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노트5, 모두가 원했던 스펙에서 한 발 후퇴?
삼성전자가 지난 주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 언팩 2015' 행사를 열고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5(Galaxy Note 5)'와
'갤럭시 S6 엣지 플러스(Galaxy S6 Edge+)'를 공식 발표했다.
두 제품 모두 출시 이전부터 제품 디자인과 특징, 하드웨어 스펙 등이 다양한 뉴스를 통해 알려지면서 대략적인 정보는 이미 공개된 상황이었고
단지 발표 시기가 IFA 2015에서 8월 중순으로 앞당겨진 이유에 대해 아이폰 6S 견제, 삼성 페이 서비스 확대 등으로 의견이 나오고
있었다.
(이미지 출처: 삼성전자)
이 가운데 갤럭시 S6 엣지+는 이미 올해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 S6 엣지에서 화면만 5.9인치로 늘린 대화면 버전이라는 내용이 전해졌기
때문에 늘어난 4GB RAM과 더 얇아진 베젤, 엣지 활용성 강화에 대해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갤럭시 노트5에 대해서는 일체형 배터리와
외장 메모리 미지원을 두고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크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 팬들은 삼성전자가 이번 노트5에 최신 엑시노스 7422와 교체형 또는 대용량 4,000mAh급 배터리, 외장 메모리
슬롯을 탑재한 안드로이드 끝판왕을 출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폰과 갤럭시S6 컨셉을 따라간 것에 대해 노트 시리즈의 정체성을 잃어버렸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갤럭시 노트5와 갤럭시 S6 엣지+는 단순하게 보면 S펜과 듀얼 엣지 디자인 외에 차이점이 없다. 노트 시리즈에서 교체형
배터리와 외장 메모리를 원했던 고객들에게는 아예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니 생산성을 중시하는 유저들 가운데는 갤럭시 노트5 발표 후
오히려 기존 갤럭시 노트4를 구매하거나 계속 사용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승승장구 플래그십 아이폰, 저가형으로 변하는 안드로이드
애플이 지난 해 대화면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를 출시하면서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의 위상은 다시 올라가고 있다. 심지어
비수기에 해당하는 계절에도 아이폰 판매량을 갱신해가면서 안드로이드 점유율에 밀릴 것이라고 예상했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직도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미지 출처: 애플)
풀HD IPS 화면에 2GB RAM, TLC 스토리지, 800만 화소 후면 카메라와 120만 화소 전면 카메라, 150Mbps LTE
속도. 다른 스마트폰이면 보급형이라고 불러야 할 스펙을 가지고도 플래그십으로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이유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까지 모두 애플이 직접 만드는 자체 생태계 플랫폼을 완벽하게 구축했기 때문이다. 전체 시장 점유율의 20%도 되지 않는 애플이 90%
이상의 이익을 싹쓸이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표면적으로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 자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플래그십 제품의 판매 부진과 신흥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중국 업체들의 도전에 밀려 점유율이 계속 하락 중이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점유율과 이익률이 가장 높은 회사지만 애플과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안드로이드를 만드는 구글은 스마트폰 판매 이익이 아닌 거기 깔린 구글 서비스를 통해 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제조사를 통해
보다 저렴한 제품을 더 많이 뿌려대는 쪽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오히려 지나치게 커진 삼성전자의 영향력을 의식해 경쟁 기업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안드로이드 플래그십에서 아이폰 경쟁자로 돌아오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라면 저가형으로 바뀌는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더 이상 이익을 내기 힘들고 고가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 판매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실적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애플이 차지한 비옥한 땅을 뺏어야지 이미 진흙탕이 된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자기보다 못한 녀석들과 싸워봤자 손해다.
(이미지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 S6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일체형 배터리와 외장 메모리 미지원, 그리고 메탈과 글래스 소재를 적용하면서 스펙과 기능
대신 디자인과 사용자 편의성에 주력하는 아이폰스러운 변화를 택했다. 물론 세부적으로는 아이폰보다 더 빠른 프로세서와 더 많은 메모리, 더 강력한
카메라, 더 다양한 편의 기능을 갖췄으면서도 최신 기술 대신 일상생활 속에서 편리함을 추구하는 쪽으로 홍보하고 있다.
안드로이드의 장점으로 꼽히는 배터리 교체와 외장 메모리 지원을 포기하면서 저가형으로 이동하는 안드로이드 사용자를 포기하고 이미 일체형
배터리와 메모리 용량별 제품 구매에 익숙한 아이폰 사용자를 공략해서 제품 판매와 이익을 증가시킨다. 아이폰과 같은 컨셉으로 아이폰보다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하면서 아이폰과 비슷한 가격에 판다.
혹자는 이를 두고 또 다시 애플 카피병이 도졌다고 말하겠지만 가장 크고 이익이 높은 아이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아이폰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높은 이익을 내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아이폰 외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만드는
기준은 아이폰과 아이폰 사용자들이 될 수 밖에 없다.
플래그십 승부수, 계란을 꼭 한 바구니에 담아야 했을까?
삼성전자 갤럭시 플래그십 제품이 기존 안드로이드 사용자보다 점점 커지고 있는 애플 아이폰 사용자를 뺏어와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갤럭시 S6와 엣지 시리즈에 이어 굳이 갤럭시 노트5에까지 아이폰스러움을 추구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갤럭시 S6와 갤럭시 S6 엣지, 그리고 이번에 출시한 갤럭시 S6 엣지+까지 아이폰 6 시리즈에 대응할 충분한 플래그십
라인업을 갖췄다. 모두 일체형 배터리에 외장 메모리 미지원, 내부 스토리지 용량과 메탈 프레임, 다양한 색상을 제공하는 스타일리시한 제품이다.
플래그십은 아니지만 아이폰6와 비슷한 스펙에 저렴한 가격, 외장 메모리 기능이 들어간 갤럭시 A8 같은 제품도 효과적이다.
(이미지 출처: 삼성전자)
그러나 갤럭시 노트5는 다르다. 그 동안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S펜의 기능과 높은 하드웨어 성능, 강력한 배터리 사용시간을
통해 IBM-레노버의 '씽크패드(ThinkPad)'처럼 비즈니스 사용자를 연상시키는 생산성이 강조된 제품이었다. 삼성전자의 장점이 다양한
시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미 갤럭시 S6 출시 당시 단점으로 꼽힌 일체형 배터리와 외장 메모리 부재를 굳이
갤럭시 노트5까지 끌고 온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배터리와 메모리 쪽에서 최신 기술 과도기(무선 충전, UFS 2.0)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노트5라면 다를 것이다'라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린 것은 분명하다.
(이미지 출처: 삼성전자)
더구나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는 그 출발선이 다르다. 아이폰은 애플이 OS의 모든 기능을 꽁꽁 싸매고 풀어주지 않다가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조금씩 지원하고 있지만 유저들은 이전에 없던 기능을 쓸 수 있다며 좋아한다. 반대로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OS를 던져주고 제조사들이 맘대로
만드는 개방된 환경에서 출발했는데 갤럭시 노트5에서 이를 대표하는 배터리 교체와 외장 메모리 기능이 빠진 것이다. 없던 걸 새로 주는 것과 있는
걸 줬다 뺏는 것은 다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5까지 아이폰스러운 기준을 적용한다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 중
일부는 기존 갤럭시 노트4를 계속 쓰거나 다른 안드로이드 플래그십 제품을 찾아나서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아이폰 비슷한 제품을 쓰느니 그냥
아이폰 쓰지"라고 말할 것이다. 이전에 안드로이드 플래그십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누렸던 이점(팬택, LG 제품을 그 돈 주고 사느니 그냥 삼성꺼
사지)을 고스란히 애플에게 뺏길 위험도 크다.
수요가 있다면 후속 제품은 변할까
올해 출시한 갤럭시 S6 시리즈와 갤럭시 노트5 컨셉이 애플 아이폰처럼 앞으로 불변할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기준이 되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삼성전자는 애플과 달리 고객이 원하는 어떤 제품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스마트폰 제조사다. 만약 갤럭시
S6와 갤럭시 노트5를 통해 아직 교체형 배터리와 외장 메모리를 필요로 하는 플래그십 시장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어떤 형태로든 그
시장에 맞는 제품을 내놓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삼성전자)
하지만 일체형 배터리와 내장 메모리만 가진 갤럭시 노트5로 이전 제품 이상의 성적을 거두게된다면 삼성전자 스스로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배터리 교체와 외장 메모리를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 필요하다면 절반만
포기한(외장 메모리는 지원하는) 갤럭시 A8 같은 선택도 가능하니 변종 제품이나 하위 제품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필자 개인적으로 갤럭시 노트6에서 교체형 배터리와 외장 메모리가 돌아오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없는) 방법을 하나 알고
있다. 바로 애플이 아이폰7에 배터리 교체와 외장 메모리 기능을 탑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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