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PC의 성능을 이야기할 때 보통 CPU와 그래픽 카드, SSD를 이야기한다. 물론
PC부품들 중 성능 차이에 민감한 부품이라는데 다들 동의하겠지만 메모리를 잊고 있지는 않은지?
SDRAM, RDRAM, DDR4을 거치며 성능 향상이 계속되면서 메모리 성능에 신경 쓰는
사용자가 많이 줄어들었다. 실제 일상적인 용도로는 현재 출시 중인 개인용 최고성능 CPU로 평가받고 있는 코어 i7
6950X 조차 메모리 듀얼 채널 구성과 쿼드 채널 구성에 따른 성능 차이가 미묘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참고
: 브로드웰-E 듀얼 채널과 쿼드 채널 메모리 성능 차이)
하지만 메모리는 하드디스크나 SSD에 저장된 데이터가 불려와 CPU가 이리 저리 만지작
거린 후 최종 결과물을 내놓는, 고전적인 설명에 따르면 책상의 작업 공간에 해당하는 중요한 컴포넌트인 만큼 소홀히 할 수
없다.
이번 기사에서는 PC에서 CPU와 그래픽 카드 못지않게 중요함에도 수 차례의 치킨 게임을
통해 낮아진 가격과 충분히 발전한 성능으로 관심에서 멀어진 메모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주기적으로 내용 갱신 필요한 RAM(Random Access Memory)
혼돈하기 쉽지만, 흰
원안의 작은 IC 칩이 바로 RAM이다
메모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메모리는 어떤 것인지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
일반적으로 메모리나 RAM을 이야기할 때 보통 직사각형 PCB에 그보다 작은 직사각형
IC 칩이 박혀있는 제품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해당 제품은 DIMM(Dual In-line Memory Module)이라는
제품 종류이며, 실제 메모리는 PCB에 실장되어 있는 검은색 IC를 뜻한다.
보통 메모리로 불리는 PC용 RAM은 랜덤 엑세스 메모리(Random Access
Memory, 임의 접근 메모리)의 약자가 쓰이는데, 왜 'RAM'이라 불리는지는 메모리의 구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RAM의 구조는 비트 라인과 워드 라인이 교차하는 곳에 실제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이
위치하는, 겉으로 보기에는 극히 간단한 구조로 설계되었으며, 이는 SSD에 사용되는 평면형(2D)낸드 플래시와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데이터 저장을 위한 셀은 낸드 플래시의 경우 플로팅 게이트가, 메모리의 경우 캐퍼시터가
사용되는데, 자연 방전되는 캐퍼시터의 특성상 메모리는 동작 중에 주기적인 다시 쓰기(리프레시) 작업이 필요하고, 전원
공급이 끊기면 내용이 모두 사라지는 특성이 있다.
메모리는 CPU나 GPU, SSD, 하드디스크와 같이 별도 컨트롤러가 없기 때문에 예전에는 노스브릿지, 현재는
CPU에 통합된 별도 컨트롤러를 통해 제어되며, 단순 동작 클럭외에 이를 기준으로 한 타이밍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개념이 고려되어야 하는데, 다음 단락에서는 메모리의 타이밍을 다뤄보도록 하겠다.
클럭만큼 타이밍도 중요한 메모리 성능
주기적으로 리프레시가 필요한 셀, 실제 데이터를 읽고 쓰는 작업에 사용되는 워드
라인(Rows, RAS)과 데이터를 읽고 쓰기 위한 스위치 역할의 비트 라인(Columns, CAS)으로 구성된 메모리는
단순 동작 속도 외에 타이밍이라는 요소가 성능을 결정짓게 된다.
메모리의 대표적인 타이밍은 컨트롤러의 지시가 메모리까지 도달하는 시간인 CR(Command
Rate)을 들 수 있는데, CR은 메모리의 유효 클럭과 사이클로 정의된다. 인텔 스카이레이크 CPU에서 기본 지원하는
DDR4 2133MHz 메모리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CR값이 2T 인 메모리의 경우 시간으로 환산하면
2/2133000000 = 0.00000000094초, 약 0.94ns가 된다.
다음으로 지정된 셀이 포함된 행과 열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인 tRCD(Row
Address to Column Address Delay Time), 목표 셀이 포함된 행 내에서 데이터를 받는
순간까지의 시간인 CL(CAS, Column Access Strobe Latency)을 들 수 있으며, tRCD와 CL
모두 CR과 같이 사이클 단위로 표시된다.
이들 타이밍과 행을 활성화 하기까지 필요한 tRP(RAS Precharge Time) 사이클이 메모리 성능에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행이
활성화된 후 비활성화되기까지의 최소 사이클, 혹은 새로운 메모리 셀에 대한 엑세스 요청이 발생할 때 까지의 시간을 뜻하는 tRAS(Row Address Strobe Time) 사이클 역시 메모리
성능에 영향을 미치며, 결과적으로 시간에 연관된 값이므로 낮을수록 메모리 성능이 높아진다.
성능과 직접 관련된 이들 다섯 가지 타이밍 외에 주기적으로 셀을 리프레시 해주어야 하는
메모리의 특성상 이와 관련된 타이밍이 별도로 존재하는데, 바로 tREF(Refresh Time)와 tRFC(Refresh
Cycle Time)다.
앞서도 이야기했듯 메모리의 셀은 주기적인 리프레시 작업이 수행되지 않으면 작업중인 내용을
모두 잃어버리므로 이 리프레시 작업은 휘발성 메모리에서는 필수 작업이다. 하지만 전체 셀을 동시에
리프레시 하는 것은 인터페이스에 무리를 주고 전력 소비 면에서도 좋을 것이 없으므로 낸드 플래시를 통해 어느정도
익숙한 '페이지' 단위로 번갈아가며 리프레시 작업이 수행된다.
이때 갱신 주기인 tREF는 다른 메모리 타이밍과 달리 '초'로 표현되며, 보통
마이크로초(㎲) 단위가 사용되는데, 리프레시 주기가 빠를수록, 즉 tRFC 값이 작을수록 자주 데이터가 갱신되므로 안정성은
높아지지만 그에 반비례해 실제 작업에 오버헤드로 작용하게 되어 성능에는 악영향을 미치며, tRFC는 실제 셀 리프레시에
소요되는 '사이클'을 뜻하므로, tREF와는 달리 작을수록 성능에 유리하다.
하늘 높이 치솟는 메모리 클럭, 셀 클럭은 제자리
끝을 모르고 증가하는 메모리 유효 클럭과 달리,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서 실제 데이터가
저장되는 셀의 경우 정도 속도가 거의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SDRAM부터 DDR4까지 셀 클럭은 보통 200MHz를 넘지 않는데, 이는 실제 충전과 방전에 걸리는 물리적인 시간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다 짧은 시간에 충전과 방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셀 용량을 줄이면 되겠지만, 이는 셀(데이터)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라 해결이 쉽지 않다.
따라서 제한적인 셀 클럭을 극복하고 메모리 성능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것이 하드디스크의
RAID와 같은 개념으로 여러 셀을 병렬로 묶어 MUX를 통한 직렬 스트림을 생성, 유효 클럭
증가에 대응해 왔다.
이러한 구조는 셀 클럭과 유효 클럭이 동기화된 SDRAM(Synchronous
Dynamic Random Access Memory)이후 등장한 DDR SDRAM서부터 도입되었는데, DDR SDRAM부터
DDR3 SDRAM까지는 프리패치가 2n/ 4n/ 8n으로 두 배씩 증가해 왔지만 DDR4 SDRAM에서는 8n *2
방식으로 변화를 주었다.
DDR4 SDRAM의 프리패치 방식이 바뀐 명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16n 방식
도입시 오버헤드 증가폭, 혹은 성능 개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거나 가성비 문제 등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타이밍과 클럭의 조화가 필요한 메모리 성능
따지고 보면 메모리는 하드디스크와 비슷한 점이 많다.
임의 데이터에 대한 액세스(랜덤 액세스)가 가능한 것부터 시작해 하드디스크의 플래터 회전
속도는 RPM, 타이밍은 헤드가 자료를 읽고 쓰기 위해 플래터의 특정 위치로 이동하는 엑세스 타임에 비교할 수 있다.
메모리 성능, 클럭과 타이밍, 작업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하드디스크 성능이 RPM과 엑세스 타임 양족에 모두 영향을 받듯 메모리 역시 클럭과
타이밍 양쪽에 모두 영향을 받는데, 작업 데이터가 같은 행에 위치할 경우 tRP와 tRCD가 생략되므로 클럭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페이지내의 다른 행에 있을 때나 완전히 다른 페이지에 있을 때는 타이밍의 영향력이 높아진다.
이런 내용을 모른다면 신형 메모리의 클럭이 구형 메모리보다 높은데도 오히려 성능이 낮다며
신형 메모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거의 제자리 걸음 중인 셀
클럭, 유효 클럭과 반비례하는 CL 타이밍, 작업 종류와 멀티태스킹 환경에 따른 발생 데이터 등 여러 복합 요인이 적용된
결과이므로, 구형 상위 메모리가 신형 하위 메모리보다 성능이 좋다거나 나쁘다고 일반화할 수 없다.
따라서 메모리 성능을 최적화 하고 싶다면 메모리 구입과 오버클럭 시 자신의 작업 스타일과
메모리 클럭 및 주요 타이밍을 충분히 고려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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