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갑자기 태국 홍수로 난리라길래 '아니 한가을에 웬 홍수?' 라고 생각했더랬다. 아,
태국이었지, 그곳은 지리상 10월도 여름이니 '홍수 날 수 있겠지 뭐' 하고 넘어갔더랬다. 그리고 그 다음 멘트 ' 어차피 하루이틀 지나면 물
빠지잖아'
그런데 이게 웬걸, 물에 잠긴지 1개월이 되어가는데 물이 안빠지고 있다? 아니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비가 많이
와서 홍수가 났으면 몇일 지나면 물이 빠지는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생각했던 필자의 생각이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어차피 필자의 생각에 각인된
홍수는 대한민국의 경우가 전부 아닌가.
홍수 나도 몇일 지나면 물은 다연히 빠지는것이라고 기억하고 있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태국 홍수가 이해가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필자도 대한민국 사람이고 그래서 너무 쉽게 생각했다. 솔직히
처음엔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HDD가격이 최대 3배까지 폭등을 하더니 '12월이 되면 더 상태가
심각해진다더라', '내년엔 가격이 더 오른다더라' 는 시장 심리를 어지럽히는 말들만 가득했다. 물론 태국에 WD나 시게이트의 공장이 있는것
아는데, 아무리 그래도 3배까지 오르는게 과연 정상일까? 여기서부터 출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격 탄력성이 큰 제품은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
여기서 경제학의 수요곡선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를 잠시 해볼까 한다. 혹시 그래프를
이해하기 '싫은'분이 있다면 (이해하기 어렵다고 절대 하지 않았다) 최진기의 생존경제 6화 '원유를 알아야 경제를 안다' 편을 시청해보시기
바란다.
왼쪽그래프는 사치품의 경우에 대한 수요과 가격곡선 그래프이다. 왼쪽의 경우는 공급(S)이
줄면 그 정도의 만큼만 가격 (P)가 상승하고, 공급이 늘어도 그만큼의 가격만 내려간다. 역으로 수요가 줄거나 늘어도 수요가 줄거나 는 만큼의
가격만 변동된다. 이러한 경우를 '탄력적'이라고 한다.
오른쪽은 비탄력적인 경우이다. 수요(D) 나 공급(S)가 조금만 늘거나 줄면 가격(P)이
폭락하거나 폭등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보통 이렇게 비탄력적인 제품에는 생활 필수품이면서 대체제가 없는 제품이 주로 예가 된다. 쌀, 배추,
오이, 고추, 마늘과 같은 제품이고 탄력적인 경우에는 사치품이거나 대체제가 존재하는 경우라고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에도 그대로 실려있다.
HDD는 PC시장에서 대체제 없는 필수품
문제는 HDD가 경제학 관점에서 보자면 '사치품'에 가까울 지 몰라도 PC시장에서 보자면 HDD는
필수품적 성격을 갖고 있다. (물론 SSD를 대체제라고 할지 모르나
이것은 배추값이 비싸니 양배추 먹으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어라, 이말씀 누가 하셨는데...) HDD는 PC의 필수 구성요소중 하나로 HDD가 없으면 PC 조립과
판매 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PC시장에서 HDD는 '필수품이면서 대체제가 없는' 성격을 갖는다.
그러다보니 태국 홍수사건이 터지고 HDD공장이 중단되었다는 소식이 퍼지자 마자
HDD가격이 급격히 상승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저용량 HDD인 320GB나 500GB제품의 가격이 최대 3배까지 급등했다. 상대적으로 인상률만
보면 1TB나 2TB제품은 그보다 덜 올라갔다. HDD중에서도 320GB나 500GB급의 저용량 제품이 상대적으로 더욱 '필수재'인 성격을 갖는
반면, 1TB나 2TB급 제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왜 필수품은 불안정한 상황에서 급격한 가격 변동을 맞을까?
필수품은 생활에 가장 깊숙히 영향을 미친다. 그러다 보니 불안정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공급이 조금만 불안정하면 사재기와 겹쳐 제일먼저 가격이 오른다. 대표적인 것이 2000년대 중반에 보였던 원유가격 급등 현상을
들 수 있다.
'오일피크 이론'에 휩싸여 언젠가 석유가 동이 날 것이고 수요는 급상승할것이라고 예측되자
2007년 1월 1배럴당 50$에 불과하던 석유가격이 2008년 1월 100$를 돌파했다. 그러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발생하자 2009년
3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94년 북한에 의해 '서울 불바다론'이 터지자 마자 생필품 사재기가 급등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태국 홍수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HDD 공장이 멈춰섰다는게 알려지자 마자 PC생산의 필수품인
HDD가 필수품 적 성격에 '사재기'와 만나게 되면서 가격이 급등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WD나 시게이트는 태국 홍수 사건 이후로 HDD 가격을 올렸지만 실제로 기존
가격에 3배나 가까운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장에 가격이 최대 3배 가까이 상승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저용량 HDD가 특히 가격이
많이 오르게 된 것은 국내에서 누군가가 HDD를 사재기 했고 특히 저용량 HDD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다는것을 감히 '추론' 해볼 수 있을만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선덕여왕 안보셨써니?
MBC에서 2009년 방영한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재미있는 상황이 하나 나온다. 갑자기 쌀의 가격이 폭등하는데도 귀족들이 시장에서
쌀을 계속 매입하는 데, 알고보니 쌀 가격이 폭등하면 양민이 귀족의 노비로 전락하게 되면서 땅과 노비를 확보할 수 있게 되어 귀족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극중 덕만 (이요원분)은 사태를 정확하게 꿰뚫어 본다. 시장에서 쌀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는 실제 쌀이 없어서가 아니라, 앞으로도 쌀가격이 더
오를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너도나도 쌀을 매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니까 그렇지만 오늘의 HDD 폭등현상을 너무나 잘 말해주고
있다 필자는 생각한다.
그 대안은 아주 명쾌하다. 극중 이요원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군량미를 풀어서라도
쌀가격을 떨어트리겠습니다' 하니, 귀족들이 반발한다. 군량미를 시장에다 내다 푸는것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다 라는 점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들인데)
그러면 이요원이 다시 한마디 한다. '물론 풀지 않을 수 도 있습니다'
귀족들이 어리둥절해 보니 '군량미를 풀거라고 공표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아마 쌀을 대량으로 사재기한 귀족들은 손해를 보고서라도 시장에
쌀을 내다 팔 수 밖에 없을것입니다. 그대로 껴안기엔 너무 많이 사시지 않았습니까?' 라고 말이다.
사재기 하신분들께 '빅엿'을 드려야 하는데...
지금 HDD가격은 초기의 3배폭등때보다는 꺽이면서 조금씩 안정화되고 있는 추세다.
320GB 급 제품도 11만원선에서 거래가 되는 중이다. 초기 폭등세에 비하면 많이 떨어졌다.
여기에 부채질을 하는 몇가지 설들이 있다. '12월이 되면 대기업들이 대량으로 HDD를
매입할 것이기 때문에 HDD 가격이 다시한번 폭등 할 것이다' 라는 등의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것이라는 소문만 돈다. 자신있게 이야기하는데,
물론 12월에 대기업의 재고 부족으로 매입이 필요한 시점이 된다. 그러나 지난번과 같은 폭등사태는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왜? 너무나
간단하다. HDD를 틀어쥐고 있는 분들이 이젠 이익실현을 할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태국 공장들이 서서히 정상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실제로 HDD가격이
초기 폭등세에서 안정세로 전환된 결정적 계기는 태국 니덱의 모터공장 일부의 조업이 개시된다고 발표되면서 부터 였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지만 실제
HDD가 공급이 많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것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것이냐 인데 태국에 추가로 홍수가 발생하거나 공장이
추가로 스톱되지 않는 한 추가로 가격이 상승 할 리는 없다. 시장에 HDD가격이 더 상승할것이라는 소문을 퍼트려 현재 상황에서 더 이익을 보고자
하는 누군가가 이런 불안을 더 부추기고 있다고 심히 의심될 뿐.
이렇게 중간에 사재기하신 분께 빅엿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하다. 첫째,
가격이 상승할 것 이라는 소문에 현혹되지 말 것. 둘째 HDD 구매를 할 예정이라면 최대한 사지 말고 뒤로 미룰 것. 대기업과 같은 곳도
12월부터 재고를 채워넣어야 하지만 앞으로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을 아는데 재고를 쌓아놓고 구매 할 리도 없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은
떨어지게 되어 있다.
그분들께 빅엿을 드리고 싶은 보드나라의 충정을 헤아려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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