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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2006년에 선천적으로 타고난 '하찮은 몸'을 '괜찮은 몸' 으로 바꾸어보려고
집근처 헬스클럽에 등록하고 6개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운동을 한적이 있다.
난생처음 잡아보는 여러 웨이트 기구들과 러닝머신과 씨름을 하고 온갖 정보를 다 찾아다니면서
'정도'를 찾아보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6개월만에 '일'을 핑계로 다니던 헬스클럽을 그만둔 적이 있다.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하지 않나? 어떻게 운동을 하고 자세는 어떻게 하며 무엇을 먹고 등등을
'그들'이 알려준대로 빠짐없이 실천했지만 필자는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만 둔 결정적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별 효과가
없다'
시간이 흘러 2007년 12월 말,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한 운동가의 끄적거린 게시물을 읽을 수
있었다. 그 게시물의 내용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필자는 그 게시물을 읽은 뒤로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조금씩 그 효과를
보고 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해본분들은 잘 아실지 모르겠지만, 처음 운동을 시작하면 주위에서 (헬스클럽의
트레이너를 포함) 약간의 자기과시를 포함하여 나름 친절히(?) 여러가지를 알려준다. 여러 기구들의 작동방법을 설명해주고 이틀마다
3세트씩 하셔야 하며..3분할이 어쩌고... 로니콜먼이 어쩌고... 근육의 자극이 어쩌고... 자세가 어쩌고... 먹는것이
어쩌고... BCCA가 어쩌고... 아미노산이 어쩌고... 뭐 그리 지켜야할것이 많다. 필자도, 그들의 말대로 좋다고 소문난
보충제에, 감자 고구마 들입다 싸들고 댕기면서 열심히 했다. 근데 왜 필자는 그대로일까?
이분의 해설은 아주 명쾌하다. '당신이 무슨 보디빌딩 선수입니까? 왜 그들과 똑같이 하려
하십니까?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근육의 자극이니 단백질이 어쩌니 하는 것은 모두 내팽개쳐버리시고,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확인하세요.' 라고 되어있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이 써 있었다. '초심자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운동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것이고, 부족하다면 운동을 할 수 있는 정도의 기초체력과 기초대사량을 늘리는 것입니다. 고구마가 어쩌고 자극이 어쩌고는
당신이 운동능력을 갖춘 다음에 하는 것이지 지금은 아닙니다.' 라고. 필자는 그분의 조언대로 푸시업, 맨몸 스쿼트, 봉
데드리프트를 정확한자세로 '매일' 실시하여 기초체력을 늘리는데 포커스를 두고 있다. 혹여나 맨몸 풀스쿼트를 우습게 보신다면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 한번 해보시라고 권유하고 싶다. 정자세에서 12개 10세트는 무시무시한 양이다. 평소에 운동에 게을리했다면 아마
첫세트 10개째에서 이미 체력이 바닥 날 것이다.
아니, 컴퓨터 관련된 웹사이트에서 무슨 운동이야기에 이렇게 많은 할애를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오자.
보드나라에서 오래 일을 하다 보니 질문답변 게시판이나, 여러 커뮤니티 혹은 오프라인에서 컴퓨터를
잘 모르는, 혹은 관심 있는데 잘 모르는 '왕초보'들의 질문에 '가관'적인 답변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쿼드코어가 모에요?' 라는 질문에, '쿼드코어는 오버가 잘 안되니 오버잘되는
셀러론을 쓰시는게 돈 굳는 겁니다' 라는 황당답변 같은 식이다. 과연, 쿼드코어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꼭 '오버클럭'을
자신의 기준대로 들이대야 속이 시원한 것일까?
컴퓨터 좀 안답시고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에게 '오버클럭'을 이야기하고, 1000W 급
파워서플라이를 들먹이며, 사운드블러스터 X-FI에 'HDD는 랩터가 쵝오!' 를 이야기하는,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곰곰이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필자가 어렸을 적 컴퓨터를 '배웠'을 때는, 말 그대로 컴퓨터는 '배워야'하는 도구였다. A:>
프롬프트 외에 검은색 화면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배우지 않은 '컴퓨터'는 아무 쓸모가 없는 도구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아주 다르다. 요즘엔 네댓 살 아기도 컴퓨터와 인터넷을 한다고 하지 않나?
컴퓨터는 보편 타당한 제품이 되어 버렸고,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
컴퓨터뿐 아니라 어느 분야든, 초보가 처음 접근하는 데는 만만한 것이 하나 없다. 필자는
보드나라에서는 최고운영자 자리에 있지만, 필자가 자주 들르는 운동카페에서는 말 그대로 '초짜'다. 뭐가 뭔지 도저히 모르겠다.
어느 분야든, 매니아가 초보를 대할 때는 자신의 기준대로 설명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한
뒤 조언하는 '맞춤형' 조언이 가장 필수적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헬스 초보자에게 '로니 콜먼의 운동법'을 가르쳐줄 수 없듯이,
간단한 인터넷과 레포트를 위한 컴퓨터를 구매하고자 할 때, '쿼드코어에 8800GT'는 절대 쓸모가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적당한 가격의 쓸만한 제품을 골라주는 것이 진정한 '매니아'라고 생각한다. 실제
오버클럭에 '쥐약'이라고 알려져있는 모사의 메인보드 시리즈는, 실제 시장에서 판매량으로 보았을때 매니아에게 선호받는
제품보다 수십배는 더 많이 팔린다.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터넷과 레포트를 위한 컴퓨터에 '오버클럭'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일 뿐이다.
과학기술시대를 살고 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어떠한 문제에도 '정답'을 찾으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람의 삶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듯, 정답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모두가 '내가 정답이라고 믿는 것' 만 있을
뿐이다.
문제는 상황이 바뀌고 처지가 바뀌면 그 '정답'이 바뀐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무조건 자신의
입장만 '강요'하는 식의 설명 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을 듣고 눈높이를 맞추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입장과 상황을 이해한 뒤, 제안하는 맞춤형 조언이 그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답변'이 아닐까 싶다. 지금 이 순간, 어느 분야가 되었든 그 분야의 '매니아' 들에게 요구되는 또하나의 덕목은 바로 '눈높이'
조언이다. 이런 사람들이 진정한 '매니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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