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시장 소홀한 인텔? 위아래로 경쟁자 등장
x86 윈도우 PC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인텔은 사실상 경쟁자가 없다. 경쟁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인텔은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항상 자사 이전 제품을 기준으로 얼만큼 성능이 향상되고 소비전력이 감소했는지, 기능이 좋아졌는지를 설명한다.
물론 PC 성능 향상이라는게 아무리 틱톡 전략으로 매년 신제품을 발표한다고 해도 한 번에 수십 배씩 성능이 올라가기는 힘들기 때문에 그
동안 인텔이 말하는 제품 교체 주기는 주로 5년 기준으로 구형 인텔 프로세서가 탑재된 PC를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하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변했다. 인텔은 줄어드는 PC 시장을 전방위로 사수하는 대신 드론이나 가상현실(VR), 자동차 등 신규 플랫폼을 발굴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싶어하고, 그로 인해 소홀해진 PC 시장을 노리고 경쟁자들이 침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텔 입장에서는 R&D와 파운드리 설비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도 더 이상 커지지 않는 PC 시장에서는 매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AMD나 퀄컴처럼 인텔보다 규모가 작은 경쟁자들은 줄어드는 PC 시장이라도 인텔이
가진 점유율 일부를 뺏어올 수 있다면 그만큼 회사가
성장하고 매출도 증가한다.
국내에서도 대기업들이 PC 사업에서 기업 수준에 맞는 매출 실적을 기록하지 못하게 되자 데스크탑 PC 사업을 포기했지만 그 뒤 전문 매장이나 쇼핑몰이
일반 소비자와 PC방을 대상으로 PC를 판매하면서 이익을 내고 있다.
6코어 이상 하이엔드 CPU는 인텔-AMD 경쟁 체제?
인텔은 지금까지 일반 소비자용 PC 시장에 투입한 CPU는 쿼드코어(4코어)까지만 투입했고 그 이상은 하이엔드 데스크탑(HEDT)이나 서버 등 별도의
플랫폼으로 구분해 가격도 비싸게 판매하고 메인보드 규격도 따로 쓴다. 4코어 이하 일반 프로세서도 CPU 동작클럭과 하이퍼스레드(HT), 내장
그래픽, 오버클럭 지원 여부 등으로 제품을 구분해 가격 차이를 둔다.
하지만 AMD가 이번에 발표한 차세대 젠(ZEN) 아키텍처 기반 라이젠(RYZEN) 프로세서는 바로 이러한 인텔 플랫폼 전략의 헛점을
공략하고 있다. AMD 라이젠은 인텔이 비싸게 판매하는 하이엔드 데스크탑 쪽 제품을 먼저 출시하면서 가격은 인텔보다
훨씬 저렴하게 책정할 것으로 보이며 메인보드 규격도 일반 데스크탑 플랫폼(AM4)를 그대로 쓰고 오버클럭 제한도 없다.
AMD가 밝히고 있는 젠 아키텍처 성능 향상(IPC)은 기존 엑스카베이터 대비 40% 향상으로 잡고 있으니 인텔 프로세서와 비교하면
하스웰이나 브로드웰급은 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인텔의 하이엔드 데스크탑 프로세서 6900K가 브로드웰-E 버전임을 감안하면 가격대비 성능
뿐만 아니라 실제 성능에서도 어느 정도 경쟁이 가능할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부분이다.
인텔 6코어 이상의 하이엔드 데스크탑 프로세서가 성능이 나빠서가 아니라 가격이 비싸 못사는 제품이었음을 생각해보면 AMD 라이젠이 기대만큼의
가성비를 만들어낸다면 데스크탑 PC 시장에 모처럼 경쟁 체제가 갖춰질 것이다. 인텔은 올해 하반기에 스카이레이크-X 기반의 차세대 하이엔드
데스크탑 프로세서를 출시할 예정인데 AMD가 예상보다 크게 선전할 경우 보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기대할 수도 있다.
저전력 모바일 시장 위협할 스냅드래곤 윈도우10 PC
AMD 라이젠이 인텔 하이엔드 데스크탑 시장을 위협할 수 있는 복병이라면 퀄컴 스냅드래곤 835를 비롯한 ARM 프로세서들의 x86 윈도우
지원은 저가형 및 저전력 윈도우 모바일 제품군에서 인텔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퀄컴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작년 12월
WinHEC에서 차세대 스냅드래곤 프로세서에서 x86 윈도우 10을 지원할 거라는 내용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ARM 아키텍처 기반 모바일 프로세서들은 x86 명령어를 지원하지 않아 PC 버전 윈도우를 구동할 수 없었는데, 스냅드래곤 기반
새로운 윈도우 10 PC 기기는 MS 오피스와 어도비 포토샵, 윈도우 10 게임 등 x86 Win32 및 UWP(Universal Windows
Platform)로 개발된 앱들을 지원하게 된다. x86 에뮬레이션 기능을 통한 지원이지만 모바일 프로세서 성능 발전을 보면 기본적인 PC
용도로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과 MS는 과거 중국산 저가형 안드로이드 태블릿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업체들에게 인텔 아톰 플랫폼과 윈도우 8.1 winth
Bing으로 안드로이드만큼 저렴한 윈도우 태블릿을 만들게 하는 심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는데, 이제는 MS와 퀄컴이 스냅드래곤 기반 윈도우
10 기기로 인텔 모바일 시장을 노리고 있다.
ARM 프로세서 기반 윈도우 10 기기가 인텔보다 뛰어난 점은 아무래도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SoC(System on Chip) 설계와
배터리 사용 시간이다. 올해 초 나온 LG전자 올데이 그램(Allday Gram)이나 삼성 노트북9 올웨이즈(Always)가 하루에 가까운
배터리 사용 시간과 모바일 충전기도 쓸 수 있는 전원 기능을 내세운 것을 감안하면 스냅드래곤 윈도우 10 PC는 이보다 더 긴 배터리 시간과
모바일 액세서리 호환성을 제공하면서 가격은 훨씬 저렴할 것이다.
퀄컴 스냅드래곤 외에 다른 ARM 프로세서 개발사들도 x86 윈도우를 지원하게 된다면 미디어텍 칩셋을 쓴 초저가 윈도우 10 태블릿이나
삼성 엑시노스가 들어간 갤럭시 탭S 윈도우 버전, 인텔보다 내장 그래픽 성능이 높은 엔비디아 테그라 게이밍 윈도우 태블릿이 나올 수도 있다.
메인스트림-노트북 시장에서 건재한 인텔 카비레이크
올해 인텔 프로세서가 위아래로 경쟁자를 맞이했다고 해서 전체 인텔 라인업에 위기가 찾아올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데스크탑 PC와 노트북
시장 모두 아직까지는 인텔 코어 i3/i5/i7 프로세서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AMD 라이젠은 내장 그래픽 기능이 없는 멀티코어 중심의 하이엔드 데스크탑 프로세서로 인텔 7세대 코어 시리즈와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아니다. AMD 라데온 그래픽 카드와 APU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플루이드 모션 60P 동영상 기능은 내장 그래픽이 빠진 라이젠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가격적인 측면에서 6코어 라이젠 프로세서가 코어 i7 시장을 일정 부분 잠식할 수 있겠지만 코어 i5 이하 일반
메인스트림 및 엔트리 PC 시장까지 공략할 정도로 저렴할지는 미지수다.
AMD 쪽에서 내장 그래픽 기능이 사용되는 PC는 하반기 젠 아키텍처 기반 APU인 레이븐 릿지가 나올 때까지 공석이다. AM4 메인보드를
사용하는
브리스톨 릿지가 OEM용으로 나왔지만 이전 세대 아키텍처로 CPU 성능 차이가 크다. 특히 엔트리 라인업은 인텔이 카비레이크 기반 펜티엄 프로세서에
하이퍼스레딩 기능을 탑재하면서 경쟁사 향후 출시 제품은 물론 자사의 코어 i3까지도 팀킬할 정도의 가성비를 갖게 됐는데, AMD가 하반기 젠 기반 APU 레이븐 릿지를 내놓는다고 해도 카비레이크 펜티엄 수준의 가격에 그 정도의 성능을 제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트북 시장도 마찬가지다. 작년에는 저전력 카비레이크 프로세서만 출시되어 노트북 신제품이 7세대 코어 슬림형과 6세대 코어 게이밍
노트북으로 양분됐지만 올해부터는 7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들어간 완전체 게이밍 노트북이 본격적으로 판매된다. 모바일에서 중요한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 문제에 대해 14nm 공정을 적용하는 AMD 신제품이 어떤 성과를 보여줄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