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인텔 CPU와 칩셋은 전세대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4년도 벌써 반이 지나가 버린 현재 PC 업계를 돌아보면, 그래픽 카드 업게는 2014년 2월 지포스 GTX 750 시리즈가 출시된 이후 특별한 이슈꺼리가 없고,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CPU 역시 '리프레시'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동작 클럭이 조금 상승한데 그쳤고, 짝을 이루기 위해 공개된 칩셋 9 시리즈 칩셋은 아직 분위기가 설 익은 M.2 인터페이스 지원이 추가된 걸 제외하면 딱히 소비자들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 없다고 평가받고 있다.
같은 등급 칩셋간에 기능 차이를 보기 어려운 현상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CPU를 살펴보면 샌디브릿지에서 아이비브릿지로 넘어갈 때 공정 미세화로 약간의 성능 향상이 있은 이후, 아이비브릿지에서 하스웰과 하스웰 리프레시로 넘어가면서는 성능 향상이 거의 정체된 모습을 보이면서 소비자들은 성능에 의한 업그레이드 욕구를 느끼기 어렵게 되었다. 또한 아이비브릿지를 위한 7 시리즈, 하스웰과 하스웰 리프레시를 위한 8, 9 시리즈의 서로 대응하는 Zx7, Hx7, Bx5 칩셋들의 스펙을 비교해보면, 명칭만 제외하고 보면 동일하다고해도 좋을 정도로 차이가 미세하다.
기능과 성능이 비슷한 물건을 놓고 봤을 때 당신의 선택은?
이렇게 되니 사용자 입장에서는 제조사들이 아무리 더 좋아졌다고 내세우는 신형 칩셋 메인보드라고 해도 결국 구형 칩셋이 사용된 제품과 비교해 기능이 대동소이(大同小異)하게 느낄 수밖에 없고, CPU 성능도 신/ 구 제품간에 차이가 크지 않으므로 비싸고 차이도 없는 신제품보다 가격이 안정화된 전세대 메인보드와 CPU쪽에 우선 관심을 두게된다.
물론, 신제품이 출시되면 기존 제품이 서서히 단종되고, 높았던 신제품 가격도 전 세대 모델과 동급으로 안정되서 자연스레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시간이 지나며 소비자들도 지연히 신제품에 관심을 두게 되지만, 세대교체 기간에 신제품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도 한번쯤 원인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정체된 PC 시장, 과거 방식을 이어오는 메인보드 업체
IT 시장의 중심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간 것도 한 이유가 되겠지만, PC 시장 핵심인 CPU와 메인보드 칩셋이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이되자 메인보드 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제품이 나와도 예전처럼 신규 구매나 업그레이드 요인이 크지 않고, 메인보드 제조사 입장에서는 동일한 칩셋을 가지고 이미 기술력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경쟁사들과 갈수록 줄어드는 파이를 나눠먹어야 하는데, 이쯤되면 점유율이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걱정해야할 정도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BIOSTAR와 ECS는 석 달이 되어가도록 단 1종의 9 시리즈 보드만을 출시했다
실제로 메이저 메인보드 제작사 네곳을 제외한 ECS와 Biostar는 9시리즈 칩셋이 공식 발표된지 석 달째에 접어든 기사 작성 시점인 7월 말까지 9시리즈 칩셋 메인보드를 단 1개의 모델만 출시하는 모습에서 일반 데스크탑 메인보드 시장을 정리하려는 듯한 움직임이 감지되며, 이에 따라 국내 메인보드 시장 역시 메이저 업체 네 곳을 제외한 다른 업체의 제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위기에 직면한 메인보드 업체들의 전략이 여전히 과거에 묶여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9시리즈 메인보드를 보면 제조사들은 역시나 '이런 저런 기능이 더해지고 좋아졌습니다.'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메인보드 제조사들이 강조하는 기능이 모두 지원되는 제품은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 일부에 불과하고, 거의 같은 스펙의 칩셋이 몇 년간 계속되면서 신/ 구 제품의 실제 지원 기능들 역시 대동소이해진데다, 소비자들의 주요 관심사가 모바일로 옮겨가는 환경 변화까지 겹치면서 메인보드의 기능 경쟁은 더 이상 소비자들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
쏟아지는 메인보드 종류를 보고 있으면 '너무 많다'는 네오의 심정이 이해된다
이런 상황에서 업체들은 한명의 소비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전 세대 제품보다 기능 차이를 더욱 세분화하여 수많은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좋게보면 소비자가 자신에 꼭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안 좋게 보면 비교하는데 지쳐 제품을 대충 사게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물론 PC가 IT 시장의 중심이었던 시절에는 소비자들이 이것 저것 비교하고 고르는 재미가 있었지만, 문제는 모바일 시장으로 IT 시장의 중심이 넘어가면서 전처럼 소비자들의 패턴은 보다 심플하게 변했다는 점이다.
즉, 이미 기능이나 안정성 등이 이미 평준환된 시점에서 골치 아프게 비교하고 따지느니 자신에게 꼭 필요한 기능만 있으면 예산내에서 적당한 가격의 제품을 사는 경향이 높아진 것이다. 거기에 정보 접근이 쉬어진 환경이 더해지면 '이걸 더했어요, 저걸 바꿨어요' 식으로 계속되는 제조사들의 기능 중심 제품 소개는 소비자에게 듣기 귀찮은 시어머니의 잔소리와 같이 공허하게 느껴지게된다.
새로운 환경에 맞춘 업체들의 입체적 브랜딩 전략 필요
메인보드 업체들로써는 모바일로 중심이 옮겨가는 IT 시장의 흐름과 연이은 부정적인 시장 전망, 몇 년째 큰 변화없는 핵심 칩셋을 쓸 수밖에 없어 기술적으로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도 마땅치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 방향이 소비자들이 식상해 하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최고급 보드 설명에 이어 소개된 기능을 어떤 제품에서 쓸 수 있다고 생각할까?
물론 업체들에게 제한적인 환경이지만 그 안에서 어떤 새로운 변화가 있을지 관심을 보이는 열성적 소비자층은 여전이 있고 무시할 수 없는 소비자층이지만 문제는 메인보드 업체들이 여전히 이들에만 집중하는 것은 지적할 수밖에 없다.
한 예로 전체 제품 발표회에서 고급형 제품들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고 클라우드 기능을 쓸 수 있다고 소개하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대체 해당 기능을 어디서 쓸 수 있다고 생각할까? 실제 클라우드 기능은 24시간 PC가 켜져있거나, 수시로 원격 On/ Off가 필요한 특성상 소비전력에 민감하므로 보급형 메인보드에 저전력 CPU를 조합해 만드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 훨씬 경제적이고 합리적이다.
물론 트랜드에 민감한 고급형 제품 사용자도 해당 기능을 쓸 수 있지만, 이들이라면 클라우드(NAS) 기능만을 위해 수십만원 하는 고급형 보드와 CPU에 HDD를 더하느니 더욱 전문적인 기능을 지원하는 NAS를 쓰려고 하지 않을까?
클라우드 기능 쓰자고 본체만 수십만원 하는 고급 PC를 꾸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위에 장황하게 구구절절히 늘어놨지만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거다.
시대 트랜드에 맞춘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최신 하드웨어와 기능 기술 설명? 좋다. 분명 누군가는 관심있어 할테니까. 문제는 메인보드 제조사들이 여기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누구는 앞서 말한데로 저전력 PC로 클라우드(NAS)를 만들고 싶어할 것이고, 누구는 거실용 HTPC나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적절한 성능의 게이밍 PC를 원할 것이다. 또한 매장에 들여놓을 관리용 PC가 필요한 자영업자도 있을테고, 인테리어 요소겸 디지털 사이니지로 활용하고 싶은 매장도 있다.
하지만 사용자에 따라 다른 사용 환경에 대한 배려와 솔루션 제시는 찾아보기 어렵고, 오늘도 여전히 메인보드 제조사들은 '이 기능을 넣었어요, 저 기능이 개선됐어요'라며 하이엔드 유저들을 위한 재방송에 열심이다.
물론 하이엔드 유저들을 위한 전략이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하이엔드 유저들을 위한 전략도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거기에 얽매여 다양한 소비자층을 위한 브랜딩 전략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다양한 소비자층을 공략하자면서 수많은 제품을 출시하면서, 정작 어떤 제품이 어떤 소비자에게 필요하고,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인색해온 메인보드 제조사들. 단순히 제품 라인업을 늘리고 기술 자랑만 할게 아니라, 이제는 눈을 돌려 이들에게도 걸맞는 브랜딩 전략을 실행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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