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경력 18년. Apple 부터 시작해서 MSX, IBM-PC XT, AT, 386, 486, Pentium 이후로
현재의 최신 제품들 까지. 안 써본 것 없고 안 만져본 컴퓨터가 없는 필자에게 며칠 전 엄청난 일이 닥쳤다.
필자는 집에 컴퓨터가 없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데스크탑 컴퓨터가 없다. 오로지 업무용과 약간의 가정용을 수반하는 노트북만
있을 뿐이다. 그래도 이 노트북이 15.4인치 와이드화면에 7300Go 그래픽카드가 내장되어있는 나름대로 '쓸만한' 물건이다.
게임을 하지 않는 필자로선 굳이 '데스크탑'이 필요한 명분을 주지 못한다. 그런 필자가 몇일전 우연히 접한 게임이 하필이면,
테스트랩에서 사용하던 'Company of Heroes'였다. 아무 생각없이 돌려본 게임에 필자는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지금은
CoH의 열광적인 팬이다. 그런 필자에게 들려온 희소식. CoH가 Opposing Front라는 확장 팩을 새로 내놓는다는 것.
정품을 구매한 뒤 필자는 설치에 성공했지만 플레이가 되지 않았다. 이유? 이미 기사가 나갔다. 'Office 2007'과의
충돌문제.
문제를 발견한지 일주일만에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 했지만, 하도 짜증이 나다보니, 고급 그래픽카드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어떻게 한다... 노트북에 그래픽카드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노릇도 아니고. 차일 피일 미루던 필자는, 회사의 벤치마크 시스템에서
돌려본 CoH와 노트북에서 돌려본 CoH의 그래픽퀄리티 차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과감하게 데스크탑을 꾸려갈 결심을 했다.
모사의 8800GTS 최고급 그래픽카드로.
동시간대. 필자가 유일하게 즐겨하던 Halo 시리즈의 완결편. Halo3가 국내 출시했다는 정보를 접했다. 역시 돈없음을
이유로 차일피일 XBOX360의 구입을 미루고 있던 필자는 CoH : Opposing Front를 구입하던날, 그 쇼핑몰에서
XBOX360을 판매하는 것을 보고 그냥 질러버렸다. 엘리트버전 시중가 48만원.
필자를 잘 아는 사람은 너무 잘 알지만 필자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 아니, 게임을 할 시간도 없다. 매일 밤늦게 10시 ~
12시가 넘어가는 야근에, 집에가면 쓰러져 자기 바쁜 생활이라 (필자 뿐 아니라 대다수 직장인이 모두 그럴 것이다. 직장인의
고달픈 삶을 학생이 어찌 알리!) 주말이 되면 누구 약혼식에 결혼식에 쫓아다니기 바빠 게임을 시간내어 한다는 것은 한때 필자에게
사치에 불과했다. 그런 필자가 유일하게 즐겨했던 게임이 바로 XBOX의 Halo 시리즈였다.
이쯤되면 사설의 결론이 나온다. 필자가 하고싶어했던 두 게임, Company of Heroes와 Halo 3의 두 타이틀의
가격은 고작 10만원~11만원선에 불과하다. 그러나 두 타이틀을 돌리기 위해 필자가 투자한 금액은 약 160만원선. 여기에
24인치 와이드모니터가 추가되면 금액은 더 뛴다. 과연 두 타이틀이 170만원의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필자는 고민의 고민을
반복한다.
분명히 두 게임을 클리어한 뒤 필자는 다시 바쁜 일상을 보내게 될 것 같다. 마련해둔 CoH용 데스크탑은 먼지가 쌓여
갈것이고, 한번도 해보지 않은 XBOX의 라이브 한달 무료 쿠폰은 만료가 훌쩍 지나가 버릴 것이다. 이 어찌 감당하여야 하는가?
과연 대다수에게도 10만원짜리 타이틀을 즐기기 위해 수백만원의 비용 지출을 강요하여야 하는가? 필자는 곰곰히 생각해 본다.
필자는 생각해본다. 왜 CoH는 XBOX판으로 나오지 않을까? 아니면 왜 Halo3는 PC판으로 나오지 않을까? PC든
게임이든 무엇이 되었든 간에 그 SW의 경쟁력을 가장 강화시키는 동시에 약화시키는 첫번째 요인은 바로 플랫폼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누구나 구비하고 있는 플랫폼은 없다. 내가 XBOX유저라 해도 PC용게임이 어느날 갑자기 구미가 당기면 PC를 사야하고 (그것도
엄청난 그래픽카드가 달린 PC로), PS3용 게임이 갑자기 구미가 당기면 PS3를 수십만원을 들여 구매해야 한다. 그냥 게임만 할
순 없을까?
왜 플랫폼을 통일할 수 없을까? 하긴, 그것도 문제 해결이 안된다. 그런 시대가 되었다면 분명 필자도 '독과점'을 비판하는
사설을 썼을 테니.
필자 주위에는 XBOX, XBOX360, WII, PS3, PS2, PC, NDSL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도 꽤 된다.
이사람들에게 플랫폼을 한가지로 통일해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그나마 안사는 정품소프트웨어를 한두개는 더 사지 않을까? 저기
나열한 저 플랫폼가격만 해도 벌써 수백만원이 넘어가니 말이다.
플랫폼 싸움에 유저등 터진다. 필자는 노트북만 사용하는 덕에 완전히 이번에 등이 터졌다.
Halo3, CoH 저 두 게임을 하기 위해선 저기 쌓여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오직 저 두 게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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