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1. 좀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삼성' 하면 생각나는 기자 한분(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바로 그 분) 을 만난 적이 있다. 삼성
갤럭시를 쓰시길래 넌지시 물어봤다. '삼성폰 쓰시네요, 의외인데요' 돌아온 답변은 '천지인 때문에 바꾸지를 못하겠더라고'
씬2. 자출족(자가용 출근족) 인 필자는 솔직히 버스나 지하철은 술먹고 집에갈 때 외엔 거의 탈 일이 없다. 그런 필자가 오랜만에 휴가로
자가용을 두고 버스, 기차, 지하철을 타며 할일없이 멍때리고 있다 보면 주변 사람들을 아무래도 좀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카톡에 답장하느라
정신없는 그와 그녀가 때리고 있는 자판은 90%이상 천지인, 나랏글 등의 한글 표준입력 자판이었다.
씬3. 필자는 개인적으로 폰으로 문자질(?)을 하는걸 굉장히 싫어한다. 문자를 보낼때는 PC앞에서 네이트온을 이용해 보내거나 PC를 이용할
수 없으면 그냥 전화를 건다. 조그만 화면을 보며 손가락보다 작은 자판을 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인데다 오타가 너무 많이 나기 때문이다. 필자의
폰은 아이폰5다. 얼마나 오타가 많이 나냐면, 아이패드 / 넥서스7으로 자판을 쳐도 오타가 난다. 지못미. 그러니 필자에게 연락할 일이 있으면
문자 주지 말고 전화를 주시라 그게 편하다. 하하하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주고받는 것은 더이상 특정 계층만의 행위는 아니다. 아버지가 딸에게, 할아버지가 손자들과 소통하는 주요 수단도
'문자메시지' 이다. 지하철이든 버스든 어딜가면 유행하는 말로 '카톡질'을 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이다. 이통3사의
ARPU 자료도 통화와 문자메시지 소비가 줄었다고 발표되며, 카톡으로 대표되는 무료문자메시지 서비스는 전국민의 표준 서비스가 되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천지인으로 대표되는 폰디바이스용 한글입력자판은 벌써 20년이 넘은 대중화된 한글 표준입력 방식이다. 아직도 알파벳권에서 쿼티자판을 쓰는것과
달리 우리는 위대하신 세종대왕의 업적 덕분에 디지탈시대에 어떤 언어권에서도 누리지 못하는 편리한 디지탈 글자입력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알파벳권은
그나마 나은편이지만 일본어나 중국어와의 입력 편의성은 비교할 수도 없다.
필자는 국내에서 외산폰이 힘을 못쓰는 여러 이유중의 하나로 바로 이 한글입력방식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외산폰 제조사도 큰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브랜드로 대표되는 제품은 삼성은 천지인, LG는 나랏글, 팬텍은 SKY등 나름대로의 편리한(그리고 표준이기도 하고)
한글입력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스마트폰 이전 셀률러폰 시절부터 약 20년간 지속되어 왔고 대부분 사용자는 자신에게 익숙한 한글입력방식이 있고 한번
익숙해지면 폰브랜드를 바꿀 생각도 하지 않는다. 물론 외산폰이라고 한글입력방식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기본설정을 변경하거나 별도로 설치를 해야하는등
거쳐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러한 방식은 기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방법이다.
필자의 어머니도 스마트폰을 쓰시지만, 삼성폰을 선택하신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용 용도만 놓고 봤을때 카톡 + 전화기 +
MP3가 전부인 필자의 어머니와 동연배의 어르신께는 개인적으로 인터페이스가 큼직하고 이것저것 만질필요가 없는 단순한 윈도폰이나 아이폰을
추천한다. 결정적으로 한글입력부분에서 포기해 삼성폰을 선택하신 필자의 어머니는, 그뒤로 몇달동안 안드로이드와 기나긴 싸움을 벌이셔야 했다.
이번 iOS7에 한글입력방식으로 천지인이 추가된다고 알려졌다. 어차피 애플이야 한국시장 따위 신경쓰지도 않으니 이제와서 추가했다고 늦었느니
뭐니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아이폰의 천지인 추가는 분명 한국 스마트폰 시장 구도를 흔들어놓을 수 있는 대형변수임에 틀림없다.
필자가 장담컨데, 아마 많은 20~30대 아이폰 사용자들은 이제 자신의 구형 아이폰을 부모님께 드리고 자신은 새로운 안드로이드폰으로 넘어갈
수 있는 명분이 확보됐다고 환호할 지 모르겠다. (정말 그러진 말자, 새거 좋은거 사드리자) 우리의 부모님 세대가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폰이 아이폰임에도 (이것저것 만질 것 자체가 없으니)
한국시장에서 10~30대 얼리어답터의 전유물이었던 가장 큰 이유가 쿼티자판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추가적 제약은 있다. 한국어 기본자판을 쿼티가 아닌 천지인으로 해줘야 시쳇말로 '약빨'이 먹힌다는 점이다. 설정에 들어가서
변경하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먹힐지는 잘 모르겠다. 여기에 음악을 꼭 아이튠즈를 통해서 동기화해야만 넣을 수 있다는 점을 좀
풀어주시라. 미국의 50대는 PC에 아이튠즈를 깔아서 쓰는것을 젊은사람들처럼 익숙하게 할진 몰라도 우리네 어르신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있는데 왜 MP4, MOV는 재생이 되고 AVI, MPG등은 플레이조차 안되는지, 왜 카톡으로 음악이나 동영상을 받거나
보낼 수 없는지, 그 동영상을 저장해놓고 언제든 플레이를 할 수 없는지 부모님께 설명드리기 복잡하니 그것도 좀 풀어주셨으면 좋겠다.
아이폰은 그동안 한국시장에서는 10~30대 젊은 사람들, 그중에서도 남성의 경우엔 얼리어답터, 여성의 경우엔 트렌드에 민감한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제품이었다. 극명하게 증명하는 나름대로의 예를 하나 들면, 필자가 대부분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이쪽바닥(?)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의
50%는 아직도 아이폰 사용자다. 이바닥을 벗어나면 100명중 5명도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iOS7의 천지인 입력지원이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 미칠 영향은 굉장히 크다 생각한다. 한때는 혁신과 트렌드의 아이콘으로 젊은세대에게
열광받은 제품이었지만, 더이상 기능, 화면크기, 혁신 등에서 딱히 내세울 것 없고 경쟁이 되지 않는 아이폰은 이제서야 본래에 추구하는 사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할아버지들이라도 매뉴얼 필요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제품컨셉을 갖췄다고 잡스는 자랑했을지 몰라고 그건 미국의
이야기일 뿐이고, 미국 외의 할아버지들에게 아이폰은 동영상도 아무것이나 플레이되지도 않고, 음악도 마음대로 넣지 못하는데다가 자판 입력방식도
평소에 사용하는 것과 다른 듣도보도 못한 해괴한 외산제품일 뿐이었다. 그 첫번째 장벽이 이번 iOS7 업데이트를 통해 제거되니, 이후에 기대되는
변화에 대한 예상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
이번 11일 애플의 발표 내용중 한국시장에 가장 영향을 미칠 내용을 하나 꼽으라면 필자는 주저하지 않고 iOS7, 그 중에서도
컨퍼런스에서는 언급도 되지 않은 천지인 지원을 꼽겠다. 갑작스런 태풍이 몰아치진 않겠지만, 서서히 한국시장내 큰 그림을 변화시켜놓을 만한 임팩트
있는 소식이 가져올 변화가 어떤것인지 필자는 자못 궁금하다.
천지인때문에 삼성폰을 버리지 못하시는 그 기자분께, 아이폰의 천지인 지원 소식을 알려드렸다. 필자는 당장 폰을 바꾸신다에 한표 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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