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한국MS)가 7일 오전 새로운 회계년도를 맞아 국내 미디어들에게 MS 전략 및 비전을 발표하는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발표를 맡은 한국MS 최고기술임원(NTO) 김명호 박사는 '새 시대, 새 마이크로소프트 무엇이 새로운가?'라는 주제로 MS가 지난 몇
년간 진행해온 변화의 의미와 향후 어떻게 혁신해나갈 것인지를 발표했다.
김명호 박사는 "MS가 이전까지 기술이 중심인 기업이었다. 하지만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 시대에 맞춰서 고객 중심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 중심적인 MS 사고가 잘못됐다
김명호 박사는 이전까지 MS가 너무 기술 중심적이어서 새로운 기술만 나오면 소비자가 당연히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고 제품을 출시해왔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시대에 각광받는 태블릿, 전자책,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같은 제품들도 MS는 남보다 먼저 투자해서 제품을 빨리 출시하려는 기술 중심
문화였지만 경쟁 제품에게 밀린 것은 순식간이었다며, 이후 MS는 CEO 교체와 내부 조직 개편 등 비교적 짧은 기간에 큰 변화를 겪으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춰 발표한 새로운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언론들이 MS 비전에 대해 사티아 나델라 CEO의 발언 가운데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Mobile first, Cloud
first)' 부분만 강조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MS의 비전은 모바일이나 클라우드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과 클라우드 시대를
위한 생산성과 플랫폼 회사가 되겠다'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모바일-클라우드 시대, IT 기술은 희소자원이 아니다
김명호 박사는 MS가 처음 설립된 당시 비전이 "모든 가정에 PC를 한 대씩 보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소셜 네트워크와
모바일, 빅 데이터, 그리고 클라우드를 의미하는 이른 바 SMAC(Social, Mobile, Analystics, and Cloud) 시대에는
IT가 더 이상 희소자원이 아니라고 밝혔다.
예전에는 IT가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기기에서 제공되는 희소성이 높은 것이었지만 모바일 퍼스트 시대에서는 세상 어느 곳에서나 제공되고
있으며, 제한된 용량 내에서만 쓸 수 있었던 이전과 달리 클라우드를 통해 필요한 용량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IT가 흔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듯 짧은 시간 동안 갑자기 어느 곳에서나 컴퓨팅이 가능한 세상이 되면서 MS 내부적으로 PC의 의미도 더 이상 '개인용
컴퓨터(Personal Computer)'가 아니라 '개인용 컴퓨팅(Personal Computing)'을 의미하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대신 사람과 시간, 관심에 집중하다
김명호 박사는 기술중심 MS의 예전 사례로 엔지니어 중심 운영체제 개발이나 부서간 협력하기 어려웠던 문화를 지적하기도 했다. MS는 IT 희소가치가 사라짐에 따라 이전의 기술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그 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진정한 희소가치가 무엇인지를 찾게
되었고, 그 결과 '사람', '시간', '관심'이라는 3가지 핵심적인 키워드가 문화적 변화와 기술적 다양성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파악했다. IT
기술의 발전이 사람들의 시간을 어떻게 줄여주고, 사람들의 관심을 어떻게 끌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새 시대를 위한 기술적, 문화적 변화
MS가 발표한 새로운 미션은 "Empower Every person and Every organization On the planet To
achieve more"다. 해석하자면 "지구 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모든 조직들이 더 많은 일을 이룰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한다"는
뜻으로,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높은 생산성을 제공함으로써 더 많은 시간을 돌려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조직과 일반 소비자를 동시에
생각하는 MS 기업 문화의 특징도 포함됐다.
이를 위한 새로운 전략은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 세상에서 최고 수준의 플랫폼 및 생산성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으로, MS는
기술적 변혁 및 새로운 문화적 변혁으로 이를 실천하고자 한다.
기술적 변혁으로는 '생산성과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재정의', '지능적 클라우드 플랫폼 구축', '고도로 개인화된 컴퓨팅(Personal
Computing) 구현'으로 요약된다. 최근 MS가 안드로이드, iOS 등 다양한 플랫폼에 자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윈도우 10의 유니버설
윈도우 플랫폼과 같이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디바이스를 지원하는 전략이 모두 이를 반영한 것이다.
내부 문화적으로는 'Growth Mindset'를 강조하고 있다. 과거 MS 정책이 일부 고위 임직원들 의도에 따라 이뤄졌다면, 이제는
모든 직원이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를 위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노력한다는 의미다. 문화적 변혁으로는 '고객 요구에 집중하라',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생산성 지원', 'One Microsoft 슬로건 하에 서로 경쟁하던 내부 조직을 더 빠르고 민감하게 고객에게 반응하는 조직으로 바꾸는
것'이 포함된다.
평가시스템도 이전에는 개인이 얼마나 많은 것을 달성하는가에 평가 기준이 맞추어져 있었으나 이제는 자신의 성과와 다른 직원을 얼마나 도와주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얼마나 가져와서 발전시켰는지를 모두 평가한다.
윈도우 10은 새로운 MS 비전 실천 도구
마지막으로 김명호 박사는 이달 말 출시될 차세대 운영체제 '윈도우 10 (Windows 10)'에 대해서도 언론들이 관심을 보이는 기능
위주의 기사들은 과거 MS와 같은 모습이라며, 윈도우 10에서는 신 기술과 신 제품에만 몰두하다가 고객의 관심을 잃은 이전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윈도우 및 하드웨어 통합 사업부를 맡게 된 테리 마이어슨이 밝힌 윈도우 10의 핵심 키워드는 5개로 '다양성의 시대를 위한 새로운 플랫폼
강조', '윈도우 10과 클라우드 생산성으로 더 나은 경험을 제공', '서피스 허브와 홀로렌즈 같은 새로운 디바이스 출시', '신기술을
서비스팩이나 다음 버전으로 미루지 않고 즉시 투입하는 서비스로써의 윈도우(Windows-as-a-service)', 'MS 기술 내에서 존재하는
단절을 없애 플랫폼의 연속성을 갖춘 유니버설 윈도우 플랫폼'을 들었다.
즉, 윈도우 10은 고도로 개인화된 컴퓨팅(Personal Computing) 시대를 열어가는 첫 번째 단계로 MS의 새로운 철학을 모두
반영하고 있으며, 고객들이 보다 생산적이고 일상에서 즐거운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철학 위에서 개발되었다고 설명했다.
MS가 추구하는 생산성과 다양성, 양립 가능할까?
한국MS의 이번 설명회는 현재 외부에서 보는 MS의 모습이 단순히 경쟁력 향상을 위해 부실한 조직을 없애는 구조 조정이 아니라
모바일-클라우드 시대에 맞춰 고객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변화하는 단계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MS 입장에서는 잘못된 선택고 아니고
빠른 선택도 아닌 적절한 선택이라는 내용.
다만 최고 수준의 플랫폼 및 생산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반대로 비효율적인 부분을 없애거나 줄여서 이룰 수 있는 것이라 다양성을 지원한다는
측면과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실제로 MS는 글로벌 비전으로 이 같은 목표를 세웠는지 모르지만 국내(로컬) 입장에서는 국내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는다는 불만도 많다.
MS가 윈도우 10에서 내세운 새로운 디바이스와 핵심 기능 가운데 일부는 국내에서 제공되기 어려운 것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하나로 통합된
새로운 MS 조직은 본사와 내부 직원간 소통에는 유리할지 모르나 로컬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플랫폼과 전략에 반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당장 윈도우 10 출시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내에서는 새로운 디바이스(서피스 허브)는 물론 MS가 내세우는 윈도우 10의
핵심 기능 가운데 상당수(윈도우폰 연속성, 음성비서 코타나, 생체인식 로그인, 엣지 브라우저)가 이런저런 문제로 활성화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MS가 경쟁 플랫폼에 얼마나 많은 핵심 서비스를 개방할지도 미지수이며, 실제로 지원된다고 해도 이미 타 모바일-서비스
생태계에 안착한 고객들이 다시 윈도우로 전환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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