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대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간 뒤 스마트워치나 스마트 안경, 스마트 의류 등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차세대
먹거리로 예상됐지만, 아직까지는 성능이나 기능, 그리고 가격 모두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반대로 인공지능 스피커는 2014년 아마존 에코(Amazon Echo)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음성 명령이 가능하다는 것을 빼면 어디에
써먹어야 할지 감 잡기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사물인터넷(IoT) 확산과 맞물려 앞으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스마트 홈 컨트롤 타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다보니 스마트폰 초창기처럼 전세계 IT 기업들이 제각기 인공지능 스피커 하나씩 만들면서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 국내 대표 포털인
네이버가 선보인 웨이브(Wave)도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Clova)를 탑재한 인공지능 스피커 신제품이다.
세련된 디자인에 배터리 사용도 가능
현재 사용되는 스마트폰의 형태를 잡은 것이 애플 아이폰이라면 인공지능 스피커는 아마존 에코(Echo)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방위 사운드
출력 및 음성인식이 가능한 원통형 디자인에 동작 상태를 알려주는 LED 램프, 직접 조작하는 몇 개의 버튼은 이후 출시된 다른 인공지능
스피커에서도 따르고 있는 제품 컨셉이다.
네이버 웨이브(WAVE, 모델명 NL-S500) 역시 이러한 원통형 인공지능 스피커 디자인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보다 안정감이
느껴지는 아랫 부분이 넓은 사다리꼴 원기둥 형태를 하고 있다. 몸통 부분은 스피커 그릴로 많이 쓰이는 검은색 패브릭 재질로 감싸고 있는데 우퍼와
2개의 트위터로 구성된 20W 출력의 360도 스피커를 탑재했다. 또한 어느 방향에서 불러도 음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4개의 마이크 시스템이
들어갔다.
스피커 동작 상태를 표시하는 LED 조명은 상단과 하단으로 나눠졌는데 음성인식이 동작하는 상태에서는 짧은 효과음과 녹색불이 들어오고 처리
중일 때는 하얀색으로 바뀐다. 그 외에 블루투스 연결이나 웨이브 설정, Wi-Fi 연결 실패, 배터리 부족 같은 기기 상태를 LED 색상 변화로
표시한다. 하단 조명은 야간에 불을 끈 상태에서 무드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
웨이브 상단에는 음성명령 없이 직접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버튼이 자리잡고 있는데, 인공지능 스피커인 점을 감안해 재생/일시정지, 볼륨
조절, 호출 키워드 없이 바로 음성 명령을 시작하거나 지정된 플레이 리스트를 재생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2개의 플레이리스트 재생 버튼은
웨이브와 연결된 앱을 통해 네이버 뮤직에서 원하는 플레이리스트로 변경할 수 있다.
웨이브 하단에는 음성 인식용 마이크를 켜고 끌 수 있는 버튼과 전원 버튼, 그리고 전원 연결 단자가 있다. 음성 인식 마이크 기능을 끄면
버튼 및 상단 조명에 붉은색으로 표시된다.
웨이브 무게는 약 1kg으로 바닥에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원형 패드가 붙어있어 어느 장소에서도 안정적으로 설치할 수 있다. 또한
5,000mAh 배터리를 내장해 전원 연결 없이 3시간 반 정도 오디오 재생이 가능하다. 인터넷 및 스마트 기기와 연결하기 위해
802.11b/g/n Wi-Fi와 블루투스 v4.1 무선 연결 기능을 갖췄으며 IrDA 센서도 들어갔다.
네이버 웨이브용 USB 전원 어댑터는 12V 2.1A 또는 5V 2A 전원 공급이 가능하며 웨이브 본체 쪽은 USB 포트가 아닌 전원
커넥터 형식으로 되어 있어 PC 등 다른 기기에 USB 데이터 연결을 지원하지 않는다. 펌웨어 업데이트 같은 소프트웨어 설치는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진다.
그 외에 네이버 웨이브 제품 구성품으로는 품질보증서가 포함된 사용안내서와 웨이브의 기본적인 기능들을 알려주는 빠른 시작 가이드 2장이
제공된다. 제품 품질 보증 기간은 1년이다.
네이버 클로바와 네이버 뮤직으로 서비스 제공
네이버 '웨이브(Wave)'는 인공지능 스피커 제품 이름이고 실제 네이버가 만든 인공지능 플랫폼 기술 이름은 '클로바(Clova)'다.
웨이브는 클로바를 사용하는 제품 중 하나이며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네이버 클로바 앱을 설치해 스피커 없이 앱만 사용할 수도
있다. 클로바 앱은 정보 검색 뿐만 아니라 음악 재생, 팟캐스트 구독, 일정 관리, IoT 기기 연결을 지원한다.
반대로 웨이브는 외부 입출력 기능이 따로 없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연동해 클로바 앱으로 기기를 등록해야 한다. 클로바 앱은 아직 베타 버전으로
iOS와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하지만 사용하려면 네이버 계정 로그인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에 다른 블루투스
주변기기를 연결할 때와 마찬가지로 전원이 켜진 웨이브를 검색해 추가하고 Wi-Fi 네트워크 연결 후 기기 위치 설정을 해주면 된다.
웨이브 기기 설정도 클로바 앱을 통해 이뤄진다. 기기 정보 확인을 비롯해 세부 메뉴에서 알람 소리와 종류, Wi-Fi 연결, 블루투스 기기
페어링, 방해금지 모드, TV 및 셋톱박스 리모콘 기능, 단축 버튼 설정, 호출명 변경, 미디어 재생시 무드등 효과 켜고 끄기, 기기 위치정보
변경 등을 할 수 있다.
또한 클로바 앱에는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등록하는 클로바 홈 IoT 설정 메뉴가 있는데 여기서 등록된 가정 내 IoT 기기를 웨이브를
통해 제어할 수 있다. IoT 플랫폼으로는 필립스 휴(Philips Hue)와 LG전자의 스마트씽큐(LG SmartThinQ) 서비스를
지원한다.
클로바 앱을 통해 기기 설정을 마친 다음 네이버 웨이브를 사용해보면 호출명에 대한 반응이나 음성인식률이 빠르고 정확한 편이다. 네이버 검색
결과와 제휴 파트너사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며, 교통안내와 같은 음성 만으로 설명하기 복잡한 요청은 클로바 앱을 통해 자세히 확인할 것을
권장한다. 클로바 앱에는 웨이브를 통해 요청한 최근 음성 명령 기록들이 남아있어 필요한 요청을 앱으로 추가로 확인 가능하다.
음악 재생은 음악 재생은 인기 음악을 비롯해 장르나 아티스트, 노래 제목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래를 재생할 수 있다. 스피커로 노래가 나오는 중에도
음성 호출과 명령이 가능하므로 스피커 버튼을 누르거나 스마트폰 앱을 조작하지 않아도 다른 노래로 바꾸거나 재생/정지, 다시 듣기, 반복 재생,
볼륨 조절 등 언제든지 원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다만 네이버 뮤직을 통해서만 지원하므로 네이버 뮤직 앱 설치 및 이용권 구매를 해야 한다. 네이버가 웨이브 1, 2차 예약판매 이벤트를
네이버 뮤직 1년 구독권과 묶어서 실시한 것도 웨이브에서 음악을 들으려면 네이버 뮤직 구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줄을 잘 타야하는 인공지능 스피커, 당분간은 음악 재생용
현재 인공지능 스피커 분야는 모바일 생태계를 장악한 구글과 애플, 자사의 서비스에 최적화시킨 아마존, 여러 파트너와 협력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각광받고 있지만 지역과 언어 문제로 당분간은 한국 출시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어 지원이 가능한 국내 이동통신사들과 제조사, 포털 업체가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생태계 확장이나 서비스 확대
가능성 등을 고려해 어떤 플랫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쓰임새가 더 많아지거나 반대로 시장에서 도태되어 사라질 수도 있다.
네이버 웨이브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를 표방하고 있지만 아직은 몇 가지 정보 검색과 음악 재생 외에 쓸 데가 없다.
네이버 뮤직 1년 무제한 구독권이 포함된 이벤트 판매가 아니었다면 15만원 정가를 다 주고 구입하기는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네이버 계정과
네이버 뮤직만 쓰는 사람이 아니라면 구매하기 애매한 제품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플랫폼이 앞으로도 네이버가 투자해야 할 분야고 웨이브에 연동할 수 있는 네이버 서비스가 많이 있다는 점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로 선택할 수도 있다. 웨이브 외에도 네이버에서는 클로바 플랫폼을 적용한 라인 캐릭터 스마트 스피커와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출시할 예정이다.
여기에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은 스마트폰 때처럼 각자 플랫폼을 끝까지 고수하는 대신 생태계 확장을 위해 분야가 겹치지 않는 업체끼리 서로
협력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네이버와 동맹을 맺은 LG전자의 가전 제품들에 대한 국내 선호도 역시 높아 향후 스마트홈 IoT 구축에도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