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D? HDD? 두 마리 토끼 잡는 WD 블랙스퀘어 듀얼 드라이브

SSD와 HDD가 하나로! WD Black² 듀얼 드라이브

WD(Western Digital)에서 출시한 'WD Black² Dual Drive(블랙 스퀘어 듀얼 드라이브)'는 일반 2.5인치 저장장치 규격에 SSD와 HDD를 하나로 통합시킨 흥미로운 제품이다. 노트북이나 올인원 PC, 미니 PC 같은 제품은 대개 하나의 드라이브 베이만 제공하기 때문에 빠른 SSD 또는 대용량 HDD 가운데 하나만을 선택해 장착할 수 있다.

SSD 가격이 많이 저렴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250GB 이상의 대용량 SSD를 구입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고, HDD는 용량이 많더라도 속도와 체감 성능에서 SSD를 따라가기 어렵다. 그러나 두 제품은 근본적인 성능, 비용의 한계를 제외한 크기에서는 이미 일반 2.5인치 저장장치 규격보다 훨씬 작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이 발전했고, WD 작은 SSD와 슬림한 HDD를 결합해 하나의 2.5인치 규격 안에 두 가지 제품을 함께 넣은 것이다.

싱글 드라이브 업그레이드를 위한 2 in 1 설계

WD 블랙 스퀘어 듀얼 드라이브는 제품만 달랑 제공되는 일반 HDD나 SSD와 달리 고급스러운 패키지에 본체 외에도 빠른 설치 안내서, 소프트웨어 설치용 USB 웹 키, SATA to USB 어댑터, 제품 보증서 등이 포함된다. 일반 저장장치가 아니라 이미 저장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PC의 업그레이드 용도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WD 블랙 스퀘어 듀얼 드라이브의 상단는 일반 2.5인치 SSD와 비슷한 평평한 커버에 제품 로고가 새겨져 있다. SSD와 HDD가 하나로 합쳐진 2 in 1 구조 가운데 상단부가 SSD가 장착된 부분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2.5인치 슬림형 HDD가 들어간 하단부는 일반 HDD와 똑같이 플래터와 모터, 회로기판이 들어가는 HDD 모습을 하고 있다.

2가지 제품이 결합하면서 듀얼 드라이브의 두께는 9.5mm가 되었는데, 일반 2.5인치 저장장치 규격에 해당하는 것은 맞지만, 최근 울트라북을 겨냥한 7mm 슬림형 드라이브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듀얼 드라이브의 용량은 120GB SSD와 1TB HDD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120GB SSD라면 OS 설치용으로는 충분하지만 기타 다른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저장하기에는 부족한 용량인데, SSD의 모자란 용량을 1TB HDD로 해결하는 것이다. OS 외에 빠른 성능이 요구되는 몇 가지 프로그램 및 게임을 SSD에 설치하고 나머지 프로그램과 데이터는 HDD로 저장하는 SSD + HDD 조합을 싱글 드라이브로 사용할 수 있다.

WD 블랙 스퀘어에 사용된 2 in 1 구조는 SSD와 HDD를 하나로 설계한 하이브리드 방식 SSHD와 달리 물리적으로 완전히 구분된 2개의 SSD와 HDD를 Marvell SATA 브릿지 칩셋을 통해 하나의 SATA III 6Gb/s 인터페이스로 동작하도록 만들었다. SATA 기술 가운데 하나의 포트로 여러 개의 드라이브를 연결하는 포트 멀티플라이어(Port Multiplier)를 이용한 것이다.

SSD 부분은 2개의 20nm 64GB MLC NAND 칩과 JMicron사의 JMF667H SATA III SSD 컨트롤러, 그리고 SSD 캐시용 메모리로 Nanya DRAM 칩이 들어갔다.

HDD 부분은 500GB 플래터 2장이 들어간 WD Slim 1TB HDD이 사용되었으며, SSD를 동시에 구동하도록 Marvell 88i9446-BRL2, 88SM9642-NMD2 칩셋을 통해 SATA 브릿지 및 포트 멀티플라이어 기능을 지원한다.

WD는 블랙 스퀘어 듀얼 드라이브에 Shift 기술이 들어갔다고 설명하는데, Shift 기술에는 20nm 낸드플래시를 비롯해 쿼드 채널 낸드 프로세싱, WD 커스트마이즈 컨트롤러, WD FIT Lab에서의 테스트, 데이터 보호 및 신뢰성 향상을 위해 SSD 영역 가운데 8GB를 사용하는 것 등 포함된다.

윈도우 OS에서의 듀얼 드라이브 설치

WD 블랙 스퀘어 듀얼 드라이브는 윈도우 XP부터 8.1까지 PC용 윈도우 운영체제(OS)를 공식 지원한다. 윈도우 외에 애플 Mac OS X나 기타 다른 OS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데, 이는 듀얼 드라이브가 윈도우에서 소프트웨어 설치를 통해 파티션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데스크탑 또는 노트북의 SATA 인터페이스에 WD 블랙 스퀘어 듀얼 드라이브를 설치하면 부팅 후에 장치 관리자에서 일반적인 디스크 드라이브로 인식한다. 디스크 초기화가 되지 않아서 바로 사용하지는 못하고 디스크 관리 메뉴를 통해 디스크 초기화 및 포맷을 해야 한다.

그런데 디스크 관리 화면으로 들어가면 듀얼 드라이브 가운데 120GB SSD 영역만 인식하고 있으며, 1TB HDD 부분은 정상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SATA 브릿지를 이용한 듀얼 드라이브 구성을 아직 윈도우에서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SSD와 HDD를 모두 사용하려면 WD 홈페이지에서 듀얼 드라이브용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아 설치해야 한다. 인터넷이 연결된 상태에서 제품 패키지에 동봉된 USB 웹 키를 USB 포트에 끼우면 자동으로 웹 브라우저를 통해 WD 다운로드 페이지로 이동한다. 물론 USB 웹 키는 사용자 편의성을 위해 제공되는 것이고 웹 키가 없어도 웹 브라우저에서 직접 WD 홈페이지로 들어가 소프트웨어 다운로드를 해도 된다.

WD 블랙 스퀘어 다운로드 페이지에서는 윈도우에서 정상적인 파티션 인식이 가능한 소프트웨어와 업그레이드시 데이터 이동을 지원하기 위한 백업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사실 아크로니스 백업 소프트웨어(260MB)를 제외한 WD 블랙 스퀘어 인스톨러 용량은 겨우 22.1MB로 이 정도라면 굳이 USB 웹 키를 제공하지 않고 그냥 USB 메모리에 담아줄 수도 있지 않았나 싶다.

WD 블랙 스퀘어 인스톨러를 다운로드 받아서 실행하면 다국어 설치 옵션이 나타난다. 지원 언어에 한국어가 포함되어 있어 국내 사용자도 소프트웨어 설치 및 사용시 문제없다.

한국어를 선택하면 업데이트 확인, 설치, 사용자 안내서 다운로드, 지원 등 4가지 메뉴가 나타난다. 이 중에서 설치 옵션을 선택하면 파티션 소프트웨어가 설치된다.

단, 파티션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WD 블랙 스퀘어의 1TB HDD 영역을 활성화시키려면 먼저 SSD 디스크를 초기화해야 한다. 윈도우의 관리 도구의 디스크 관리 항목에서 120GB SSD로 표시된 디스크를 초기화해줘야 파티션 소프트웨어가 정상적으로 설치된다.

디스크 초기화 후 인스톨러를 실행하면 HDD 영역의 파티션을 생성하게 된다. WD는 이 제품이 하이브리드 드라이브(SSHD)와는 다른 듀얼 드라이브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인스톨러는 SSHD 모델로 구분하고 있다.

WD 블랙 스퀘어 인스톨러 설치가 완료되면 디스크 관리 메뉴에서 120GB SSD 영역 외에 1TB HDD 영역이 정상적으로 파티션이 생성된 것을 볼 수 있다. SSD는 디스크 초기화만 했을 뿐 아직 포맷은 하지 않았지만, HDD는 파티션 생성과 함께 NTFS 포맷까지 완료되어 있다.

소프트웨어 설치가 완료되면 윈도우에도 SSD와 HDD가 각각 별도의 드라이브로 나타난다. SSHD와 달리 SSD와 HDD가 물리적으로 구분되어 일반 SSD + HDD 구성과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처음 한 번만 WD 블랙 스퀘어 소프트웨어를 통해 HDD 영역의 파티션을 생성하고 2개의 드라이브를 만들어 놓으면, 이후 다른 윈도우 PC에 연결해도 2개의 드라이브와 내부 데이터가 정상적으로 보존된다.

디스크 초기화와 포맷 방법은 사용자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냥 출시했겠지만, 복잡한 초기화 과정과 시간을 생각하면 차라리 출시 때부터 파티션이 만들어진 상태로 바로 사용하도록 했어도 좋지 않았나 싶다.

아크로니스 백업 SW를 통한 업그레이드

WD 블랙 스퀘어 듀얼 드라이브는 제품 타겟을 2.5인치 싱글 드라이브를 지원하는 노트북이나 올인원 PC 등의 업그레이드 용도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은 이미 OS가 설치된 저장장치를 제거하고 듀얼 드라이브를 장착하는 마이그레이션을 거치게 된다.

이를 위해 제품에는 SATA to USB 3.0 변환 어댑터가 포함되어 있다. SATA 인터페이스를 USB 3.0으로 바꿔서 노트북이나 PC의 USB 포트에 연결하고, 전원도 추가 USB 포트를 통해 공급받는다.

운영체제와 프로그램, 각종 데이터가 설치된 기존 저장장치를 듀얼 드라이브로 옮기려면 백업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WD 홈페이지에서는 백업 솔루션으로 유명한 아크로니스(Acronis)의 True Image WD 에디션을 제공하는데, 이 버전은 WD 블랙 스퀘어 듀얼 드라이브가 설치되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

노트북에서 바로 듀얼 드라이브로 데이터를 옮기려면 아크로니스 True Image 소프트웨어에서 제공하는 디스크 복제 기능을 이용해 기존에 설치된 저장장치의 데이터를 듀얼 드라이브의 SSD 영역으로 복사하면 된다. 

다만 복제하려는 저장장치의 데이터 용량이 SSD(128GB)보다 크면 자동 복제를 할 수 없다. 수동으로 필요한 부분만 복사하고 듀얼 드라이브로 교체한 다음, 1TB HDD 파티션을 활성화시키고 기존 저장장치를 SATA to USB 어댑터에 연결해 나머지 부분을 복제해야 한다.

WD 블랙 스퀘어의 SSD, HDD 성능은?

WD 블랙 스퀘어 듀얼 드라이브는 하나의 SATA 인터페이스를 사용할 뿐 물리적으로 완벽하게 구분된 SSD와 HDD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성능에서도 SSHD와 달리 온전한 SSD와 HDD 성능을 지원한다.

일단 WD에서 제시한 블랙 스퀘어 듀얼 드라이브의 스펙은 내부 전송 속도 읽기 최대 350MB/s, 쓰기 최대 140MB/s에 전압은 읽기/쓰기에서 1.8W, 대기/슬립 상태에서 0.9W다. 동작 소음은 idle시 20dBA, 탐색시 21dBA이다. SSD 스펙과 HDD 스펙이 섞여있기 때문에 HDD 쪽의 성능은 확인하지 못한다.

 Z77 메인보드에 윈도우7이 설치된 테스트 PC에 WD 블랙 스퀘어 듀얼 드라이브를 연결해 HDD까지 활성화시키고 CrystalDiskMark를 실행한 결과 SATA III 6Gb/s 포트에서 SSD는 0fill 테스트 모드에서 읽기 440MB/s, 쓰기 150MB/s의 성능을 보였다. HDD는 110MB/s 정도로 노트북용 5400RPM급 수준의 성능을 보였다.  

읽기/쓰기 모두 500MB/s대를 넘나드는 최신 고성능 SSD에 비하면 쓰기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SSD 테스트의 연속 쓰기와 512K, 4K QD32 쓰기 속도가 모두 150MB/s 안팎을 기록하는 것은, 쓰기 부분의 최대 전송폭이 SATA I 수준(150MB/s)으로 고정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준다.

WD 블랙 스퀘어 듀얼 드라이브는 2.5인치 규격 저장장치 외에 mSATA를 지원하거나 SSD가 메인보드에 장착된 최신 노트북(울트라북)의 업그레이드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렇다고 완전 구형 노트북/넷북의 업그레이드에 사용하자니 제품 가격이 노트북의 중고가보다 높아지는 꼴이 된다.

따라서 SATA 6Gb/s 또는 SATA 3Gb/s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노트북에 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올인원이나 미니 PC는 노트북에 비해 판매량도 적고 이동성이 없어 외장 하드 같은 대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SATA 3Gb/s 인터페이스에서는 SSD 읽기 전송 속도는 300MB/s 이하로 떨어지지만, 쓰기 성능은 원래 150MB/s 정도여서 영향을 받지 않는다.

괜찮은 아이디어로 시작, 후속 제품은 경쟁력 갖춰야

WD 블랙 스퀘어 듀얼 드라이브는 SSD와 HDD를 하나의 드라이브로 사용한다는 2 in 1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이다. 드라이브 베이가 텅텅 빈 데스크탑 PC에서는 뻘짓에 가까운 제품이지만, 싱글 드라이브 베이로 저장장치 선택의 폭이 좁은 노트북이나 올인원 PC, 미니 PC 등에서는 두 가지 제품을 동시에 쓸 수 있다.

특히 데스크탑 PC보다 모바일 플랫폼의 비중이 계속 높아지는 PC 시장에서 WD 블랙 스퀘어 듀얼 드라이브 컨셉은 SSD나 HDD 가운데 하나만을 만드는 회사에서는 따라할 수 없는 SSD&HDD 제조사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SSHD와 함께 WD의 새로운 먹거리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최신 SSD 제품들보다 떨어지는 SSD 쓰기 성능, SSD와 HDD를 함께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비싼 가격, 복잡한 소프트웨어 파티션 설치 작업 및 윈도우 OS만 지원하는 환경적인 제한 요인은 아직 이 제품이 최종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베타 버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런 제약 때문에 WD에서도 이 제품 타겟을 고급 사용자, 멀티미디어 전문가, 게이머 및 PC 조립전문가 등 일반 소비자보다는 관련 지식이 있는 유저층으로 하고 있으며, OEM 공급은 따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SSD 성능을 높이고 용량을 다양화해서 어떤 OS에도 사용 가능한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출시한다면 듀얼 드라이브의 성공 확률도 그만큼 올라가게 된다.

과거 구형 맥북 제품에 SSD와 HDD 중 무엇을 넣어야 하나 고민했던 필자의 입장에서는 WD 블랙 스퀘어 듀얼 드라이브 같은 제품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초기 제품은 가격과 성능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WD가 공격적인 자세로 듀얼 드라이브 쪽에 투자를 시작한다면 주류 시장에서도 SSHD와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