것인지, 아니면 엔비디아가 정말로 몰랐던 것인지는 미궁에 빠져있지만 어느 답변으로도 도의적인 책임은 피해갈 수 없을 듯 하다.
포털 사이트의 연관 검색어에 '가짜 그래픽카드'가 장식돼 있고 문제된 제품과 연계된 유통사들이 위기를 느껴 공지를 올리는 와중에도 엔비다아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 일반 소비자들은 그저 헷갈리고도 애매한 비즈니스에 희생된 결과물일 뿐인 것일까?
글쓴이는 사태의 발단이 된 가짜 그래픽카드에 관한 공식 입장을 듣고자, 엔비디아코리아측에 인터뷰를 요청했고 엔비디아코리아는 이를 수락했다. 과연 엔비디아코리아의 입장은 무엇일까? 해당 내용은 후속 기사로 정리하도록 하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