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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진 않으나 익숙한 편안함, PS4 독점작 데이즈 곤(Days Gone)

2019-05-21 12:00
이수원 수석기자 swlee@bodnara.co.kr

 

규모가 큰 대작 게임을 뜻하는 AAA 타이틀은 그만큼 개발 기간과 인력,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개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해 수익을 내려 한다. 반대로 AAA 타이틀을 독점작으로 보유한다면 경쟁에서 다른 플랫폼보다 그만큼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지난 해 '갓 오브 워(GOD OF WAR)', '스파이더맨(Marvel's Spider-Man)' 같은 PS4 대작 게임을 독점으로 선보이면서 국내외에서 PS4 우위를 이어갔던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는 올해도 상반기에 포스트 아포칼립스 오픈월드 어드벤처 '데이즈 곤(Days Gone)'를 출시하면서 기세를 이어가려 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연 데이즈 곤은 모두에게 호평받는 AAA급 타이틀이 아니라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기사에 등장한 모든 스크린샷은 PS4 Pro 스크린샷이며,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오픈월드, 바이크로 차별화

데이즈 곤은 미국 태평양 북서부 지역을 강타한 전염병 발생 2년 후를 배경으로 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전염병 사태 이후 황폐화된 세상에서 주인공 '디컨 세인트 존(Deacon St. John)'이 펼치는 오픈월드 서바이벌 어드벤처 게임이다.

 

죽은 시체가 되살아난 '좀비(Zombie)'와 달리 전염병에 걸린 인간을 뜻하는 '프리커(Freaker)'는 살아있는 생명체이고 지성이 있으며 먹고 자고 무리를 지어 활동한다는 점에서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 등장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변종 인류와 닮았다.

 

언리얼 엔진4를 통해 구현된 데이즈 곤의 배경은 개발사 벤드 스튜디오가 위치한 미국 태평양 북서부 오리건 주의 사막 고원을 중심으로 설원과 사막, 화산지대 등을 구현했다.

실시간으로 시간과 날씨의 변화가 적용되고 HDR 효과를 적용할 수 있으며, 게임 속 환경 변화에 따라 적들의 행동이 달라지기도 한다. 일부 스토리 임무들은 시간대가 고정되어 언제 도착하더라도 강제로 해당 시간이 흐른 뒤에 진행된다.

 

개발진이 바이크(Bike) 갱단을 주제로 한 미드 '썬즈 오브 아나키(Sons of Anarchy)'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 것처럼, 주인공 디컨은 바이커 갱단 출신으로 군 복무 경력도 있어 바이크도 잘 타고 총도 잘 쏜다.

다른 오픈월드 게임들처럼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갈 수 있는 지역이 점점 커지는데 이동거리가 멀기 때문에 바이크는 가장 중요한 이동수단이다. 바이크를 타고 적을 추격하고 싸우기도 하며 중간에 게임을 저장하려면 바이크가 근처에 있어야 한다. 다른 지역으로 빠른 이동을 할 때도 바이크가 필요하다.

게임 속 기본 탈것으로 사용되는 바이크와 달리 자동차는 거의 다 망가진 상태로 맵 이곳 저곳에 방치되어 있으며 간혹 주인공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보충하는 역할만 한다.

 

바이크와 관련된 특정 캠프장의 신뢰도를 올리고 크레디트를 모아 바이크 부품을 업그레이드 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커스텀 디자인을 입히는 것도 가능하다. 레이싱 게임처럼 부품에 따라 조작감이 크게 달라지거나 레이싱용 물리엔진을 별도로 적용한 것은 아니지만 포토 모드와 함께 사용하면 그럴듯한 스크린샷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바이크가 만능은 아니다. 이동 거리에 비해 연료 소모가 심해 어디를 가더라도 항상 연료를 보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바이크 소음과 불빛이 주변의 적을 끌어들이기 쉬우며, 장애물에 충돌하거나 점프하면 내구도가 떨어지고, 달리는 중에도 적에게 공격을 받으면 넘어지면서 부상을 입게 된다.

 

익숙한 게임들 장점을 모은 조작 시스템

데이즈 곤의 게임 플레이는 그 동안 게이머들에게 호평받은 다양한 AAA 타이틀의 플레이 방식을 적절하게 조합했다. PS4 컨트롤러의 모든 버튼과 터치스크린까지 사용해 통상 조작부터 원거리/근거리 전투, 아이템 선택, 바이크 타기 등을 빠르게 조작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을 상/하/좌/우로 스와이프 하는 것으로 스토리 라인, 맵, 소지품, 스킬 메뉴로 바로 이동한다. 스토리 진행 상황과 지도, 스킬 및 아이템 확인을 빠르게 할 수 있지만 간혹 전투 중간에 실수로 터치스크린을 건드려 메뉴 화면이 뜨는 것이 불편하다.

 

게임 화면은 좌측 하단에 선택한 무기와 탄환, 체력 게이지와 지구력 게이지, D-패드로 조작하는 기능이 표시되고 우측 하단에는 미니 맵과 적에게 들킬 위험을 알려주는 소음 표시, 시야 표시가 있다.

미니 맵에는 주요 지형과 적의 방향, 망원경으로 마크한 적 등이 표시되고 스킬을 업그레이드 하면 채집 가능한 식물 등의 아이템도 보여준다. 퀘스트를 선택한 상태에서는 가야할 장소의 방향과 거리 등이 화면에 표시된다. 바이크에 타고 있다면 남은 연료량도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 디컨과 친구 부저가 함께 하는 초반부는 배신자 레온을 추적하면서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과 조작 방식을 연습할 수 있는 튜토리얼 형식으로 구성됐는데, 게임 속에서 새로운 기능이 나올 때마다 유저가 이를 놓치지 않도록 설명 화면이 뜨고 생존 힌트를 보여준다.

어쌔신 크리드, 더 위쳐, 툼레이더 시리즈처럼 은신 상태로 잠입하거나 적에게 표시할 수 있고, 생존 시야를 활성화해서 단서를 찾고 목표를 추적하거나 주변에서 재료를 모아 아이템도 제작한다.

 

적을 처치하거나 퀘스트를 깨서 경험치를 모아 스킬 레벨을 올리면 스킬 포인트로 근접 전투, 원거리 전투, 생존 항목에서 필요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또한 게임 속에서 버려진 NERO 이동 진료소를 가동시켜 체력과 지구력, 집중력을 영구적으로 증가시키는 NERO 주사기를 얻을 수 있다.

다른 게임에 비해 새롭고 특별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지만 반대로 위와 같은 PS4 대작 게임들을 이미 즐겨본 사람이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지도상 주요 거점을 전략적으로 이용

데이즈 곤 맵에서 주요 거점은 주인공 일행의 은신처인 안전 가옥과 각 지역에 위치한 생존자 캠프장, 그리고 아직 개방되지 않은 적의 거점과 NERO 시설들이 있다.

지도 상에 보이지 않는 곳은 바이크로 돌아다니거나 해당 지역에서 적들이 자리잡은 매복 캠프를 소탕하고 지하 벙커를 조사하면 주변 지형을 파악할 수 있는 지도를 손에 넣을 수 있다.

각 거점의 위치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 바이크 없이는 이동하기 힘들고 바이크 연료도 많이 소모되므로 임무를 진행할 때 어떤 길로 가고 어떻게 연료를 보충할 것인지 미리 계획을 세우는 편이 좋다.

 

주인공의 안전 가옥에서는 항상 바이크 연료를 보충할 수 있고 일부 재료를 얻을 수 있으며 때때로 주인공의 친구 부저가 아이템을 만들어두기도 한다. 안전 가옥 뿐만 아니라 벙커 또는 복구를 끝낸 NERO 시설에서 수면을 취하거나 총기 보관함에서 무기를 교체할 수 있다.

 

생존자들의 캠프장에서 신뢰도를 올리면 무기 또는 바이크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신뢰도 레벨을 올리는 방법은 캠프장 지도자들이 주는 일거리를 수행하거나 해당 지역의 프리커 근거지 섬멸, 전투 중에 얻은 프리커 귀를 현상금으로 교환, 수집한 요리 재료들을 식당에 판매하면 된다.

 

캠프장에 따라 구매 또는 업그레이드 가능한 품목이 다르고 신뢰도와 크레디트도 따로 계산되니 초반에 어떤 캠프장의 신뢰도를 높일지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게임 진행 중 가끔 미니 맵에서 ?표시와 함께 돌발적으로 나타나는 인질을 구한 다음 어느 캠프장으로 보내느냐에 따라 해당 캠프장의 신뢰도가 올라간다.

  

전투는 다양하게, 과정은 불편하게

데이즈 곤의 전투는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총으로 사격하고 근접 무기를 휘두르는 일반적인 전투 방식은 물론 은신으로 잠입해 몰래 기습하거나, 함정을 설치하고, 서로 다른 진영끼리 싸우게 만들 수 있다. 바이크를 타고 적을 추적하는 임무도 있는데 바이크를 조종하면서도 조준과 사격을 할 수 있는 조작 방식도 나쁘지 않다.

 

적들의 종류에 따라 전투 방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특히 프리커들이 거대한 집단으로 뭉쳐있는 '호드(Horde)'는 초반에는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아 도망쳐야 하지만 나중에는 무기와 스킬을 업그레이드 한 게이머가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원거리와 근거리 전투도 적과의 거리에 따라 자동 전환되므로 조준 사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회피로 적의 공격을 피한 다음 근접 무기로 반격할 수 있다.

다만 회피나 달리기는 지구력을 소모하므로 무한정 쓸 수 없다. 생존 메뉴를 눌러 아이템을 선택할 때도 일시 정지가 아닌 느리지만 시간이 계속 흐르기 때문에 적들에게 둘러쌓였을 때는 전투에 집중해야 한다.

 

다양한 방법을 쓸 수 있는 전투와 달리 아이템 수집 및 사용은 현실감을 주기 위해 제한적이다. 

총기는 주 무기와 보조 무기, 특수 무기로 구성되는데 하나씩만 가지고 다닐 수 있으며, 현장에서 줍거나 적을 처지하고 얻은 무기는 총기 보관함에 넣을 수 없고 캠프장에서 크레디트를 지불하고 구매한 무기만 영구적으로 이용 가능하다. 탄약 휴대량도 제한되고 탄창으로 교체하므로 다 쓰지도 못한 총알을 버릴 수도 있다.

근접 무기는 사용할 때마다 내구도가 빠르게 소모되어 교체, 수리, 또는 제작을 해야 한다. 그 밖에 맵에서 수집 가능한 각종 제작 재료들도 수량 제한이 있어 수시로 재료를 모아야 한다.

 

필요한 아이템은 캠프장 상점에서 구입하거나 맵에서 입수할 수 있다. 연료와 재료 등은 맵에서 리젠되고 총기에 사용되는 탄약은 맵 여기저기 방치된 경찰차 트렁크에 들어있다. 일반 자동차에서 부품을 얻거나 구급차에서는 치료킷, 소방차와 트럭 등에서 근접 무기를 발견할 수 있다.

 

길을 잃지 않는 스토리, 몰입감 떨어뜨리는 버그

데이즈 곤의 메인 스토리는 주인공 디컨 세인트 존이 2년 전 죽은 아내와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우연히 알게 된 전염병 사태의 진실을 추적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게이머는 디컨이 되어 프리커의 공격을 피해 떠돌아 다니는 선량한 사람들을 비롯해 각 지역 생존자들이 모여있는 캠프장, 인간이지만 프리커를 숭배하는 집단 '리퍼', 바이크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주인공을 공격하는 '드리프터', 다른 사람들을 습격하는 '약탈자', 그리고 전염병 사태의 배후로 의심되는 수수께기 조직 'NERO' 등과 얽히면서 스토리를 진행한다.

게임 속에서 디컨이 만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여러 스토리들이 서로 연결되고 합쳐지는 과정이 짜임새 있게 연출되어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면 마치 한 편의 미드(미국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오픈월드 게임 플레이를 위해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각 지역 캠프장에서 들어오는 의뢰를 해결하고 지도상에 방치된 NERO 시설을 복구하거나 약탈자와 프리커 근거지를 파괴하는 등 부가 임무도 있다. 임무를 완료할 때마다 스토리 진행률, 경험치, 캠프장 신뢰도, 제작 레시피 같은 보상도 얻을 수 있다.

 

스토리라인 갱신을 통해 게이머가 현재 진행률과 해야할 목표 등을 잊지 않도록 했으며, 한꺼번에 많은 임무들로 방향을 잃지 않도록 메인 스토리 진행에 맞춰 적절한 타이밍에 부가 임무가 주어진다.

다만 메인 스토리에 비해 부가 임무는 상대적으로 몰입감이 떨어지고 비슷한 내용의 반복이라 질리기 쉽다. 출시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인지 개발진이 야심차게 준비한 메인 스토리도 조금만 진행하다 보면 이야기의 복선과 앞으로 전개될 줄거리가 대충 예상된다는 것이 아쉽다.

 

또한 게임 출시 후 몇 차례 버그 수정이 있었지만 아직 남아있는 버그 가운데 스토리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버그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 중 컷신에서 자막과 음성 싱크가 맞지 않는 버그인데 한참 스토리에 몰입하던 게이머에게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그 밖에도 쌍안경으로 본 적에게 표시했을 때 마크가 뜨지 않거나, 바이크에 탔을 때 미니맵에 표시된 아이템이나 돌발 임무가 내리는 순간 사라져 버리고, 프리커가 같은 장소를 빙빙도는 현상, 그리고 30fps을 목표로 했으나 PS4 프로가 아닌 노멀 버전에서는 프레임 드롭이 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실 오픈월드 게임을 표방하는 AAA급 타이틀 가운데 처음부터 완벽한 상태로 출시되는 게임은 거의 없다. 개발사가 얼마나 꾸준히 버그를 파악하고 패치를 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황야에서 보낸 시간만큼 평가도 좋아진다


상남자인줄 알았더니 순정 마초에 온동네 부탁은 다 들어주는 호구 아저씨라는 점에서
더 위쳐 시리즈 주인공 리비아의 게롤트와도 약간 닮았다

데이즈 곤의 전반적인 느낌은 완전히 새롭게 탄생한 요리보다 익숙한 재료를 익숙한 방식으로 조리했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신선하고 독특한 시스템을 기대했던 게이머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성공한 AAA급 게임들의 장점을 적절히 조합해 게임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주인공 디컨의 이야기와 개발진이 만든 게임 속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다면 '데이즈 곤(Days Gone)'이라는 제목처럼 플레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게임에 대한 평가도 처음보다 올라갈 거라고 생각한다.

 


알고 보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두 친구의 노답 모험기

오히려 필자는 오픈월드 게임이기에 느낄 수 있는 자유도, 선악을 가르는 다양한 선택지 없이 제작진이 준비한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임 플레이 방식이 아쉽다. 1회차 플레이에서 큰 감동을 느낄 수 있겠지만 메인 스토리가 끝난 후 몇 가지 도전 과제와 수집 요소를 빼고 나면 새 게임을 시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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