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보복성 무역 제제가 시작된 7월 초부터, 결국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에서 우리나라가
제외된 8월 초까지 이어진 일본 불매 운동의 열기가 사그라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고구려 - 백제 - 신라 삼국시대
이전부터 이어져 온 양국의 악연을 고려하지 않아도, 일본내 정치 상황에 따라 잊을만하면 이어진 일본의 도발이 무역 제제로
선을 넘어 촉발된 국민들의 자발적 일본 불매 운동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자발적 불매 운동 동참을 독려하기 위해 일본 제품과 대체품을 정리한 웹 사이트와 인터넷
카페도 생겨나고 있고, 일본 불매 운동에 관심이 있는 네티즌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 보았을 것이다.
해당 사이트를 방문하면 생활, 음식, 자동차, 가전 등 다양한 분야의 일본 제품이
다양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PC 사용자라면 왜 PC 카테고리는 없는지 의문을 품어 보았을 수 있다. 대표적인 PC
컴포넌트인 CPU와 그래픽 카드, 메인보드를 비롯해 대부분의 PC 컴포넌트가 미국, 유럽, 대만, 중국 산인 만큼 국내
출시 중인 제품 중에 진짜 없어서 일 수 있다.
진짜 그럴까? 일본 불매 운동 두 달에 접어든 현재, PC 컴포넌트에 일본산이 있는지
점검해 보았다.
비일본산이 점령한 PC 컴포넌트 시장, 예외는 있다
국내 가격 비교 사이트를 방문하면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 허브, 네트워크 장비 등
수많은 카테고리의 'PC' 관련 제품들이 등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을 모두 기자 개인이 일일히 찾아가며 정리하는 것은
언제 끝날지 모를 길고 지루하며 오류가 발생하기 높으므로, 이번 기사에서는 'PC'하면 딱 떠오르는 '데스크탑 PC'
본체의 컴포넌트 중 '병행' '해외' 구매를 제외하고 국내 정식 출시된 제품들 중에서만 찾아 보았다.
이렇게 찾아본 결과 8월 초순 현재 국내 판매 중인 PC 컴포넌트 중 일본 제품은 없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였다. PC의 두뇌인 CPU는 미국의 인텔과 AMD서, 메인보드, 그래픽 카드는 대만과 중국을 위주로
유럽과 미국쪽 제품도 소량 섞여 있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의 점유율을 합했을 때 글로벌 점유율 75%에 달하는 메모리를
포함, 케이스, 파워서플라이, HDD, SSD, 이제는 견적에서 빠지는게 당연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사장된 ODD도
마찬가지로 대만과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반면, 그래픽 카드 및 메인보드와 달리 상대적으로 OEM이 활발한 케이스, 파워서플라이,
SSD는 해외 제품만큼이나 국내 제품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카테고리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10여 곳에서 많게는 100여 곳의 제조사 제품이
등록되어 있는 PC 컴포넌트는 일본산 제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디나 예외 혹은 숨겨진 복병이
있는 법. PC 컴포넌트에도 예상치 못했던 일본 브랜드 제품이 있었다.
일본 브랜드의 PC 컴포넌트는 스토리지 분야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HDD에서는 도시바와 재생(리퍼)하드 제조사인 마샬(Marshal)이, SSD에는
도시바와 소니, 파이오니아 제품이 국내 출시되고 있었고, ODD에는 파이오니아와 히타치-LG 합작 회사 형태로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HLDS(Hitachi-LG Data Storage) 제품이 국내 유통중이다.
삼성전자와 도시바의 합작으로 출발한 TSST(Toshiba Samsung Storage
Technology) 제품도 유통중이지만, 해당 업체는 옵틱스에 지분이 매각되면서 한국 기업으로 탈바꿈했지만 현재는
사업에서 ODD 사업에서 손을 뗀 상태로 알려졌다. 지난해 3개 모델이 출시되었지만 ODD 사업 재계 여부는 확실치 않다.
한편, 도시바 51%, 삼성 49% 지분을 나눠가졌던 TSST를 한국 기업으로 인식되었던
선례를 감안하면, 히타치와 LG가 각각 51%와 49% 지분을 나눠가진 HLDS 제품을 일본 기업으로 볼지 한국 기업으로
볼지는 애매한 상황이다.
PC 컴포넌트의 부품까지 보면? 의외로 많은 일본산
실제 조사 결과 일본 불매 운동에서 PC 부품이 이야기되지 않는 이유를 절감했다. 대만과
중국산이 대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스토리지 분야에서만 극 소수의 제품이 국내 유통되고, 브랜드도 딱 보면 일본임을 알 수
있을 기업 들이기에 상대적으로 별도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
하지만 PC 컴포넌트에 쓰인 부품을 보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겠지만, 삼성전자가 이번 기회에 원자재까지 탈일본을
추진 중인 것 처럼, 일본 불매 운동도 브랜드 뿐 아니라 제품에 사용된 원자재나 부품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캐퍼시터.
오디오 설계가 차별화 요소로 떠오르면서 메인보드 업체에서 일본산 오디오 캐퍼시터를 사용한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고급형 파워서플라이에는 일본산 캐퍼시터가 쓰였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래픽
카드 역시 전원부에 일본산 캐퍼시터가 눈에 띄기도 하지만 메인보드나 PSU와 달리 VGA 쪽에서는 업체들이 특별히 캐퍼시터
생산지를 강조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캐퍼시터는 외관상 제조사(국) 확인이 쉽지 않아, 컴포넌트 수준까지 일본 불매
운동하겠다면 포기하는 것이 마음 편할 것이다. 하지만 오디오 캐퍼시터나 PSU의 대형 정류 캐퍼시터는 일본산을 비교적 쉽게
구별할 수 있으니, 할 수 있는 선에서 부품까지 일본 불매 운동 대상에 올려놓고 싶다면 제품 리뷰나 제조사의 소개 글을 유심히 살펴보자.
캐퍼시터 외에 다른 부품을 꼽자면 SSD에 쓰이면서 세계 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도시바의 낸드 플래시를
꼽을 수 있다. statista 기준 2019년 1분기 약 20.2%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일본 불매 운동을 진행
중인 한국인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낸드 플래시 생산 업체 중 일본 업체는 도시바 뿐이니, 제품 리뷰나 제조사 상품 설명을 잘
읽어보면 편하겠다.
그러나 모든 제품이 리뷰되거나 제품 스펙을 명확히 표기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 때는
1/5의 확률을 기대하고 불확실한 제품에 도전하거나, 자사 낸드 사용이 확실시되는 삼성이나 WD, 인텔,
마이크론(크루셜) 중에 선택할지 고민해보자.
당장 얼마 안띄는 일본산 PC 컴포넌트, 문제는 일본 정부
본 기사는 단순히 일본 불매 운동 홈페이지에 왜 PC 컴포넌트가 보이지 않을까하는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기자
개인이 짧게 조사한 만큼 놓친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조사 결과 실제 국내 정식 판매 중인 일본 브랜드 PC 컴포넌트는 극히 드물고, 충분한 대체
품목이 있는 것도 확인했다.
물론 해당 기업의 제품 구매 결정은 전적으로 소비자 선택에 달린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 때문에 양국 기업과 소비자, 평범한 시민들이 고통받는 이 불편한 상황이 하루 빨리 해결되길 바라는 것은 비단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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