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의 크기로 카메라 등급을 나누던 시대가 지나면서 이제는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가 제품 구매에 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일상 생활 속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일은 대부분 스마트폰 카메라가 담당하고 있으나 다양한 스포츠 활동이나 여행 중 사용하기에는 액션캠 만큼
편리한 제품이 없다.
액션캠 분야를 개척한 고프로(GoPro)는 다양한 마운트 액세서리를 비롯해 편리한 모바일 편집 앱, SNS 공유 기능으로 스마트폰과 함께
사용하는 액션캠으로 인기가 높은데, 올해는 자체 프로세서 GP1을 탑재하고 4K 60P 동영상 촬영을 지원하는 '히어로 6 블랙(Hero 6
Black)'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
기존 디자인에 GP1 칩셋으로 기능 업그레이드
고프로 히어로 6 블랙은 이전 모델 히어로 5 블랙의 플랫폼 디자인을 바탕으로 고프로가 자체 개발한 GP1 프로세서(System on
Chip, SOC)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플랫폼이 동일하다 보니 마운트와 배터리, 액세서리 등도 호환된다. 다양한 마운트 액세서리에 빠르게
장착할 수 있는 프레임에 끼워진 상태로 출시된다.
히어로 6 블랙에 들어간 GP1 프로세서는 이미지 신호 처리(ISP) 업체인 Socionext의 검증된 SoC 기술(Milbeaut ISP
시리즈)에 고유한 고프로 이미지 처리 기술을 결합한 커스텀 이미지 프로세서로 개발됐다. 커스텀 프로세서 탑재는 성능 및 기능 향상과 동시에 일반
Ambarella ISP 칩을 사용했을 때처럼 동일 칩셋을 쓴 저가 제품과 경쟁하는 문제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히어로 6 블랙에 들어간 카메라 모듈은 기존 히어로 5 블랙과 같은 1,200만 화소급이지만 GP1 프로세서가 들어가면서 4K UHD
동영상의 60프레임(4K60) 촬영이 가능해졌다.
또한 비디오 촬영용 글로벌 톤 매핑(Global Tone Mapping, GTM) 기능이 들어가 히어로 5 블랙에서 지원하던
WDR(Wide Dynamic Range) 사진 촬영과 비슷하게 동영상 촬영에서 명암 및 색상 정확도가 개선됐다. 1,200만 화소 사진 촬영
역시 WDR이 아닌 명암을 모두 살리는 HDR(High Dynamic Range) 촬영이 가능하다.
제품 외형은 히어로 5 블랙과 동일하며 별도의 하우징 없이 수심 10m 방수 기능을 지원한다. 1,200만 화소 카메라 모듈을 탑재하고
DSLR 카메라처럼 촬영 모드, 시간, 메모리와 배터리 용량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모노 LCD가 전면에 있다. 배터리 충전 등을 알려주는 상태
LED가 전면/후면/하단에 달린 것도 특징이다.
일반 컴팩트 디카나 캠코더와 달리 고프로 액션캠은 최대한 간단한 동작 버튼을 갖추고 있다. 사진 및 동영상 촬영/정지는 상단 버튼으로,
전원과 모드 변환은 우측 버튼으로 해결한다. 카메라 옵션 변경은 후면 TFT LCD 터치스크린으로 할 수 있는데, 고프로 시리즈 최초로 터치 줌
기능도 지원한다.
배터리와 microSD 메모리 카드는 본체 하단, USB Type-C 포트와 micro HDMI 포트는 좌측에 배치됐으며, 양쪽 커버는
방수 기능을 고려해 버튼을 누르고 밀어서 열도록 설계됐다.
카메라 본체가 작기 때문에 장착되는 배터리도 1,220mAh로 용량이 큰 편은 아니다. 배터리 사용 시간은 고프로에 따르면 완충 기준 4K
60 모드에서 최대 70분, 4K30 모드에서는 95분, 1080p240 모드는 60분, 1080p60 모드는 100분이라고 한다. 실제로
LCD를 켠 상태에서 가지고 다니면서 촬영하다 보면 배터리 잔량이 빠르게 줄어들기 때문에 장시간 스포츠 활동이나 여행을 간다면 추가 배터리는
필수다.
고프로 히어로 6 블랙 구성품으로는 카메라 본체와 프레임, 사용 설명서, 스티커, 배터리, 3M 접착 스티커로 다양한 곳에 장착 가능한
마운트 2개, USB (Type-A) to USB-C 케이블이 들어간다.
히어로 6 블랙의 단짝, 셀카봉 미니 삼각대 Shorty
고프로는 히어로 6 블랙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마운트 액세서리 3종도 함께 선보였는데, 입에 물고 사용하는 바이트(Bite)와 물에 뜨는
핸들러(The Handler)가 워터 스포츠 환경을 겨냥했다면 '쇼티(Shorty)'는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셀카봉 겸용 미니 삼각대로 활용도가
높다.
국내에서 5만원에 판매되는 쇼티는 히어로 6 블랙의 기본 마운트 하단을 분리하고 손으로 돌릴 수 있는 나사를 이용해 간편하게 장착할 수
있으며 수동으로 상하 각도 조절도 가능하다.
최대 22.7cm까지 3단계로 길이가 늘어나며 플라스틱 재질에 무게는 정도로 히어로 6 블랙에 장착해도 전체 무게가 208g 정도로 가볍기
때문에 한 손으로 들고 사용해도 된다. 블루투스 리모콘 같은 부가 기능은 없지만 히어로 6 블랙의 음성 제어 기능을 이용해 별도의 리모트 없이
목소리로 사진 및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손잡이 부분이 갈라지면서 미니 삼각대 받침대로 사용할 수도 있다. 평상시에는 셀카봉으로 사용하다 여러 명이 함께 단체 사진을 찍거나
타임랩스처럼 특정 구도로 장시간 같은 장면을 찍을 때 유용하다.
간편한 조작과 한국어 음성명령으로 촬영
고프로 히어로 6 블랙은 촬영용 셔터 버튼을 빼면 우측에 전원/모드 버튼이 있는게 전부여서 터치스크린을 통해 모든 카메라 옵션을 변경하도록
유저 인터페이스(UI)를 구성했다. 상/하/좌/우에서 스와이프 하는 동작으로 연결 옵션, 촬영 옵션, 재생, 전문가 옵션 설정을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어 음성 명령 기능이 더 다양해져 전원 켜고 끄기를 비롯해 모드 변경, 사진 및 동영상 촬영, 연사 등을 음성으로 동작시킬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스피커처럼 지정된 호출 명령어(고프로)를 바탕으로 "고프로, 사진 촬영", "고프로, 동영상 촬영" 등 원하는 기능을
말하면 바로 실행된다. 다만 노이즈 감소 기능이 없어 주변 소음이 크면 음성명령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동영상 촬영시 마지막 명령어(고프로, 동영상
정지)가 녹화되는 점은 아쉽다.
고급 동영상 설정 메뉴에는 셔터, 노출보정, ISO 감도, 화이트밸런스(WB), 선명도, 색상, 오디오 기능을 사용자가 직접 조절할 수
있는 전문가 모드(PROTUNE)를 비롯해, 동영상 안정화, 자동 저조도, 그리고 스테레오와 바람 감도 모드를 자동 전환하지 않고 하나만
선택해서 쓰는 수동 오디오 제어 옵션이 있다.
히어로 6 블랙과 이전 모델의 차이는 바로 4K60 동영상 촬영 기능이 추가된 것인데, 새로운 GP1 프로세서를 탑재하면서 4K 해상도로
30fps만 가능했던 기존 제품과 다르게 60fps로 2배 더 부드러운 동영상 촬영을 할 수 있다.
차세대 비디오 압축 표준으로 4K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H.265 (HEVC) 코덱으로 4K (3840x2160) 60fps 및 풀HD
(1920x1080) 240fps 슬로우 모션 동영상을 H.264와 같은 품질에 절반의 용량으로 캡처할 수 있다. HEVC 표준은 최신
프로세서가 탑재된 iOS 및 안드로이드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지원되며, 윈도우 10 PC 및 macOS 하이 시에라 운영체제와 보다
강력한 프로세서를 갖춘 최신 PC에서 지원된다.
동영상 촬영시 손떨림 보정(Video Stabilization)은 X축과 Y축, 회전 동작을 보정하는 3축 흔들림 방지 기능을 지원하는데,
히어로 5 블랙과 마찬가지로 광학식(OIS)이 아닌 전자식(EIS)으로 지원하지만 GP1에서 모션 센서를 기반으로 이미지 흔들림에 대해
능동적으로 적용하는 전용 하드웨어가 있어 이전 모델보다 떨림이 크게 줄었다. 또한 전작에서는 흔들림 보정을 지원하지 못했던 4K30 및
1080p120 모드에서도 흔들림을 보정할 수 있다.
다만 4K60 및 1080p240 같은 HEVC 코덱을 사용하는 모드에서는 이미지 안정화 기능이 동작하지 않는데, H.264 코덱보다
프로세서 작업 부하가 크기 때문에 이미지 안정화와 HEVC 포맷 녹화를 동시에 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히어로 6 블랙의 타임랩스는 4K 해상도로 0.5초부터 다양하게 시간을 설정해 일정 간격으로 사진 또는 동영상 촬영을 할 수 있다.
옵션에서 타임랩스 동영상, 타임랩스 사진, 타임랩스 야간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장시간 촬영하게 되니 손으로 들고 찍는 것보다 바닥
위에 놓거나 쇼티 같은 미니 삼각대를 쓰는 것이 더 나은 결과물을 얻는 비결이다.
동영상 뿐만 아니라 사진 촬영에도 히어로 6 블랙을 사용할 수 있는데 광각 화면이 부담스럽다면 리니어 모드로 화각을 바꿔 왜곡이 덜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GoPro 앱과 Quik스토리로 영상 편집 및 공유
고프로 히어로 6 블랙으로 촬영한 영상은 PC나 모바일에서 전문 편집 툴을 이용하지 않아도 고프로 앱으로 간단하게 만들어 SNS 등으로
공유할 수 있다. 히어로 6 블랙을 지원하는 고프로 앱과 간편 동영상 편집 도구 퀵스토리(QuikStories)는 안드로이드 및 iOS
버전으로 무료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다.
고프로 앱으로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과 히어로 6 블랙을 Wi-Fi로 연결한 다음 저장된 파일 중에 원하는 것만 골라서 가져온 다음
퀵스토리를 이용해 자동 하이라이트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 다양한 프리셋 중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오디오, 장면 등 세부적인 부분도
사용자가 추가로 바꿀 수 있다. 히어로 6 블랙에서 5GHz 802.11ac Wi-Fi를 지원하면서 파일 전송 속도도 향상됐다.
다만 히어로 6 블랙에서 지원하는 HEVC 포맷 영상을 재생 및 편집하려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도 HEVC를 지원하는 최신 고성능 프로세서가
들어간 모델이어야 한다. HEVC 코덱을 지원하지 않는 필자의 갤럭시 노트5에서는 히어로 6 블랙의 HEVC 영상은 재생 및 편집이 불가능했다. 반면 HEVC 포맷 지원 아이패드 프로 10.5에서는 파일 재생과
퀵스토리 편집 모두 정상적으로
지원된다.
자동 편집된 영상은 720p 또는 1080p로 만들어 메신저, 이메일, SNS에 공유하거나 로컬 저장공간에 저장 가능하다. 필자는 이메일을
이용한 공유를 선택했는데 편집된 동영상을 고프로 사이트에 비공개로 업로드 한 다음 링크 주소를 메일로 보내는 방식이다. 해당 페이지에서 촬영에
사용된 고프로 모델과 동영상 스타일, 사운드 트랙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영상을 다운로드 받거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 공유할 수도 있다.
성능과 기능은 향상, 가격과 A/S는 부담
고프로 히어로 6 블랙은 새로운 GP1 프로세서를 탑재해 기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퀵스토리 앱을 이용해 사용자들이 보다 쉽고 부담없이 사진
및 영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고프로 제품이 카메라와 광학 분야 기술력이 뛰어난 소니와 고프로와 닮은 저가형 액션캠들 사이에서 고전할 거라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고프로
스스로가 밝힌 것처럼 액션캠 시장은 단지 카메라 하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액세서리-편집도구-SNS공유 기능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생태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고프로처럼 이를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전략을 세울 수 있어야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다만 하드웨어 스펙이 올라가면서 이전 모델보다 가격이 상승한 59만 9천원으로 가격 부담이 더 커졌고, 국내에서는 1년 품질 보증 기간이
지난 제품에 대한 A/S 정책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 불만이 많다는 것이 단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