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언젠가 죽고 , 그 순간 다른 곳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듯, 법적으로 인정받는 사람 , 즉 法人 , 역시 언젠간 죽고 다른 곳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물론 죽지 않을 수도 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세상 돌아가는 이치다.
돈이 된다는 소리에 90년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그 수 많은 메인보드 제조사들 역시 지금은 다 사라지고 정말 몇몇 업체만 남았다. 중국인들은 '합쳐지면 필히 분열되고, 분열되면 필히 합쳐진다'고 했던가? 메인보드 춘추전국시대였던 90년대를 지나 2000대 말에 서있는 지금은 크게 3대 제조사 (ASUS, GIGABYTE, MSI) 만 남고 대부분 소규모 업체로 전락하거나 아예 문을 닫았다.
90년대에 메인보드가 시끄러웠다면 2000년대 후반엔 내비게이션 시장이 시끄럽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국내에 내비게이션 업체만 한때 약 100여개에 달했다고 알려져 있다. 한때 세계를 상대로 메인보드를 제조하던 대만의 회사가 한때 30~50여개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정말 많은 숫자의 내비게이션 업체다. 그 많은 내비게이션 업체들이 모두 살아 남을까? 물론 답은 아니올시다이다. 문제는 그 징조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2005년부터 시작된 내비게이션 광풍은 이제 차량의 필수 장착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국내에 등록된 차량은 대략 1천만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차량에 모두 장착된다고 치면 천만대 시장이 새롭게 열린 것이다. 경쟁이 시작되고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내비게이션 붐은 광풍으로 불었고, 이제는 PMP, 핸드폰, 등 아예 기기의 퓨전화까지 진행되고 있다.
폭풍이 지나가면 반드시 그 흔적이 남는법. 과도한 경쟁에 쓰러진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달에도 점유율 3위의 노바일레트로닉스가 부도 처리됐고, 가격경쟁을 견디지 못한 크고 작은 내비게이션 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원성과 펌웨어 업그레이드, 맵 업데이트를 뒤로하고 물러갔다.
물론 다른 모바일 기기도 마찬가지이지만, 내비게이션은 다른 기기보다 더욱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인 제품이다. 새롭게 도로가 개설되고 바뀌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맵 업데이트가 필수적임은 물론, 대부분의 내비게이션이 Windows Mobile 기반으로 구동 프로그램만 제작해 맵데이터를 넣는 구조로 설계되서 구동 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 (일명 Firmware Upgrade)가 필수적이다.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으면 맵업데이트를 못할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회사가 부도가 나면 비단 A/S뿐 아니라 사용 자체에 문제가 생긴다.
부도는 아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했다. 만도 맵앤소프트의 매피가 지난달 5.5로 대폭 업그레이드되었는데,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면서 내비게이션 구동프로그램의 업데이트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도처리된 회사의 제품은 업그레이드가 당연히 불가능해짐은 물론, 현재 정상적 판매를 하면서도 업그레이드 '불가'를 내세우는 업체들도 있다고 한겨레신문이 어제 보도했다.
마치 메인보드의 BIOS 업그레이드 불가를 연상시키는 이런 사후지원서비스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았을 때 어떠한 경우가 발생할지 PC에 정통한 우리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오랬동안 느껴왔던 것들이기도 하다. 어째 내비게이션 돌아가는 분위기가 꼭 10년 전 메인보드 시장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메인보드 시장은 앞에서 언급했듯 3대 업체로 이미 정리된 상황이다. 내비게이션이라고 별 수 있을까. 메인보드는 수출이라도 하지만 내비게이션은 맵 소프트웨어의 차이 때문에 수출이 그리 쉬운 상황이 아니다. 어찌보면 국내에서 100여개사가 내비게이션에 뛰어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도 바로 수입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내비게이션 같은 제품은 그 소프트웨어의 특성 때문에 자국의 제조사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러한 점 때문에 너도나도 뛰어든 내비게이션 시장이 이제 한계치에 다다른 포화시장에서 헤메고 있다.
보드나라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누누히 이야기하여 왔다. 메인보드 뿐 아니라 PC 컴포넌트 시장이 워낙 수입상이 자주 바뀌고 쉽게 문을 닫는 터라 좋은 제품을 구입하는 것만큼 좋은 회사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오랫동안 강조하여 왔다. 내비게이션이라고 별 수 없다. 기기 자체의 특성과 성능을 파악하는 것만큼 판매사의 신뢰도와 규모, 소비자 반응, 회사의 지속연수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용산에 파워서플라이를 유통하는 모업체가 하나 있다.(보드나라를 계속 보신 분들은 어딘지 금방 알 수 있을것이다) 국내에 100~150개에 달하는 파워서플라이 유통사중에 10년 이상을 브랜드 하나로만 꿋꿋히 파워서플라이, 케이스만 유통하는 업체가 있다. 필자는 비공식적으로 이 회사의 제품을 신뢰한다. (공식적으로 말하면 중립의지가 흔들리므로) 회사의 구성원 역시 10년 전 그대로다. 10년 전에 뵈었던 분들이 지금도 그대로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런 회사의 제품을 필자는 신뢰한다. 40이 넘으신 어르신이 아직도 마케팅 책임으로 보드나라 사무실에도 자주 방문하신다. 필자는 그 분을 개인적으로 존경한다. 이런 회사의 제품은 볼 필요도 없다. 그냥 사면 된다.
결과론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한 분들이라면 얼마 되지 않아 여러분 차에 달려있는 내비게이션은 곧 한강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여러분의 내비게이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른쪽 옆이 절벽인데 '우회전하십시요' 라는 멘트를 들을 수도 있다. 무조건 싸다고 구입할 것이 아니라, 무조건 기능이 좋다고 구입할 것이 아니라, 판매하는 사람의 신뢰도를 살펴보는 것 역시 정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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