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나라의 자동차 운전면허는 따기 쉽다.
지난 4일 방영된 MBC 카센터에서 AOA 멤버 초아가 장내 기능 시험을 치른 장면을 보고서 떠올랐다. 몇 년 전 글쓴이가 딴 1종 보통면허의 장내 기능 시험엔 경사로 출발, 굴절 코스, S자 코스, T자 코스, 기어 변속 등 여러 코스가 있었는데, 2011년 6월 운전면허 간소화 정책 이후 대다수의 코스 주행이 사라진 모습을 보게 됐다. 주요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선 지금의 우리나라 자동차 운전 면허를 '리어카 면허'라 부르며 옛날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 약 20~30년 전 아버지 세대의 자동차 운전면허는 어땠을까? 90년대 초반에 1종 보통면허를 취득한 글쓴이 아버지께 여쭈니, "가장 어려운 S자 전진 후 후진 코스가 있었다"면서 "당시 면허 시험에 붙은 사람이 열에 하나 나올까 말까했다"고 말씀하셨다. 몇 년 전 운전면허 땐 S자 전진은 있어도 후진은 없었다. 정말 이런 코스가 옛날에 있었을까?
■ 1종 보통면허의 비애, S자 전진 후 후진
S자 전진 후 후진은 실제로 1종 보통면허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 시험 항목이었다. 지금이라면 후진할 때 후방 카메라와 주차 센서로 어려움을 어느정도 극복할 수 있겠지만, 당시엔 사이드미러와 운전자의 직감으로 판단하고 해결해야만 하는 최악의 난이도를 자랑했다. S자 전진과 후진은 1종 보통면허 코스 시험의 첫 관문이어서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T자 코스와 굴곡 코스(지금의 '굴절 코스')를 주행해 보지도 못하고 실격 처리됐다. 2종 보통 수동면허는 S자 후진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합격율이 높았다.
지금와서 보면 S자 후진을 왜 치른 것인지 의문을 제기할 정도지만, 이 코스 항목을 통과하면 시험 감독관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울 만큼 베스트 드라이버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는 후설도 있었다. 운이 좋아야 열에 한 명만 통과 가능한 수준이었기에 1종 보통면허의 합격율은 극악에 가까웠다.
다행히 S자 전진과 후진은 1997년 5월 자동차 운전면허 시험 개정으로 전진만 해서 돌아나가는 지금의 'S자 코스'로 바뀌었다. 2011년 6월 운전면허 간소화 이후엔 S자 코스 마저도 정리됐다.
■ 단 1회만 검지선 밟아도 '실격'
운전면허의 평가 잣대도 엄격했다. 코스 시험 진행 중 검지선을 단 한 번이라도 넘어가면 실격 처리됐다. 이전의 장내 기능 시험에선 도로 가장자리 실선을 실수로 밟을 때마다 5점씩 감점됐고, 단번에 실격되는 상황은 차량의 바퀴가 연석을 타고 올라가거나 기물 파손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당시엔 검지선을 넘는 단순한 범위의 실수라도 용납키 어려웠던 모양이다.
이는 S자 전진 후 후진하는 과정에서 비일비재했다. 후진하다 뒷 바퀴에 검지선이 걸리는 경우가 상당했다. 이론적으론 전진한 그대로 운전대를 틀면 된다지만, 기준이 되는 회전 축과 시야 범위가 극단적으로 달라져 코스 시험의 어려움을 겪는 응시자들이 많았다.
■ 차를 갈아탔던 코스 시험, 번거롭기도
당시 1종 보통면허의 코스 시험은 차가 위치한 곳까지 걸어서 이동해 치뤄야 했다. S자 전진 후 후진, T자 코스, 굴곡 코스 순으로 각 코스 별로 준비된 차량을 타서 개별 시험을 치르는 방식이었다. 차 한 대로 모든 코스를 주행했던 장내 기능 시험과 비교하면 무척이나 번거로운 절차다. 세 코스로 구성된 코스 시험에 합격하면 시험장을 한 바퀴 도는 주행 시험을 볼 수 있었다. 이전 장내 기능 시험 항목에 있던 경사로 정차 후 출발, 돌발 상황 대처법, 교차로 통행법 등이 포함된 작은 코스다.
당시 60점 만점에 40점 이상이면 최종 합격으로 처리됐다. 지금의 1종과 2종 보통 면허도 장내 기능 시험의 합격 기준은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이다. 기준 점수만 보면 그 때와 비슷하지 않나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운전면허 간소화로 대폭 줄어든 지금의 운전면허와는 전혀 비교가 되지 않는다.
■ 김여사라면 엄두 못 낼 운전면허
위 기준대로 과거의 운전면허가 유지됐다면 어중간한 실력의 운전자들이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김여사들은 엄두 못 낼 운전면허다. 요즘 들어 리어카 면허 수준으로 난이도가 줄었는데도 사고율이 감소했다는 경찰청의 설명은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교육 시간이 짧고 평가 항목이 단순해지면 그만큼 운전 경험이 부족해져 상대적으로 사고 위험이 높아질텐데 말이다. 최근 경찰청은 운전면허 시험 강화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을 우려해 운전면허 간소화 폐기 법안에 반대하고 있기까지 하다.
운전자 과실로 인한 자동차 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운전면허 시험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쓸데 없이 높은 문턱의 S자 후진 같은 구성은 바라지도 않는다. 단지 제대로된 안전 교육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도로 사정에 맞는 운전면허 평가 기준을 내놨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