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존, 아이코다, 이지가이드, 아이클럽 등의 대형 PC컴포넌트 전문 쇼핑몰이 2/24일부터 WD 하드디스크 전제품의 판매 거부운동에 들어갔다. 일부 쇼핑몰은 WD제품을 구매할 수 없도록 판매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의 소극적 정책을 폈고, 컴퓨존 등은 아예 홈페이지 팝업을 통해 판매 중단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WD의 판매정책 변경으로 인하여 판매를 중지한다고만 되어 있을 뿐, 어떻게 판매정책이 변경되었는지, 자의적으로 판매를 중단하는 것 인지, 아니면 타의에 의해 판매를 하지 못하는 것 인지 뚜렷하게 밝히지는 않고 있다. 확인해본 결과 대형쇼핑몰을 제외한 대부분의 판매자들이나 오픈마켓을 통해서는 기존과 동일하게 구매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1:1로 쇼핑몰별 거래총판을 지정한 WD Korea의 판매정책 변경
확인해본 결과 WD의 판매정책 변경은 다름아니라 일부 대형쇼핑몰에 한해 WD코리아에서 거래 총판을 일일히 지정한것이 문제가 됐다. WD는 지난 11월 아치바코리아가 WD 수입을 중단하면서 대신 도우정보를 추가로 수입원으로 지정했고 RMA서비스를 전담하던 명정보기술을 수입원으로 추가 지정해 현재 3개의 수입원에서 HDD를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대형 쇼핑몰과 같이 거래물량이 많은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특별히 특정 수입원의 제품을 지정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경우 저렴한 수입원의 제품을 구매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부분에서 WD코리아가 대형쇼핑몰마다 거래하는 총판을 지정하면서 구매측면에서 불리해진 쇼핑몰이 이에 반발하게 되었고 그로인해 스스로 판매중지라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사견임을 전제로 WD코리아가 왜 이러한 조치를 취했는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 대부분의 PC컴포넌트가 마찬가지이지만 HDD역시 유통단계를 거쳐 소매상으로 내려가면서 오히려 공급원가보다 판매가가 더 저렴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보드나라가 용산에서 떨어져 있다보니 급하게 HDD를 구매할 일이 있으면 쇼핑몰을 통해 구매하기보다 수입원에 지인에게 직접 부탁해 퀵서비스로 물건을 받는 경우도 있다. 혹여 일부 독자께서는 가격비교 최저가보다 더 저렴하지 않겠느냐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더 비싸다.
지난 기사중 '조립pc, 어떤 판매점에서 구매하여야 하는가?' 라는 기사에서도 잠깐 밝히긴 하였지만, 대표적인 조립PC의 미끼상품의 하나가 HDD이다보니, 단품가격은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처럼 하면서 실제로는 단품으로는 판매하지 않는 경우를 포함해 상상초월 판매행위가 다양하다. 그런 편법/불법적 행위를 거치지 않고 정상적으로 판매하는 제품가격은 가격비교 최저가보다 당연히 비싸다.
물론 이 경우는 그러한 경우는 아니지만, WD코리아는 박리다매를 무기로 수입원들을 경쟁시키면서 제가격을 받지 못하면서 판매하는 현재 사태를 조금이나마 타개하고 제값을 받고 제품을 판매하자는 차원에서 이번 정책을 꺼내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공정한 시장경쟁을 방해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정책에 시기상도 좋지 않아
먼저, 그러한 시장 내부사정을 알고 공감하는 사람이 몇명이나 있겠는가 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떤 정책이든 시장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하는데, 시장 내부의 종사자를 제외하고 일반 소비자나, 오피니언 리더 그 누구도 그런 사정은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렵고 그럴 필요도 없다. 공감하기 어려운 정책이 통하는 적은 본적이 없다.
둘째로 시기상으로도 좋지 않다. 억울하실지도 모르겠으나 지난 태국 홍수를 이후로 국내 HDD 판매원들은 소비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가격이 올라도 유분수지 원래 판매가격의 최대 3배나 폭등하는 HDD 가격을 접하는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그 가격 상승이 단순히 태국 홍수때문이라고만 생각치 않는다. 그 기회를 통해 한몫 단단히 잡고 싶으신 분들의 장난에 놀아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소비자 여론이며 그 여론의 화살은 실제로 그렇든 아니든을 떠나 HDD수입원이나 총판, 딜러 등 유통관계자들을 향해 있다.
자고로 정책이 제대로 먹히려면 시장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하며 적절한 시기에 집행되어야 한다. 어떤면에서 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정책임에도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시장 상태와는 상관없이 자사 이득만 높이겠다는 자사이기주의로 오해받기 충분한 정책이다.
하필이면 WD는 지난 태국홍수로 인해 가장 많이 피해를 본 제조사 아닌가? 또 WD는 태국 홍수 이전에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는 국내 HDD 시장의 판매 1위 회사였다. 게다가 홍수 이전과 비교해 가격도 이미 많이 올랐다. 태국 홍수를 빌미삼아 판매 1위라는 절대적 지위를 이용해 판매단가를 올려보겠다는 오해를 받기 딱 좋은 정책이다.
이와함께 이러한 정책이 소비자와 대형 쇼핑몰들의 권리를 침해하지는 않는가 하는 점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3조의2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 에서는
1.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를 부당하게 결정, 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2. 상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 3.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4. 새로운 경쟁 사업자의 참가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5. 부당하게 겅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하거나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
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물론 실제 법령의 적용은 훨씬 까다롭고 복잡하며, 실제 이 법률의 적용이 가능한지는 법에 대한 전문가들이 알아서 하실 일이지만, 법률의 위반 사실을 떠나 해당 쇼핑몰들이 보다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하고 소비자가 저렴하게 구매할 권리를 뺐는다는 점에서 공정한 거래를 지원하는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취지는 동감하나 방법은 잘못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시장의 사회적 합의가 우선
현재 용산 시장의 매커니즘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오죽했으면 저런 정책을 폈을까' 라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필자도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하고 여론을 환기시키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소홀히하고 지엽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 집단적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애초에 원하는 효과를 얻는데 실패했다.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판매상들도 현재와 같은 유통체계가 문제가 있는데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모두가 제값받고 물건을 판매하고 싶어 하지만, 남들보다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서 가격을 후려치는 이율배반적 행동을 하고 있는 것도 그들이다. 특히 이번 정책의 경우는 오픈마켓에 대해서는 전혀 대책이 없고 대형쇼핑몰 대응 위주로만 되어 있어 역차별 정책이라는 내용도 추가됐다.
구조적으로 각 수입원이 서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일방적으로 거래선을 지정하는 것도 모순이다. 경쟁을 하지 않게하려면 애초에 수입원을 한군데만 지정하거나 리테일 / OEM 수입원을 따로 지정하는 등 분야를 나눠 서로 경쟁을 하지 않게 만들고 대신 대고객서비스에 보다 많이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쓰는게 옳다.
이번 기사에서 사견을 많이 표출하는데 사견으로는 하나의 제품에 여러 수입원이 존재하는 것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가격경쟁만 하고 서비스나 유통구조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판매처를 모색하는데는 인색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도 제품의 스티커 보고 A/S센터를 따로 찾아가야 하니 불편하다. 미국과 같이 넓고 큰 시장에서는 통할지 모르지만, 용산이라는 단일화된 전국시장이 존재하는 한국에서는 같은 시장에서 총판끼리 영역 다툼만 해 가격경쟁만 할 뿐이다. 구조적인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편협한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 반발만 사게 되는 것이다.
많은 업체들이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슬기롭게 대처하는 업체들도 있다. 판매량을 줄이더라도 제값을 받고 물건을 판매하며 독창적인 제품의 개발과 품질을 확보해 소비자 스스로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업체도 있다. 지엽적인 문제해결에만 치우치지 말고 보다 건설적이면서도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하시기를 기대해 본다.
한가지 힌트를 드리자면, 아무리 좋은 유통구조를 갖추었더라도 소비자가 만족하지 않는 제품은 판매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제품의 품질에 공감하면 제품은 팔리게 되어 있다. WD는 이미 제품 품질 하나로 수년간 노력해 한국시장에서 '씨게이트'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기록한 적이 있지 않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