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분기 PC 시장에는 크게 두 가지 이슈가 있었다.
한가지는 앞으로도 수 년을 끌어안고 가야할 초대형 보안 이슈 멜트다운과 스펙터였는데,
알다피시 워낙 광범위한 영역에 영향을 미친 사안이라 한동안 그 외에 거의 모든 이슈가 묻혀버렸다.
멜트다운과 스펙터가 조금은 진정세에 들어선 2월 중순, AMD 2세대 라이젠의
시작을 알리는 레이븐 릿지 APU가 등장해 내장 그래픽 사용자들에게 인텔 외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면서 설 연휴가 겹치면서
업그레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학기와 신입 사원 모집이 이뤄진 3월도 지나 AMD와 인텔의 본격적인 플랫폼
업데이트가 예고된 4월을 앞둔 현재, 업그레이드를 고민 중인 독자들을 위해 올해 새롭게 출시될 PC 컴포넌트들의 특징을
대략적으로 정리해 보았다.
뒤늦은 인텔 8세대 코어 프로세서 커피레이크의 완성
2017년, 인텔은 1월 6세대 코어 프로세서 스카이레이크의 옆그레이드 성격인 7세대
코어 프로세서 카비레이크를 출시했지만, 같은해 10월 8세대 코어 프로세서 커피레이크를 선보였다. 그러나 커피레이크는 당초
2018년 하반기 출시 예정으로 알려졌던 모델이고, 1년 가까이 빠른 출시는 물량 부족에 따른 실 판매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으며, 메인보드 대응 칩셋도 Z370 하나 뿐이라 메인스트림 사용자들에게는 큰 비용 지출을 강요했다.
여기에 두말하면 입 아픈
2018년 초 멜트다운과 스펙터 사건에 엮이며 커피레이크에 대해서는 코어 확장에 따른 성능 향상과는 별개로 플랫폼에 대해서는
썩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첫 데스크탑용 커피레이크 출시 이후 약 반 년이 지난 2018년 4월 중에 H370/ B360/ H310 메인스트림 칩셋
기반 메인보드와 보다 풍부한 커피레이크 CPU 라인업을 예고하며 진정한 의미의 세대 교체를 앞두고 있다.
어떻게든 업그레이드를 미뤄온 사용자나 펜티엄과 셀러론 등의 엔트리급 사용자라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처음 데스크탑용 커피레이크가 출시된지 반 년이나 지난 이후에 라인업이 추가되는 것이기 때문에
필요한 사용자라면 이미 커피레이크 코어 i 시리즈를 구매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 멜트다운과 스펙터 이슈를 해결하고 출시될 CPU에 대해 공식적으로
8세대 코어 프로세서라고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은 있어도 최적화를 위한 시도가 눈에 띄는 AMD와 달리 인텔의
2018년은 우리고 우린 14nm 공정의 옆그레이드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H370/ B360/ H310의 칩셋 특성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Z370이 Z270의 리네이밍에 가까웠던
점, 그 이전에 유출된 자료가 사실이라면 보급형 300 시리즈 칩셋은 USB 3.1 네이티브 지원 정도를 제외하면 Z370과 같이 단순 리네이밍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로 예정된 Z390 칩셋도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운데, 메인스트림 8코어 CPU 가능성 정도를 제외하면
시스템면에서 인텔도 올해는 특별한 변화없이 옆그레이드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AMD 1세대 라이젠의 완전체, 2세대 라이젠 출동 준비
1세대 이후 약 1년하고 한 달 반 반에 AMD의 2세대 라이젠이 출시된다.
12nm 공정을 도입한 더욱 높은 성능의 CPU와 새로운 400시리즈 칩셋이 등장하지만,
현재 드러난 정보를 보면 조금안 아쉬운 면이 보인다.
일단, 14nm에서 12nm로 미세화된 공정이 적용되지만 아키텍처면에서 큰 변화가 없기에
딱 클럭 상승분만큼의 성능 향상이 기대되며, 유출 정보에 따르면 플랫폼 면에서 X370/ B350과 X470/ B450 칩셋의 지원 기능은
동일하고, A320 칩셋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작업 상황 따라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프리시전 부스트2 기술과 XFR2의 강화
모드, 고속 메모리 지원, 효율 향상, USB 허브 개선, 퓨즈드라이버 번들 등 플랫폼 안정화를 위한 개선점도 있지만, 1세대 라이젠에 있던 기술을 다듬은 정도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효용을 체감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버클럭과 메모리, USB, 스토리지 지원 등 세부적인 면에서 개선이 이뤄지는 것과 달리, 유출 정보에 따르면 400
시리즈 칩셋 메인보드도 300 시리즈 칩셋과 기능상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기에, 처음 라이젠 플랫폼을 마련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1세대 라이젠 사용자에게
2세대 라이젠은 '옆그레이드'가 될 가능성이 보인다.
총성없는 전쟁이 한창인 GPU 시장, 변화는 있을까?
지난해 AMD 라데온 RX Vega와 엔비디아 볼타가 발표되었지만, 전자는 성능대비 높은
발열과 소비전력이라는 장벽을 만났고, 후자는 GPU 컴퓨팅 포지션인 탓에 게이밍 그래픽 카드로는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았다.
올해는 AMD와 엔비디아 모두 새로운 GPU를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AMD는
14nm에서 7nm로 미세화된 베가 아키텍처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며, 아키텍처 변경점에 대해 알려진 내용이 없지만,
엔비디아가 지포스 900시리즈인 맥스웰 아키텍처에서 지포스 10 시리즈인 파스칼 아키텍처로 넘어갈 때 공정 개선에 힘입어
대폭 성능 향상이 이뤄졌던 점을 감안하면, 14nm에서 7nm로 넘어가는 베가 역시 상당 수준의 성능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
단지 현재 발표 내용을 보면 머신 러닝, 즉 엔비디아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 중인
GPU 컴퓨팅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엔비디아가 볼타 아키텍처 기반 지포스 그래픽 카드를 1년 가까이 출시하지 않고
있는 일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샘플링 계획도 단순히 2018년 중이라고 말해 올해 출시가 불확실한 상황이며, 14nm 기반 베가 역시 여러 이유로 물량 부족이 계속된
것을 감안하면 게이밍용 7nm Vega 그래픽 카드를 2018년 중에 보긴 어려울 듯 하다.
세대 교체가 조금은 불안한 AMD 진영과 달리 NVIDIA 진영은 지난해
SK하이닉스의 GDDR6 메모리 양산 발표 내용과 올해 여러 외신등을 통해 올해 신규 그래픽 카드가 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GDC서 발표된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기법인 엔비디아 RTX는 볼타 아키텍처 이상
그래픽 카드에서 GPU 가속을 지원하고, 마이크로소프트도 DXR(DirectX Raytracing) 기술을 발표한 점을
감안할 때 가능성은 매우 높게 볼 수 있다.
일단 게이밍과 GPU 컴퓨팅에 최적화된 두 가지 GPU로 이원화하는 것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정작 게이밍용 GPU가 어떤 특징을 보일지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다. 현재 출시 중인 유일한 일반인 대상 볼타 GPU
기반 그래픽 카드인 타이탄 V의 게임 성능은 타이틀과 해상도, API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이자면 타이탄 Xp 대비 대략
7%(Full HD) ~ 17%(4K)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탄 V는 볼타 기반 테슬라와 같이 텐서 코어가 통합되어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게이밍용 볼타
기반 지포스 그래픽 카드는 이보다 높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지만, 현재 드러난 성능만 보면 차세대 그래픽 카드라도 현
파스칼 제품과 비교해 업그레이드 욕구를 자극할 정도의 성능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판단이다.
올해도 PC는 여전히 PCIe 3.0과 DDR4 시대
AMD와 인텔 플랫폼이 옆그레이드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면서 올해도 주변 시스템
인터페이스도 특별한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당초 올해로 예상되었던 인텔 캐논레이크나 아이스레이크 플랫폼에서는 DDR5 메모리가
도입되지 않을까 예상되었던 DDR5 메모리는 올해 만날 수 없다. DDR4의 뒤를 이을 DDR5 표준 제정 작업이 2018년 6월을 목표로 진행 중이고,
올해 하반기 출시될 인텔의 새로운 CPU도 8세대로 예고되면서 PC 시장의 DDR5 메모리 도입은 2019년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래픽 카드 등의 확장카드 장착을 위한 확장 슬롯 인터페이스 및 M.2 소켓등에도
쓰이는 PCIe 역시 DDR 메모리처럼 올해 차세대 규격을 만나보긴 어려울 듯 하다.
공식 규격(PCIe 4.0 v1.0) 자체는 2017년 10월 발표되었지만 AMD 2세대 라이젠인 피나클
릿지와 인텔 8세대 코어 프로세서인 커피레이크 모두 PCIe 3.0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루머에 따르면 2018년 하반기 출시될 AMD의
2세대 스레드리퍼가 PCIe 4.0을 지원할 것이라는 소식이 있지만, 2세대 라이젠도 PCIe 3.0 기반인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주력 PC 시스템의 PCIe 지원이 3.0 버전에 머물고 있는 것과 별개로
SSD 분야에서는 PCIe 4.0 기반 모델이 출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대표적인 SSD 컨트롤러 제조어체 중 한 곳인
SMI(실리콘모션)에서 올해 4분기 PCIe 4.0 x4 지원 컨트롤러를 출시할 예정인 것.
그러나 PCIe 4.0 기반 제품이 출시된다해도 PC 시스템의 PCIe 지원이 3.0 규격에 머문 상태인지라
상징성 외에 실제 성능 활용을 기대하기 어렵고, 업체들 역시 올해 출시를 고집할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대중적인 SATA 인터페이스는 M.2의 대중화 영향인 듯 6Gbps 대역폭의
한계 돌파와 관련된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HAMR 하드디스크, 올해는 만날 수 있을까?
씨게이트가 하드디스크의 밀도를 높이기 위한 HAMR(Heat-Assisted
Magnetic Recording) 방식을 채택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 지난 2002년 8월의 일로, 그 이후 벌써
16년의 세월이 흘렀다.
계속된 연기 끝에 올해 출시 예정이라고 이야기되곤 있지만, 그동안 예정 출시일의 연기와 단축이
반복되면서 신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HAMR 하드디스크가 상용화된다해도 헬륨 충전 하드디스크와 같이 초기에는
엔터프라이즈 제품군에 우선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반 사용자가 쓸 정도로 양산과 가격 안정화가 이뤄지기까진 조금 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PC 플랫폼은 2017년의 옆그레이드판
올해 삼성전자의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9/ S9+는 전작에 비해 카메라 외에
바뀐 점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매년 혁신을 이야기하던 스마트폰 시장의 플래그십 모델조차 옆그레이드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올해 PC 시장의 업그레이드가 옆그레이드 성격인 것은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최근 수년간 인텔이 신규 플랫폼을 내놓으며 3년 이상 전의 플랫폼을 업그레이드 대상으로 이야기한 것도
혁신의 주기가 길어지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지난해 최신 시스템을 꾸민 사용자라면 올해 업그레이드는 상당히 높은 확률로 옆그레이드에
머물며, 시스템 규격 자체도 특별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일반론적인 면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AMD 2세대 라이젠인 피나클 릿지는 공정
미세화 및 프리시전 부스트 등 내부 기능 개선, 인텔은 근본적으로 8세대 제품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하반기 Z390 칩셋과
메인스트림 8코어 CPU 출시가 예상되고 있다. 또한 PCIe 4.0과 DDR5 메모리 규격 도입, 씨게이트의 멀티
엑츄에이터 기술과 HAMR 등 PC 업계의 크고 작은 혁신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단지, CPU와 메모리, 칩셋, VGA 등 서로 다른 영역에서 진행 중인 혁신이 전체
플랫폼 단위로 동시에 이뤄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에 최근 들어서 계속 옆그레이드만 이뤄지고 있다는 착각 아닌
착각에 빠지기 쉽고, 그것은 올해도 예외는 아닐 듯하다.
그렇다고 언제 실현될지 모를 전체 플랫폼의 혁신을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는 법.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도 필요할 땐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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