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워크샵을 계기로 짐을 많이 싣을 수 있는 차를 빌린 것인데, 각자 스케줄이 맞지 않은 관계로 흐지부지 되버렸다. 평소 이곳저곳 운전하는 걸 좋아해 처음 가는 길도 두렵지 않았다. 1년 전 학과서 MT 갈 적에도 스스로 내비게이터가 되겠노라 자청했던 나였다.
그랬는데 이번엔 뜻이 통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학교서 늦은 야간 수업이 끝나고 머나먼 집으로 가는 운전대를 잡았다. 아쉬움도 달랠 겸, 이걸 어찌하나 콘셉트도 정리할 겸, 고속도로 대신 국도로 주행 경로를 잡았다. 이 길을 쉬지 않고 5시간 반을 운전했던 나로선 다시는 이 짓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다시 무모한 도전을 벌였다.
■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 사각 지대 경보는 필수
사방이 깜깜한 밤 운전엔 첨단 기능의 도움을 받으면 운전하기 편하다. 차선을 벗어날 때 울리는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 가까이 접근하는 차량을 알려주는 사각 지대 경보 기능을 켜 두면 웬만큼의 방어 운전엔 자신이 붙는다.
성남에서 찬안으로 향하는 3번과 1번 국도를 거쳐 가는 구간은 차량 이동량이 많아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매주 불타는 금요일 밤이면 분당에서 수원으로 빠지는 일부 터널 구간이 막혀 20~30분 지체됐는데, 자정을 넘긴 시각이라 대체로 원활한 교통 흐름을 따를 수 있었다.
가끔 앞 뒤 간격을 가늠하고 차선을 변경하다 보면 사각 지대 경보 시스템이 울려 운전자를 잠시 당황하게 만들 수 있는데, 안전하다고 확신한다면 개의치 않고서 진입해도 무방하다.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은 단순한 신호음과 클러스터 화면에 주의 표시를 보여주는 것으로 그친다.
이왕이면 스티어링 휠에 진동 기능을 추가해 운전자가 경각심을 갖고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 불시의 음주 단속, 고속도로의 유혹, 헷갈리는 신호
경기도 수원 외곽을 빠져나갈 즈음, 눈 앞에 익숙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음주 단속이다. 야간 수업 직후 먹거나 마신 것이 없기에 전혀 걱정할 게 없었다. 음주 감지기에 가볍게 후 불고는 아무렇지 않게 자리를 떴다. 이날 검문 도중 음주 단속에 적발돼 1톤 트럭 운전자가 하차하는 모습도 보기는 했다. 이 모습을 보면 술 마시곤 절대 운전대를 잡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되새긴다.
이윽고 두 시간 이상의 운전으로 허기를 달래려 한적한 길가의 편의점에 들렀다. 시간이 시간인만큼 거창한 식사는 필요 없었다. 슬라이드 컵 홀더엔 김밥 두 줄을 꽂고 센터페시아 하단엔 따지 않은 음료수 캔을 올렸다. DMB로 돌아가는 방송을 보며 잠깐의 여유를 느낀다.
다시 출발해 대전으로 달리면 한동안 어둠 만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이 때는 상향등이 필요하다. 마주 올 차를 대비해 상시 상향등이 아닌 스마트 하이빔으로 전환했다. 불빛이 감지되면 제 시간에 상향등을 알아서 내렸지만, 곧바로 켜지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가속과 브레이크 페달을 오가던 오른 발도 잠시 쉬게 하려 크루즈 컨트롤을 눌렀는데 설정된 속도가 정확히 표시되지 않았다.
대전 유성구와 서구를 잇는 몇 차선의 대로를 지나면 다시 도로는 한산해진다. 충북 영동을 지나는 왕복 2차선의 4번 국도는 더욱 컴컴하다. 와인딩 코스라 부르기는 어렵지만 이 정도면 운전자 스스로 졸음을 이겨낼 코스는 된다. 중앙 분리대가 있는 4차선 도로보다 긴장하고서 운전대를 잡는 구간이다.
이 구간엔 경부고속도로로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두 개의 나들목이 있다. 황간 나들목과 추풍령 나들목이다. 이 시간에 진입하면 한 시간 정도 더 빨리 갈 수는 있다. 그래도 200 km 넘게 꾹 참고 달려온 거리가 아까워 진입하지 않고 원래 가던 코스로 계속 주행했다. 주행 시간은 어느덧 다섯 시간 째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크써클이 자욱한 새벽 다섯 시, 경북 김천에 진입했다. 일반 교차로처럼 우회전하여 진입하려다 세 갈래로 나뉘어진 것을 보곤 멈칫했다. 신호 체계 자체가 복잡한 서울, 대전역 교차로에서 본 육거리 신호등도 황당했지만, 이곳서 본 신호등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였다.
■ 빠른 길 모르는 내비게이션, 내가 아는 길이 빠르다
드디어 김천과 칠곡 왜관을 거쳐 대구 도심을 가르는 신천대로 초입부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당시 시각은 오전 6시 경으로 이미 동이 다 터서 전조등을 켜 둘 필요가 없었다.
여기서부턴 내비게이션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교통 상황보다는 죄다 거리 위주로 짧게 회전하는 구간이 많아 예상 도착 시간을 넘을 게 뻔해 보였기 때문이다. 칠곡 중앙대로에서 좌회전해 신천대로 초입부인 팔달교로 진입하는 것만 따르고 그 이후론 내가 아는 길대로 몰았다. 참고로 당시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길은 아침 출근길 상습 정체 구역이다.
내가 선택한 길은 팔달교 지하차도부터 수성교 지하차도 직전인 약 10 km 구간까지 거침 없이 직진이다. 절대적인 차선 수는 적어도 차로 폭이 넓어 서울의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처럼 80 km/h의 속도를 낼 수 있다. 빅데이터를 가져와 쓴다던 내비게이션도 정작 이런 길은 꿈에도 모르는 모양이다.
내비게이션은 집에서 대구로 나갈 때 자주 이용하는 대구 월드컵경기장의 유니버시아드로에 진입하고 나서야 방향을 잡았다. 코스를 어길 때마다 예상 도착 시간이 오전 6시 45분까지 늘어났는데, 정작 집에 도착하고 보니 도착 시각은 6시 25분이었다. 휴식 시간을 뺀 순수한 운전 시간은 6시간 37분이었다.
■ 어라운드 뷰 모니터, 주차할 때 쓰기 좋아
집에 도착했다고 해서 끝은 아니다. 장시간 운전에 몸은 피곤해도 마무리 과정인 주차는 말끔히 해야 한다.
보통과 같은 주말이라면 지하 주차장 2층으로 냉큼 들어가 널널한 곳을 비집고 들어갈 텐데, 애석하게도 이날은 한창 도색 작업 중인 관계로 들어갈 수 없었다. 길가의 임시 주차 구역에 차를 댈 수도 있었지만 마침 아침 출근 준비를 마친 차를 기다렸다가 가까운 빈 자리에 주차하기로 했다.
얕은 오르막을 올라 회전 구간에 진입하려는데 단번에 진입은 어려웠다. 하필 회전 구간 안쪽에 이중 주차된 차량 때문에 쉽게 드나들 수 없었다. 좌로 한 번 꺾고 우로 한 번 꺾어 들어가는 곳인데 후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럴 때 유용한 기능으로 이용했던 것이 어라운드 뷰 모니터다. 차량 하단에 부착된 초음파 센서와 전후방 및 사이드 미러 하단의 카메라로 즉각 감지할 수 있어 좁은 길목도 통과하기 좋았다. 이중 주차의 협곡을 통과한 다음, 탑뷰 형태로 화면을 보며 편하게 주차가 가능했다.
물론 겉으로 보이는 화면 만으론 운전자가 인지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으니 직접 사이드 미러와 룸 미러를 봐 가며 차량을 조심스럽게 이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스톱퍼(Stopper, 주차 블럭)에 뒷 바퀴가 걸리는 것이 확인되면 최후 과정인 주차는 끝이다.
■ 비 오는 날, 남자의 SUV는 마트 카가 된다
도착한대로 아침을 먹고서 곯아 떨어졌더니 오후 한 시를 가리킨다. 날씨는 여전히 꿀꿀하고 늦밤부터 내렸던 비도 그칠 줄 몰랐다. 오후 세 시를 갓 넘길 무렵, 어머니의 주말 근무가 끝날 시각에 맞춰 남자의 SUV는 마중을 나간다. 곧장 집으로 돌아가면 될 줄 알았더니 아니란다.
장 보러 마트에 가야 한단다. 특별히 어디 멀리 갈 것도 아니라서 기꺼이 마트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 차를 댄다. 동네마다 하나씩은 있을 배달 가능한 할인 마트다. 경험상 비 오고 바람 불면 손님이 뜸하기 마련인데,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들락날락하는 차들이 많았다. 역시 주말은 주말이다.
남자는 운전석에서 기다리다 도무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마트로 따라 들어간다. 마트에서 고른 짐의 양을 보니 보통 양이 아니다. 마트 전용 배달꾼인 다마스에 실어 보낼 것이 분명했다. 남자는 배달 보낼 바에야 차라리 차에 섣고 만다며 가득찬 박스 꾸러미를 들어 옮긴다.
트렁크를 열려고 스마트키를 만지거나 손잡이 안의 버튼을 누를 필요는 없다. 양 손에 박스 꾸러미를 떠안은 채 몇 초 동안 잠깐 서 있으면 알아서 열린다. 스마트 테일 게이트가 동작한 것이다. 박스 꾸러미를 올리니 나머지 빈 공간이 허전하게 느껴진다. 혹시 몰라 러기지 스크린을 잡아 당겨 짐이 앞으로 넘어오지 않게 잡아뒀다. 트렁크를 닫을 때는 키다리 아저씨의 도움이 필요치 않다. 버튼 한 번이면 알아서 닫힌다.
■ 주말 한낮의 도심 주행, 더운 건 참기 어렵다
비가 온 다음 날, 햇살 좋은 화창한 날씨를 맞았다. 파노라마 썬루프를 열어 산들바람을 맞으려 했는데, 틈새로 들어온 바람보다 내리쬐는 햇볕이 더 뜨거웠다. 자글자글한 아스팔트 사이로 스며든 빗물이 열을 받아 뜨거운 증기로 퍼져 운전자를 괴롭혔다. 차량 밖 온도는 섭씨 30~31도를 오르내렸다.
이 날 드라이브를 즐기려 했던 남자도 열었던 썬루프를 닫고 만다. 이 날씨엔 광합성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운전하는 것이 편하다. 온도는 20도로 4단을 맞춘다.
이 조건 그대로 집에서 나와 대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달구벌대로를 달렸다. 죽전역 인근까지 나왔다가 유턴을 하는 것으로 한 시간 반 동안 37 km를 주행했다. 이 중에 실 주행 시간은 50 여분, 정차 상태로 대기했던 시간만 30분이 넘었다. UVO로 기록된 운행 차속 분포를 보면 대부분 0-30 km/h에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차량 통행량도 많아 급가속과 급감속은 자제한 운전이다.
트립상 평균 연비는 10.5 km/l로 표시됐다. 일정 속도를 유지할 수 없는 도심 주행인데다 ISG 기능을 끄고 에코 모드가 아닌 노말 모드로 운전한 점을 고려하면 나쁜 연비는 아니다. 차량 정체가 있거나 3 km 이내의 가까운 거리를 다녀올 적에도 8~9 km/l 이상의 연비가 꾸준히 나왔다.
■ 돌아갈 땐 고속도로, 트립 연비는 그럭저럭
드라이브를 마치고 돌아와 보니 어느새 저녁 무렵이다. 대구로 내려갈 땐 국도를 이용했지만, 성남으로 돌아갈 땐 고속도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고속도로 진출입 시점은 경부고속도로 서대구부터 영동고속도로 이천 나들목까지 약 200 km, 중간 우회 도로를 더해 주행한 거리는 270 km에 이른다. 드라이브 모드를 에코로 바꾼 뒤, 트립으로 평균 연비를 확인했다.
고속도로와 우회 도로를 경유해 도착한 직후의 평균 연비는 16.6 km/l로 나왔다. 특별히 속도를 낮춰 이동한 것도 아니다. 주행 시간은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3시간 40분, 평균 속도는 73 km/h로 표시됐다. 고속도로는 주행 차로 및 흐름에 따라 저속 차량을 추월해 가며 운행했다.
내비게이션은 주행 중 과속 단속 카메라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 말곤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운전자만이 아는 빠른 길로 주행해도 다시 고속도로로 진입하라는 황당한 길 안내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예전에 자비로 산 아이나비 K9 스마트를 이용할 적에도 제 고집을 꺾지 않아서 불편하게 만들었는데, 이 차에 내장된 내비게이션은 고집이 너무 억셌다.
목적지에 도착해도 운전자가 주행한 경로를 학습하지 않았다. 다른 내비게이션은 운전자의 주행 경로를 학습해 다음 번 주행 시 그 구간을 이용하도록 권장하는데, 이 내비게이션은 그렇지 않았다. 처음 가는 길이라면 내비게이션에 의지하기보다 감각을 믿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 잘 모르는 운전자라면 여지 없이 내비게이션을 믿는 수 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 여성에게 까다로운 남자의 고급진 SUV
이번에 타 본 기아차 올 뉴 쏘렌토는 다분히 남자의 SUV라 불릴 만하다. 첨단 장치로 한 남자의 이런 무모한 도전을 잘 받아준다는 점이 그렇다. 기존 쏘렌토R의 날카롭고 각졌던 외형이 부드러우면서 더 길어지고, 전고가 낮으면서 세련된 고급진 차로 바뀌었다.
운전자로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을 찾는다면 공간과 재질이다. 전고가 낮아진 차는 웬만큼 시트를 높이면 헤드룸이 부족해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데, 이 차는 헤드레스트 사이로 주먹을 세울 만큼 넉넉했다. 버킷 타입의 시트 착석감도 좋았다. 시트가 불편한 차는 오랜 시간 들여 운전하면 통증을 호소하거나 다른 때보다 지치기 쉽다. 적어도 이 차는 그렇지 않았다. 흡차음재를 들여 디젤 엔진의 진동 소음을 비교적 잘 잡은 것도 장시간 운전으로 느낄 수 있었다.
글쓴이가 시승한 올 뉴 쏘렌토 R2.2만 해당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우레탄으로 마감된 대시보드 구성과 촉감이 마음에 들었다. 같은 엔진을 올린 싼타페를 먼저 시승해 봤기에 이 점에 관한 만족감은 분명하다. 과속 방지턱을 넘거나 울퉁불퉁한 노면을 지날 때도 확실히 안정감이 있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주행 및 엔진 소음도 양호하다.
운전자로서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전방 시야다. 시트를 웬만큼 높여야 보닛 끝이 보이기도 하고, 운전석 시점에서 보면 보닛이 생각보다 길다. 쏘렌토R을 몰던 운전자라면 이 점에서 잠시 불편을 느낄 수 있다. 길이감을 잘 모른다면 차량 앞에 반사된 불빛을 보고서 판단해야 한다. 올 뉴 쏘렌토의 이런 특성은 여성이 몰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요즘의 현대 기아차에서 볼 수 있는 A-SPAS(자동 주차 시스템)도 없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운전 중에는 50~60 km/h 사이 구간에서 탄력 주행 중 기어 단수가 내려가면서 엔진 브레이크가 살짝 걸리는 듯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는 점, 20~30 km/h로 유지하던 중에 가속 페달을 밟으면 미세한 변속 충격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시승 차량에 한정된 문제일수도 있다.
참고로 글쓴이가 시승한 차량은 올 뉴 쏘렌토 R2.2 e-VGT 2WD 최상위 트림인 스페셜 풀 옵션이다. 기본가 3,365만 원애 내비게이션과 10채널 구성의 JBL 사운드 시스템,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 하이테크 패키지를 더하면 3,690만 원이다. 실제 구매 시 편안한 운전을 원하면 노블레스(3,180만 원), 기본기로 본다면 럭셔리(2,890만 원)가 무난하다.
닉네임
비회원
보드나라 많이 본 뉴스
브라질 공항서 6억 원대 지포스 RTX 5090 그래픽카드 실종
소니 PS6에 적용? 사용자 입력 고려한 프레임 생성 기술 특허 출원
엔비디아, 지포스 RTX 5090 단종설 공식 부인
보드나라 많이 본 기사
더욱 개선된 360도 카메라, DJI Osmo 360 II 써보니
넉넉한 VRAM으로 게임과 AI 환경 OK, 기가바이트 지포스 RTX 5060 Ti Eagle Max OC D7 16GB 제이씨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