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이하 MS)가 시장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AMD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루머가 올라왔다.
KitGuru는 소식통을 인용해 MS가 AMD 인수에 관심이 있으며 몇 개월 전에 AMD와 접촉해 협상을 진행했지만 자세한 내용이나 결과는
명확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런 소식은 최근 부진한 사업을 통합하거나 매각하고 인력 감축 및 핵심 경영진을 교체하는 작업이 한창인 MS 내부 상황을 볼 때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손실 부문을 정리하고 있는 MS가 시장 경쟁에서 도태된 AMD를 인수하는 것은 스티브 발머 시절 노키아 스마트폰 사업부를 인수한 것과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약 MS가 AMD를 인수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도대체 어떤 쪽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현금보유력 충분한 MS, 시장 가치 떨어진 AMD
인수 루머를 올린 KitGuru에 따르면 MS의 현금 보유량은 현재 953억 달러. 반면 AMD는 지난 2006년 ATI를 인수하고 잘
나갔던 시절에 비해 시장 가치가 3배나 낮아진 181억 달러에 불과하다. 게다가 반도체 생산 공장은 이미 글로벌 파운드리에 매각한지 오래다.
AMD는 올해 1분기에 10억 3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분기 대비 17%,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6%나 하락
것이다. 순손실액도 1억 8천만 달러에 달했다.
컴퓨팅과 그래픽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가 줄었다. CPU 쪽은 아키텍처와 제조공정에서 경쟁사 인텔에 거의 한 세대 이상 뒤쳐진
상태이며, GPU도 최근 출시된 라데온 퓨리 X가 엔비디아 지포스 GTX 980 Ti 대비 가격이나 성능, 전력 효율성에서 높은 평가를 얻지
못하고 있어 실적 회복 기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엔터프라이즈와 임베디드, 그리고 세미 커스텀 부문 매출도 전분기 대비 14% 감소했는데 연말 시장(전분기)에 판매량이 높았던 콘솔
게임기(세미 커스텀 SoC) 매출이 줄었기 때문이며, 전년 동기 대비로는 서버 프로세서 판매 하락으로 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AMD 인수하면 Xbox One 칩값 절약? 단지 그 뿐?
애널리스트들은 MS가 콘솔 게임기 Xbox One에 들어가는 커스텀 프로세서(SoC)를 AMD로부터 구매하는데 개당 100달러의 가격을
지불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Xbox One 판매량이 지금까지 1,260만대로 알려졌는데 이는 MS가 이미 12억 6천만 달러의 비용을 AMD에게
지불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MS가 올해 초 Xbox One 공식 가격을 349달러로 인하한 것을 고려했을 때 칩셋 하나가 차지하는 비용이 콘솔 게임기 전체 가격의
1/3 정도를 차지하는 셈이다. 만약 MS가 AMD를 인수한다면 매년 Xbox One 칩셋 구매에 소요되는 비용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콘솔 자체의 추가 가격 인하 여력도 갖게 된다. 콘솔 게임기 시장에서 본체 가격 인하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상징성이 아니라 판매량 및
시장 점유율에 직결되고, 이로 인해 메이저 개발사들의 게임 타이틀 출시 조건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다.
MS가 1세대 Xbox를 만들었을 당시 엔비디아가 칩셋 가격을 인하해주지 않아 분쟁이 있었고, 후속 기종 Xbox 360 때 IBM
PowerPC 기반 제논 프로세서를 탑재했다가 Xbox One에서 x86 기반 AMD 커스텀 프로세서를 도입하면서 하위 호환 문제로 고생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AMD를 인수하는 쪽이 Xbox One 뿐만 아니라 향후 콘솔 사업을 지속할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
게다가 AMD는 MS 뿐만 아니라 소니 PS4에 들어가는 칩셋도 공급하고 있다. MS가 AMD를 인수한다고 해서 소니에게 PS4 칩셋을
팔지 않거나 가격을 올려받을 순 없겠지만, Xbox One 쪽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낼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소니가
AMD에게 지불하는 칩셋 가격이 MS의 이익이 되고 차세대 PS5에서 다른 칩셋을 선택하려 해도 AMD보다 나은 대안을 찾기 힘들 것이다.
스마트폰-태블릿 경쟁력에 AMD 프로세서가 기여
애널리스트들은 AMD 인수가 Xbox One 칩셋 외에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적합한 모바일 프로세서를 개발하면 MS가 더 높은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MS는 자체 스마트폰(루미아 윈도우폰)과 태블릿(서피스)를 만들고 있는데, 스마트폰은 퀄컴으로부터, 서피스는
인텔로부터 칩셋을 구매한다.
스마트폰 시장 1-2위 기업인 애플과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모바일 프로세서를 플래그십 모델에 탑재해 제품 가치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프로세서 개발 능력이 없어 퀄컴이나 미디어텍 칩셋을 사용한 업체들은 비슷비슷한 성능으로 경쟁력이 낮고, 스냅드래곤 810처럼 칩셋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 다음 칩셋이 나오기 전까지는 시장에서 고전할 수 밖에 없다.
AMD가 노키아 윈도우폰에 최적화된 애플이나 삼성전자 수준의 모바일 프로세서를 개발한다면 MS가 추구하는 윈도우 10 플랫폼 전략에서 가장
약한 부분에 해당하는 스마트폰 쪽에서도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윈도우 태블릿 시장도 마찬가지로 인텔 프로세서가 절대적인 위치에 있지만 MS 서피스는 인텔 입장에서 다른 PC 업체들보다 큰 고객이
아니므로 공급가격에서 더 많은 혜택을 받긴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서피스3에 들어간 아톰 플랫폼은 기존 서피스 프로3에 탑재된 코어 프로세서보다
성능이 많이 떨어져 저가형 아톰 태블릿들과 가격 경쟁에서 불리하다. MS가 보급형 서피스에 아톰과 코어 사이의 성능 및 가격을 원한다면 AMD
카리조 APU 같은 프로세서가 그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특히, ARM 계열 모바일 프로세서를 만드는 애플, 삼성전자, 엔비디아는 x86 프로세서를 만들지 못하고, 반대로 인텔은 ARM 사업부를
매각한 이후 x86 아톰으로 시장에 대응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ARM과 x86 제품 로드맵을 모두 갖고 있는 AMD는 MS 입장에서 인수하기
적합한 회사다.
MS Azure에 GPU 파워, Xbox 스트리밍 플랫폼 가능
MS의 AMD 인수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가져올 기회는 무엇일까? 당장은 윈도우 서버 제품에 AMD 옵테론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MS가 취약한 GPU 성능을 보완할 수 있다. 멀티 GPU나 파이어 프로(Fire Pro) 기술을 통한 전문가용
그래픽 솔루션도 제공할 수 있다.
MS는 애저(Azure)라는 이름의 차세대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를 가지고 Xbox Live를 비롯해 OneDrive, Office 365
등 다양한 MS 서비스에 이용하고 있으며 엔터프라이즈 환경을 위한 시스템 구축도 지원한다.
하지만 MS 애저는 GPU 지원이 거의 없는 상태라 GPU 관련 솔루션이나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으로는 활용하기 힘들다. 엔비디아가
그리드(GRID)를 통해 PC게임을 쉴드에서 스트리밍으로 플레이 할 수 있지만, MS는 Xbox One과 윈도우 10 기기 사이의 스트리밍만
지원한다.
만약 엔비디아 그리드처럼 AMD 라데온 GPU 기술을 MS 애저에 접목시킬 수 있다면, Xbox 게임을 월정액으로 이용할 수 있는 훨씬
저렴한 Xbox 스트리밍 콘솔을 출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미래 먹거리 IoT와 웨어러블, 하드웨어로 이익 증대
그 외에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분야와 웨어러블 장치에서도 AMD 인수가 윈도우 플랫폼 확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2017년 상반기까지 전세계 10억대의 디바이스에 윈도우 10을 탑재하는 것이 MS의 목표인데, 이를 위해서는 모든 디바이스에서 하나의
통합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MS는 윈도우 10을 발표하면서 IoT 시장을 겨냥해 윈도우 10 IoT 버전을 무료로 배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IoT 시장이 커져도
윈도우로는 당장 이득을 얻을 게 없다. IoT나 웨어러블 시장은 소프트웨어 라이센스로는 공략하기 어렵고 실제 하드웨어 제품이 판매돼야 매출이
나온다는 점에서 AMD를 인수하면 MS가 이 시장에 뛰어들기 쉬워진다.
윈도우 10과 함께 발표한 홀로렌즈는 별도의 연결 없이 동작하도록 x86 프로세서 및 윈도우 10 컴퓨팅 플랫폼을 내장하고 있는데 AMD
APU가 들어가기 적당한 제품이다. 또한 AMD가 발표한 Freesync와 가상현실을 위한 Liquid VR 기술도 홀로렌즈 성능을 개선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