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Google)이 2016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 I/O (Google I/O)를 개최했다.
구글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구글 본사 앞마당에서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 I/O를 열었다. 18일부터 20일까지 3일
동안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 구글은 첫 날 전세계에 생중계된 키노트를 통해 그 동안 진행해온 기계학습(Machine Learning)과
인공지능(A.I.)를 새로운 화두로 꺼내면서 이런 기술들이 구글 서비스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었는지를 소개했다.
또한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N(Andorid N)'을 비롯해 스마트워치용 '안드로이드 웨어 2.0', 새로운 메신저와
영상통화 앱, 단일 통합 앱 플랫폼 파이어 베이스, 구글 안드로이드 스튜디오 2.2,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홈 네트워크 기기 '구글
홈(Google Home)' 등을 선보였다.
진화한 개인비서, 구글 어시스턴트
오랜 시간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에 상당한 투자를 해온 구글은 이를 토대로 자연어 처리, 음성 인식, 번역 기능을 지원하는 기술을 축적했는데,
이번 구글 I/O에서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한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를 발표했다.
경쟁사인 애플(Apple)의 시리(Siri)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코타나(Cortana)가 이용자와의 보다 자연스러운
소통과 맞춤형 결과물을 내놓는 것에 비해 그 동안 구글 음성 인식은 단순히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해 지정된 명령을 수행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새로 발표된 구글 어시스턴트는 지난 몇년 동안 사용자의 질문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연구의 결과로 여러 기기와 서로 다른 맥락에서도
끊임없는 '앰비언트 사용자 경험(ambient experience)'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이것', '저것', '여기', '저기'와 같은 정확한 대상이나 목적을 지칭하지 않은 단어에 대해서도 서로 대화하듯이 사용자의
상황을 파악해 적절한 솔루션을 즉시 제공하고 있다. 재미있는 영화가 없을까라는 물음에 리뷰 평점이 높은 최신 영화를 보여주고 관람하고 싶은
영화를 고르면 근처 극장에서 필요한 좌석까지 예매한 뒤 영화가 시작하기 전 가족이 함께 식사할 레스토랑을 찾고 영화관까지 가는 길도 안내해줄 수
있다. 모두 구글 검색이나 구글 나우를 통해 개별적으로 지원하던 기능을 구글 어시스턴트가 자동으로 연결하도록 만든 것이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자동차, PC, 홈과 같은 다른 디바이스에서도 연동되어 내용을 공유하게 되는데, 구글은
어시스턴트 기능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하드웨어 제품과 애플리케이션도 함께 발표했다.
음성으로 대화하는 구글 홈(Google Home)
구글이 발표한 가정용 디바이스 구글 홈(Google Home)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집안 어느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음성 명령
기반의 제품이다. 작은 램프 크기의 구글 홈은 하단부에 패브릭 재질을 덧씌워 사용자의 취향이나 인테리어에 맞춰 다양한 컬러를 선택할 수 있으며
음성 출력을 위한 스피커는 음악 재생이 가능한 Wi-Fi 스피커 역할도 한다.
구글 홈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로 구글 어시스턴트와 대화를 나누면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비행기 일정을 확인하거나 오븐 타이머를
설정하고, 사물인터넷(IoT)을 지원하는 가전 기구를 관리할 수 있다. 또한 궁금한 것이 있다면 구글 검색을 통해 원하는 답을 음성으로
들려준다. 구글 홈은 올해 말 출시 예정이다.
구글 어시스턴트 탑재 메신저, 알로(Allo)와 듀오(Duo)
구글 어시스턴트 기능이 들어간 소프트웨어로는 메시징 앱인 알로(Allo)와 영상통화 앱인 듀오(Duo)를 소개했다. 애플 iOS용
메신저(iMessage)와 영상통화(FaceTime) 앱에 비해 그 동안 구글 안드로이드는 순정 앱의 사용 비율이 매우 떨어졌는데, 구글
어시스턴트 기능을 탑재함으로써 이를 보완하고자 한 것이다.
먼저 메신저 앱인 알로는 기본적인 문자와 이모티콘으로 표현되는 대화 내용에 크기 조절 기능을 추가시켜 상황에 맞춰 글씨와 이모티콘 크기를
조절해 재미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또한 별도의 앱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미지(사진)을 첨부하기 전에 이미지에 간단한 메모를 손글씨로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구글 어시스턴트 기능이 적용되어 메시지 맥락을 파악해 답변 내용을 추천하는 스마트 응답 기능은 대화하고 싶지 않은 상대가 말을 걸었거나
일일이 키보드로 답변 내용을 타이핑하기 귀찮을 때 나열된 2~3개의 추천 응답 중에 원하는 것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이와 반대로 대화 중
필요한 내용을 바로 찾아줄 수도 있으므로 그냥 인사치례로 "언제 밥 한번 먹자"라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면 알로에서는 대화창에서 음식 종류, 근처
식당, 시간 등을 바로 찾아서 예약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 외에 메신저 감청이나 개인정보 검열을 우려하는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해 종단간(end-to-end) 암호화, 보안 알림을 제공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메시지를 삭제해주는 시크릿 모드도 지원한다.
일대일 영상통화를 위한 듀오는 느린 네트워크 환경에서도 영상 통화를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노크(knock)' 기능이 들어가 상대방이 전화를 걸었을 때 실시간으로 전화를 건 쪽의 모습이 먼저 보여지도록(Live Preview) 했다.
알로와 듀오 모두 사용자의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애플과 달리 안드로이드는 물론 iOS 사용자도 지원한다. 두 가지 앱 모두 올해
여름에 출시될 예정이다.
차세대 안드로이드 N, 성능 향상 및 자동 업데이트 지원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N'은 그 동안 구글 I/O에서 발표하던 전통을 깨고 올해 3월 개발자 프리뷰를 먼저 배포하기
시작했는데,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사전 베타 테스트를 통해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기 위함이었다. 이번에 소개된 안드로이드 N의 3가지 핵심
주제는 성능, 생산성, 보안이다. 또한 그 동안 안드로이드 별칭은 구글이 직접 디저트 메뉴 중에 골랐지만 이번에는 공모전을 통해 N에 해당하는
이름을 정하기로 했다. 단, 이벤트성이라서 선정된다고 해서 따로 상금을 주지는 않는다.
안드로이드 N에서는 성능 향상을 위해 최신 3D 그래픽 렌더링 API인 벌칸(Vulkan)을 포함시켜 게임에서 보다 나은 성능과 다양한
그래픽 효과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 JIT 컴파일러 도입으로 앱 설치 속도는 75%, 컴파일 코드 크기는 절반 가량 줄였다.
보안 부문에서는 풀 디스크 암호화를 적용했던 마시멜로에서 발전된 파일 기반 암호화를 적용했으며, 안드로이드 보안 위협으로 떠올랐던 미디어
프레임워크를 통한 해킹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업데이트도 개별적으로 설치할 필요없이 백그라운드에서 다운로드 받아 설치한 뒤 다음
부팅시 교체하는 식으로 더 이상 앱 최적화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되므로 시스템 업데이트 때 앱 최적화 순서도 사라진다. 그 외에 구글 플레이를
통해 불량 앱들이 배포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앱 보안 테스트를 강화하기로 했다.
생산성은 지난 3월 안드로이드 N 개발자 프리뷰 발표시 이미 알려진 대로 멀티윈도우 기능을 OS에서 공식 지원하며 앱 리스트 항목에서 모두
삭제 옵션을 추가했다. 또한 메뉴 버튼을 두번 누르면 직전에 실행했던 앱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멀티윈도우 화면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는 화면을 분할하는 스플릿 모드로 실행되지만 안드로이드 TV에서는 PIP(Picture-in-Picture) 형태로 보여진다. 상단
알림 화면에서 바로 응답할 수 있는 인라인 답변 기능도 지원된다.
그 외에 안드로이드 N 버전의 특징은 보드나라 이전 기사
"개발자들에게 프리뷰 배포 개시, 구글 차세대 안드로이드N 특징은?"을 참고하기 바란다.
가상현실 시장에 뛰어든다, 구글 VR 데이드림(Daydream)
구글은 가상현실(VR) 시장이 자리잡지 못한 초기부터 골판지를 접어 만드는 저렴한 '카드보드(Cardboard) VR' 헤드셋을 내놓고
이를 지원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출시했다. 시장에서도 여러 업체들이 구글 카드보드 VR을 응용한 다양한 VR 헤드셋 제품을
출시했으며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 VR 지원 앱은 5,000만건 이상 설치됐다.
PC 시장에서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Vive가 등장하고 모바일은 오큘러스와 손잡은 삼성전자가 기어 VR을 내놓으면서 점차 VR 시장이
본격화되자 구글은 안드로이드 N에 VR 모드를 기본 탑재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전용 VR 기기 '데이드림(Daydream)'을 공개했다.
데이드림은 VR 헤드셋과 모션 센서 기능이 내장되어 손에 쥐고 움직일 수 있는 컨트롤러 세트로 구성된다.
데이드림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VR 시스템으로 구성되는데, 스마트폰 센서와 디스플레이 모바일 프로세서(SoC) 성능이
받쳐줘야 한다. 안드로이드 N 운영체제에 VR 모드가 탑재되는데 VR 구동에 필요한 성능과 지연시간 단축, 그리고 VR 시스템 UI가 들어갔다.
데이드림 지원 스마트폰을 만드는 업체도 안드로이드 주요 파트너들로 한정시켰는데,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포함됐고 나머지는 대만과 중국
메이저 업체들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오큘러스와 협력한 기어 VR을 내놓은 상태여서 데이드림과는 경쟁 관계가 될 수도 있는데, 기어 VR은 갤럭시 플래그십
모델만 지원되는 기능이라 중급형 모델에 데이드림을 적용하거나 기어 VR이 아닌 일반 VR 헤드셋을 장착했을 때 데이드림이 동작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드림을 썼을 때 나오는 안드로이드 N의 VR 모드 시스템 UI(유저 인터페이스)는 오큘러스 및 기어 VR에서 보던 홈 화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컨트롤러를 이용해 화살표 이동과 선택이 가능하고 구글 플레이에서 VR 모드를 지원하는 앱도 다운받을 수 있다. 구글은 이미
데이드림에 주요 콘텐츠 업체들과 게임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안드로이드 웨어 2.0, 인스턴트 앱, 스튜디오 2.2와 파이어베이스
스마트워치용 웨어러블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웨어 2.0도 발표됐다. 시계 화면(워치페이스)의 커스트마이즈 기능 및 메시지 응답도 지정된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 외에 필기 입력과 키보드 입력을 지원한다. 스마트폰 없이 독립적인 앱 사용이 가능해졌으며 피트니스 기능도 강화되어 구글
핏(Google Fit) 데이터 API, 사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동작, 스트리밍 뮤직 재생 기능도 갖췄다. Wi-Fi 외에 이동통신 기능을
갖춘 모델은 통화 기능도 지원하므로 운동할 때 스마트폰을 가지고 가지 않아도 된다.
구글에서는 앱 설치 과정 없이 즉시 사용 가능한 안드로이드 인스턴트 앱(Android Instant Apps)도 소개했다. 기존 안드로이드
앱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동일한 API, 프로젝트, 소스코드를 사용하지만, 개발자가 앱을 모듈화시키면 구글 플레이에서 필요한 부분만 빨리
다운받아 사용하는 구조로, 사용자가 앱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URL을 클릭해 바로 앱을 열 수 있다. 기존 앱을 안드로이드 인스턴트 앱으로
업그레이드 하면 안드로이드 젤리빈(4.1) 이후 사용자들 모두 헤택을 받게 된다. 특정 앱으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해당 앱 설치 없이 필요할
때 즉시 설치해서 이용하거나 특정 모바일 쇼핑 앱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구글 검색에서 찾아 따로 회원가입이나 결제, 배송 방법을 입력하지 않아도
안드로이드 페이로 바로 결제해 받아볼 수 있다.
안드로이드 앱 개발 도구인 안드로이드 스튜디오도 2.2 버전으로 업데이트 되면서 기존 2.1 버전보다 인스턴트 실행은 10배, 에뮬레이터
테스트 속도는 3배 빨라졌다. 새로운 레이아웃 디자이너 및 제약 기반 레이아웃으로 UI를 다른 기기 화면 크기에 맞춰 자동으로 사이즈를
조정하도록 해준다. 또한 향상된 잭 컴파일러/JAVA8 지원, 확장된 C++ 지원, 파이어 베이스 지원 및 향상된 접근성을 갖췄다.
안드로이드, iOS 및 모바일 웹 개발을 위한 단일 통합 앱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파이어베이스(Firebase)에 새로운 툴틀 지속적으로
추가해 개발자들에게 더 빠른 개발과 앱 품질 개선, 앱 수익 창출을 돕는 통합 분석 툴을 제공한다고 언급했다. 파이어베이스 애널리틱스는 구글의
새로운 모바일 앱용 무료, 무제한 분석 솔루션으로 페이지뷰나 세션에 초점을 두는 대신 앱 내에서 사용자가 하는 행동에 대한 분석을 제공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 외에 구글 클라우드 메시징이 파이어베이스와 통합되어 파이어베이스 클라우드 메시징으로 재탄생되었고, 개발자들이 쉽고 안전하게 파일을
업/다운로드 할 수 있는 파이어베이스 스토리지도 출시했다. 파이어베이스 리모트 컨피그는 즉시 업데이트 가능한 변수를 제공해 앱을 순식간에
조정하고 커스트마이즈해 최상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머신러닝 가속화하는 인공지능 칩셋 TPU도 소개
키노트 행사 말미에 다시 등장한 구글 CEO 순다 피차이(Sundar Pichai)는 얼마 전 한국에서 치러진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언급하면서 머신 러닝과 인공지능의 발전 및 이를 위한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머신러닝 전용 TPU(Tensor Processing
Unit), 그리고 이를 이용한 기계학습 진행 상황 등을 소개했다. TPU는 구글 머신러닝 시스템 텐소플로우(Tensorflow)에 최적화시킨
칩셋으로 기존 칩셋과 비슷한 전력을 소모하면서 성능은 10배 가량 향상되었고, 이미 1년 전부터 구글 데이터센터 내부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PU나 GPU 같은 범용 작업을 위한 설계가 아닌 구글 머신러닝 작업에 맞춰 연산당 소요되는 트랜지스터 수를 줄이고 높은 연산력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칩셋 형태도 데이터센터 랙에 있는 하드드라이브 슬롯에 장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구글의 이번 I/O 키노트 자체가 머신러닝과 인공지능 기술을 기존 서비스에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지를 2시간여에 걸쳐 소개한 자리였기 때문에
단순히 다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능과 넥서스 시리즈 같은 하드웨어 신제품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약간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이후 먹거리가 불분명한 현재 시장 상황에서 구글이 제시한 것은 스마트워치나 드론 같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고 인간과
대화하며 인간이 원하는 바를 빠르게 파악해 도와주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물론 안드로이드 N과 안드로이드 웨어 2.0, 데미드림 VR, 인스턴트 앱 같은 기존 플랫폼 환경을 위한 먹거리도 남겨두었지만 키노트
앞뒤로 CEO가 직접 머신러닝과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언급하면서 구글이 향후 이쪽 분야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와 메시징 앱은 이에 대한 간단한 예시일 뿐 관기술이 응용될 수 있는 앞으로의 시장은 개발자들의 몫으로 남겨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