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PC를 오래 사용한 사람이라면 왠지 모르게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시기인데 한 가지가 걸림돌이다. 바로
메모리 가격이다.
지난 해 겨울부터 DRAM 모듈 가격은 꾸준히 상승했는데 그 때문에 지금은 PC 메모리가 1년 전보다 85% 정도 비싸졌다.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의 메모리 생산량 증가 때문에 DRAM은 생산량이 감소하여 그 영향을 받은 것이다.
제조사들이 DRAM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기는 하지만 현재 가격이 내년 초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여 당장 업그레이드나 새로운 PC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어쩔 수 없이 구매해야 한다면 낭비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텐데 이번 기사에서는 PC 게이머를 기준 삼아 적절한 메모리 업그레이드에 관해
논해보겠다.
PC 메모리 얼마나 필요한가?
다음 게임 배틀그라운드 PC 사양 정보
게이머가 필요한 메모리를 판단하는 기준은 역시 게임이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인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
요구사양을 살펴보겠다.
최소 사양 기준으로 메모리 6GB가 필요하고 최고 사양은 16GB가 필요하다. 3년 이상 지난 PC라면 대개 메모리 용량은 많아도 4GB
정도일 테니 최소 사양조차 충족하지 못한다.
시험 삼아서 DDR4 4GB(2133MHz) 메모리 1개만 장착한 PC(라이젠 7 1700X, 지포스 GTX 1070, 삼성 840 EVO
SSD 256GB)로 배틀그라운드를 실행해보았다. 해상도 2560x1440 창 모드에서 그래픽 품질 '울트라'로 설정하였다.
최소 사양이 6GB인 게임이어서 메모리 사용량은 금세 꽉 차버린다. 3.5GB까지 사용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SSD 용량 일부를 가상
메모리로 사용하여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므로 게임 실행은 가능하다.
게임이 끊기는 현상은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SSD에서 수시로 대용량 쓰기 작업을 하므로 수명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메모리 용량을 2배인 8GB로 늘려서 다시 배틀그라운드를 실행해보았다. 적으면 5GB, 많아도 6GB까지 메모리를 사용해 훨씬 여유로웠다.
다만 게임과 함께 웹 브라우저나 미디어 플레이어 같은 다른 프로그램을 동시에 여러 가지 실행한다면 결국 메모리가 부족해져서 가상 메모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게임 중 다른 작업을 많이 하는 게이머라면 메모리 용량이 더 필요하다.
최신 게임 중에는 배틀그라운드보다 메모리 요구사양이 더 높은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콜오브듀티 월드워 2'와 '둠 VFR'은 메모리
최소 요구사양이 8GB이다.
물론 권장사양은 더 높을 텐데 둠 VFR은 16GB를 제시한다. 현재 시세를 감안한다면 최저가 기준으로 메모리 구매 비용만 17만 원 가까이 필요해서
부담감이 크다. 지금보다 거의 반값으로 메모리를 구매했던 소비자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준이다.
메모리 1개만 업그레이드 한다면?
아무리 가격이 높아도 당장 성능이 부족하다면 메모리 업그레이드는 불가피하므로 4GB나 8GB 메모리 1개만 추가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혹시 메모리 대역폭을 2배로 높여주는 듀얼 채널 기술 때문에 메모리 1개 업그레이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면 마음을 놓아도 된다. 메모리가 3개여도 듀얼 채널 구성이
가능해서 그렇다.
초기에 듀얼 채널은 용량과 속도가 동일한 메모리를 짝수로 설치해야만 쓸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제한이 서서히 해소되었고 이제는
사양과 개수
상관 없이 비대칭으로 쓸 수 있다.
위 사진은 AMD 라이젠 시스템의 X370 메인보드에 DDR4 4GB 메모리를 3개 장착한 상태에서 바이오스 화면을 캡처한 것이다. 메모리가 3개여도 듀얼
채널로 인식한 것을 알 수 있다.
시스템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인 시스소프트웨어 산드라(SiSsoftware Sandra)로 메모리 개수 별로 대역폭 성능을
비교해보았다.
통합 성능 기준으로 메모리 3개와 2개인 시스템은 거의 차이가 없고 1개인 시스템과 비교하면 2배 높은 성능이다. 따라서 메모리
2개로 듀얼 채널 구성인 PC에 메모리 1개를 추가하는 업그레이드도 성능상 손해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시스템 메모리가 8GB인 PC라면 4GB 메모리 1개만 추가하더라도 게임 실행 시 상당히 여유로워지므로 일단 급한 불을 끄고 시세가
낮은 때를 다시 노리는 것이 지출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PC 메모리 업그레이드, 최대한 따져보자
가뜩이나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데 올해 PC 메모리는 가격이 급등해서 소비자들은 속 편하게 업그레이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답답함을 참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결국 업그레이드를 피할 수 없는데 그렇다면 지출을 최소화 해야 한다.
그냥 큰 맘 먹고 메모리를 업그레이드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올해 가을처럼 단기간에 가격이 40% 가까이 급락하는 일을 겪는다면 상실감과
자괴감도 만만치 않다.
현재 메모리 업그레이드 때문에 고민 중인 게이머라면 일단 주로 즐기는 게임의 요구사양을 파악하고 필요한 만큼만 메모리를 늘리는 것이 좋다.
소중한 돈을 투자했는데 만족감은 짧고 깊은 후회가 밀려온다면 퍽 서글픈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