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0일), 차량 제작사가 인정한 차량 결함을 운전자가 자비로 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작사가 차량 수리비를 보상해 주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제보됐다.
▲ 라세티 프리미어의 브레이크호스 파열을 운전자가 자비로 수리했다.
2009년 8월 한국지엠의 라세티 프리미어 차량을 구매한 운전자 홍 씨는 "차량 제작사가 인정한 브레이크호스 결함을 공식 사업소에서 문제를 확인하고 자비로 수리하였음에도 이 비용을 제대로 보상해 주고 있지 않다"며 주장했다.
홍 씨가 결함 차량을 사업소에서 수리 받은 날짜는 2012년 3월이다. 주행 중 갑자기 브레이크호스가 터져 어쩔 수 없이 예상 제동 거리보다 30 여m 더 미끄러져 신호 위반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 문제를 당시 한국지엠 고객 센터에 알렸는데, 한국지엠 측에선 "주행 중 브레이크호스가 터진 것은 점검으로 확인할 수 없고, 운전자의 주행 습관에 따라 발생된 것으로 간주해 차량 제작사는 책임이 없다"는 점을 고수했다.
참고로 홍 씨는 브레이크호스가 터지기 한 달 전 사업소에 차량을 입고해 브레이크호스를 비롯한 제동 장치를 점검받은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센터의 입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국지엠에 소비자 불만 상담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답은 똑같아 포기했다고 한다.
▲ 브레이크호스 결함을 인정한 한국지엠, 국토부로부터 시정 조치를 받았다.
이랬던 한국지엠이 지난 11일, 국토부가 발견한 브레이크호스 결함을 인정하고 라세티 프리미어와 크루즈, 올란도 등 3개 차종으로 9만 9,985대를 리콜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 10월 13일부터 2011년 5월 24일까지 제작 판매된 차량이다. 이 내용대로면 홍 씨의 라세티 프리미어도 시기상으로 브레이크호스 결함으로 리콜되었어야 할 차량이며, 자비로 수리했다면 이를 제작사에 청구해 보상 받을 수 있다.
이 내용을 빌미로 홍 씨는 한국지엠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브레이크호스 수리비를 보상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만 했다. 차량 제작사가 리콜을 발표하기 1년 전인 2014년 1월까지 수리한 내용만 보상이 가능하고, 그 이전에 수리 받은 결함 내역은 보상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홍 씨는 "차량 제작사가 결함을 인정하였는데도 2014년도에 수리한 내역만 보상해 줄 수 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은 왜 홍 씨를 상대로 차량 수리비를 보상해 줄 수 없다고 했을까? 한국지엠 측에 전화를 걸어 이 내용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고 이를 결함으로 인정하였으면서 왜 차량 수리비를 보상해 줄 수 없는지를 알아봤다. 한국지엠 측은 "해당 내용을 조사해 보고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만 있었고, 보상을 해 줄 수 없는 사유에 관해선 답이 없었다.
▲ 자동차관리법 제31조 2항. 한국지엠이 보상해 줄 수 없다고한 법적 근거.
더는 답을 기다릴 수 없어 한국 소비자보호원에 해당 내용을 문제 제기했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자동차관리법 제31조 2항 내용에 자동차 제작사가 결함 사실을 공개하기 전 1년 이내 혹은 그 이후에 그 결함을 시정한 자동차 소유자에게만 시정 비용을 보상할 수 있다고 나와 있기 때문에 해당 내용의 운전자는 법적으로 자동차 제작사가 보상해 줄 의무는 없다"고 답했다. 도의적 책임은 있을지라도 법적으로 보상해야 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홍 씨는 결함 내용을 수리했음에도 보상해 주지 않는 한국지엠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 글을 실었다. 이에 한국지엠의 고객지원팀이 금방 전화를 걸어왔지만, 소비자보호원이 제시한 의견처럼 "법적으로 보상해 줄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2012년도에 수리 받은 내역은 보상해 줄 수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차량 결함은 인정한다면서도 법적 한도 내에서만 책임지려 하는 한국지엠의 이런 태도는 홍 씨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을 운전자 입장에선 실망할 수 밖에 없는 조치다. 법적으로 보상해 줄 수 없다해도 차량 제작사 입장에선 법리적 판단에 앞서 운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한국지엠이 이같은 상황에서 법적 책임은 없어도 도의적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대상 차량의 브레이크호스 결함을 수리한 비용을 보상해주겠다고 했다면 신뢰의 이미지를 쌓을 수 있었겠지만, 법적 한도 내에서만 이를 처리하겠다는 태도는 아쉽게 평가된다. 이 결함으로 오히려 큰 사고가 벌어질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물론 이 부분까지도 인정하고 처리하게 되면 차량 제작사가 지게 될 비용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모르는 건 아니다. 홍 씨와 같은 운전자들이 왜 이런 불만을 제기하며 화가 난 것인지를 차량 제작사가 운전자 입장에서 귀 기울여 들어 보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