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다. IT에선 지금 이때가 딱 이말을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가 아닌가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지난 금요일 IT업계를 뜨겁게 달군 KT의 3G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두고 하는 이야기이다.
SKT가 8월 26일, 3G데이터 무제한서비스 (정확히는 과부하발생시 QoS컨트롤이 가능한 무제한?서비스) 를 시행하고나서 채 2주도 지나지 않은 9월 9일, KT가 SKT와 똑같은 형태의 '데이터무제한서비스 (역시 QoS컨트롤이 되는 무제한? 서비스) 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SKT가 7월 14일 무제한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을때는 '환영' 과 '비아냥'의 목소리가 절만씩 (혹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6:4로 하자) 갈리었던 반면, 이번 KT의 3G데이터 무제한 서비스의 경우는 비아냥의 목소리가 훨씬 높다. 왜 그럴까?
'비난'하더니 결국 '따라하기'
SKT가 7월 14일 3G무제한서비스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27일 오전 기자대상 간담회에서 'SKT의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가 정말 무제한인가' 라며, '무제한이란 이름을 붙이려면 제한을 없애야 한다' 고 밝혔다.
필자는 이부분에 정말 흔쾌히 동의하고 싶다. 트위터도 즐기신다는데 표현명 사장의 트위터에는 오늘 무슨이야기가 올라올지가 정말 궁금하다. 표현명사장은 분명 지난 7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SKT의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는 무제한이 아니다'라고 했고, 무슨말까지 하셨냐면 '심지어 늘어나는 무선인터넷 이용량을 보면 차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도 대안이 될 수 없다' 고 하셨다 ( 한국일보 7월 27일 KT 무선인터넷 전략, 와이파이존 확대로 승부)
그런 표현명사장이 이끄는 KT는
9일 SKT와 '똑같은' 혹은 '더 형편없는(필자생각)' 3G 무제한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9일 올라온 표현명사장님의 트위터에는 '무제한와이파이에 무제한 3G까지! KT 3G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 시행' WiFi가 결합된 진정한 무제한서비스' 라고 기재되어 있다. 기가
찬다.
왜 KT 무제한이 더 형편없느냐고?
표현명사장이 필자에게 물어본다면, 그걸 몰라서 묻냐고 반문하고 싶다. 표현명사장이 지난 27일 강조한것은 바로 QoS 제어이다. SKT가 7월 14일 발표하고 8월 26일 시행한 3G 무제한 서비스는 이동통신에 과부하가 발생할경우 QoS 를 통해 트래픽을 제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표현명사장은 이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QoS 를 통해 트래픽을 제어하는 '무제한'이 무슨 '무제한'이냐? '무제한'은 말 그대로 '제한'이 없어야 무제한" 이라고 SKT를 맹렬히 (시쳇말로) 까대셨다.
그런 표현명 사장이 수장으로 있는 KT는 오늘 무제한 서비스를 발표하면서, SKT의 요금제를 그대로 베끼는것이야 뭐 원래 있던것이니 넘어가고, SKT보다 '후진' 정책을 도입해 비난의 화살을 자초했다. QoS 제한을 하는것도 모자라서, SKT보다 QoS제한을 더 심하게 (그렇다. 55,000원 요금제는 5MB 더준다. 사장님! 쌩유!) 제한함은 물론, SKT가 무제한 허용하는 데이터셰어링은 750MB ~ 3GB까지 제한이 있고, SKT가 허용한 mVOIP도 지원하지 않는다.
그렇다. 표현명 사장이 생각하는 3G 무제한 서비스도 결국 이런 것이었다.
아이폰출시 이후로 주도권 쥔 KT, 3G 무제한 한방에 무릎꿇다
이번 KT의 3G무제한 서비스 발표가 뒷말이 무성한 이유중의 가장 큰 이유는 데이터셰어링이나 mVOIP를 SKT보다 덜주거나 허용하지 않는것이 아니라, 2009년 11월 아이폰 출시이후 통신정국의 '트렌드세터'임을 자처한 KT가 SKT의 '3G 무제한' 한방에 무릎을 꿇었다는 점이다.
이는 KT의 '경쟁사 Wi-Fi는?' 광고와 SKT의 '살수차' 광고를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KT는 SKT가 3G 무제한을 발표하기 전까지, Wi-Fi문제를 가지고 끊임없이 SKT를 자극했다. 특히 갤럭시S가 Wi-Fi 성능이 그리 좋지 않더라는 부분과 맞물려 Wi-Fi구축이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르자 KT는 더욱 Wi-Fi 문제를 끈질기게 물어뜯으며 SKT를 압박했다.
KT는 어떻게든 통신정국을 Wi-Fi로 끌고가야만 SKT에 비해 유리한 고지에 놓일 수 있다. 아이폰 출시 이후로만 1만 3천개의 Wi-Fi지역이 새로 생겨났고, 서울지역에서는 500m만 걸어가도 쉽게 찾을 수 있는 Wi-Fi Zone이 구축됐다.
SKT가 3G무제한을 들고 나왔을때 표현명사장이 이를 '까댄것' 역시 이러한 속성의 연장선상에 있다. Wi-Fi정국으로 흘러가야 유리한 고지에 놓일 수 있는 통신정국이 3G 무제한으로 무너질 수도 있음을 '직감적'으로 눈치챈 것이기에 QoS를 끊임없이 물고 늘어진 것이다.
그러나 채 2주도 되지 않아, Wi-Fi로는 이를 극복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누구누구 정치인처럼 자신의 입에서 뱉은말을 내가 언제 그랬냐는듯, 트위터에다가 'KT 3G 무제한 서비스가 진정한 무제한 서비스' 라고 광고를 하시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지금이라도 차라리 인정을 하시라, SKT 3G 무제한이 반응이 너무 좋아 우리도 어쩔수 없이 하게 됐다고.
SKT는 대안을 내놓았다. KT의 대안은 무엇인가?
SKT는 8월 26일 3G무제한 서비스를 시행하고 난 뒤에도, QoS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거론되자 아예 블로거들을 모셔다 놓고 오프라인 강연회까지 개최하여 KT가 주장하는 제한적 무제한 서비스에 대한 부당성을 알리기까지 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SKT가 상당히 철저히 준비를 한 것 처럼 보이는 준비를 하고 3G 무제한 서비스를 발표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SKT는 8월 26일 서비스가 시행되기 전인 19일, 데이터 무제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기술적 브리핑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대표적인것이 펨토셀과 6섹터, 그리고 LTE 조기도입이다. 펨토셀은 유선망을 3G신호로 변환하여주는 일종의 3G버전 무선공유기라고 생각하면 쉽다. SKB의 유선망을 이용해 데이터 과부하가 예상되는 지역에 펨토셀을 1만대까지 확대 적용할것이라고 밝혔으며, 현재 3섹터 방식의 중계기를 6섹터로 전환 데이터 수용량을 6배 늘리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SKT가 3G 무제한을 상용화한지 2주 정도 지나 무제한서비스를 발표한 KT는 'QoS로 제어하겠다' 와 '설비를 늘려 문제를 없애겠다' 라는 두마디만 했을뿐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만약 KT가 조금이라도 이부분에 대한 불신을 풀려 했다면, 무제한 발표와 동시에 어떻게 이를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브리핑을 했어야 했다. 그 내용이 빠져버리니 단순히 '경쟁사 따라하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안되는줄 알면서 왜그랬을까, 안되는줄 알면서 왜그랬을까
필자의 머릿속에 아직도 기억남는 광고카피 중에는 SKT의 '안되는줄 알면서 왜그랬을까' 가 있다. 90년대 후반, KT의 휴대폰서비스 전신인 KTF의 016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SKT가 PCS사업자를 상대로 퍼부은 치명타이면서, 아직까지도 '016=안터져' 라는 인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시켜준 광고이기도 하다.
주파수문제와 통신방식때문에 벌어진 '016=안터져' 의 등식은 지금까지도 KT의 휴대전화서비스의 발목을 잡고있는 가장 큰 문제중의 하나이다. KT의 이번 3G 무제한 서비스는 자칫 잘못하면 품질 문제를 다시 수면으로 부상시키기에 충분한 아이템이다.
3G품질에서는 SKT보다 더 뛰어나다고 기술적으로 알려진 KT이기에 품질문제가 수면으로 부상해봤자 KT는 큰 이득을 볼 것이 없다. 오히려 '안되는줄 알면서 왜그랬을까'의 추억을 되살리는 빌미만 SKT에 제공하는 역효과를 낳을지도 모르겠다.
KT의 3G무제한이 실망스러운 이유
2009년 아이폰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KT를 통해 국내 출시되면서, KT는 기회를 잡은듯 통신정국 변화를 꾀하기 위해 여러 카드를 내놓았다. Wi-Fi정국, 데이터 이월제, 아이폰 도입 등은 더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KT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3G 무제한 데이터서비스의 경우 SKT보다도 못한 서비스 내용으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단 한가지의 변화없이 그대로 베껴다놓아 더 많은 제약을 가한 KT의 무제한 데이터서비스는 아이폰 출시이후 KT가 보여준 '트렌드세터'로의 지금까지의 정책과 맞지 않다. 차라리 45요금제의 데이터용량을 1GB나 2GB로 늘렸다거나, QoS를 아예 폐지할 순 없으니 여지의 폭을 더 넓혀주었다거나, 아니면 본격적인 FMC의 도입이라도 발표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빛이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표현명사장은 트위터에 KT의 3G무제한서비스가 진정한 무제한서비스라는 립서비스나 하지 말고, 왜 KT가 내놓은 3G무제한서비스가 자신이 2주전에 열나게 비판하던 SKT의 그것과 비교해 어떤 서비스적 메리트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길 바란다. 자신이 기자들 불러놓고 대놓고 이야기를 했으니, 어떻게든간에 뱉은 말은 주워 담아야 할것 아닌가? 아니면 차라리 '저희 무제한 서비스도 제가 2주전에 이야기한바 있듯이 완전한 무제한은 아닙니다' 라고 솔직히 이야기를 하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